35명의 청소년들을 범죄자로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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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명의 청소년들을 범죄자로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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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없다면 따뜻하게 포용해주어야...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때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된 청소년이 35명이라 한다. 작년에 휴대폰 부정 행위가 하도 사회에 끼친 충격이 크기에 교육당국은 아예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는 것으로 원천봉쇄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 35명에게 차년도 시험까지 치르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보도를 듣고는 범죄가 일어날 미래를 예측해 경찰관들이 그 미래의 범죄자들을 잡아들인다는 톰 크르주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가 떠올라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부정행위의 경중에 상관없이 모든 부정행위에 대해 해당시험을 무효로 처리하고 차년도 시험 응시자격을 제한하도록 함에 따라 휴대폰 소지 자체가 현행 법규를 어겼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주장이지만, 과연 단순히 휴대폰을 소지한 것이 올해는 물론 차년도 시험까지 치르지 못하게 할 중대한 범죄행위의 요건에 해당하는지는 형법상과 사회적으로 휴대폰이 가지는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야 한다.

수능에 있어 휴대폰을 이용한 부정 행위라 함은 휴대폰을 사용해 실제 부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휴대폰을 소지함으로서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되는 개연성만을 가지고 부정 행위라 해선 안된다. 형법 제1조에서도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고 하고 있으며 제17조에는 “어떤 행위라도 죄의 요소되는 위험발생에 연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결과로 인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실제 수능 진행에 현저한 저해 요인을 가져 오는 부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

또한 동법 제28조에는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어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음으로 범죄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단죄하는 것은 교육당국이 그 권한과 권위를 과도하게 행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휴대폰은 그 자체만으로 수능의 원만한 진행에 있어 심각한 저해 또는 위험 요소를 지닌 물품이라 볼 수 없다. 왜냐하면 휴대폰은 단순히 통화의 기능성을 넘어 거의 모든 청소년, 어른들까지 마치 속옷을 착용하는 것처럼 하루 종일 분신처럼 소지하고 다니는 생활필수품으로서의 현실적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몇 년의 기운을 소진한 수십만명의 이들 수험생중 극소수의 35명이라는 인원이 긴장하거나 또는 별 생각없이 휴대폰을 아무 생각없이 주머니에 넣고 시험장에 왔을 개연성은 충분하고 35명 외에 적발되지 않는 휴대폰 소지자들이 더 있었을 것이라고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휴대폰을 소지하지 말라는 것은 애초부터 여고생들에게 생리대가 수능 부정에 이용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생리대를 착용하지 말고 시험을 보라고 하는 이야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휴대폰을 이용해 부정을 저지른 작년의 사회적 충격파가 워낙 컸기에 이같은 부정 행위의 반복과 논란의 재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시험 당일날 이를 소지하지 못하게 한 교육당국의 조치는 예방 차원에서 적절했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이 시험도중에 휴대폰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이들이 휴대폰을 이용해 부정 행위를 저지를 의사가 없었음도 확인할 수 있다. 부정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교육당국이 휴대폰을 소지하지 못하게 한 조치는 성공을 거둔 셈이다.

교육당국의 최선과 노력은 거기까지면 충분하다. 휴대폰 소지 금지가 부정 행위 자체를 방지하여 모든 수험생들이 그동안 노력한 결실을 잘 맺게 해 주려는 것이라면 극소수인 이들도 끌어안아야 한다. 그들이 부정 행위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는데야 민감한 시기에 입시라는 굴레를 씌워 몇 년을 파김치로 만든 우리 사회가 원천적으로 정신 나간 사회이지, 시험장에 휴대폰을 갖고 왔다고 인생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시기의 그들에게 범죄자의 낙인을 찍으며 차년도 시험까지 치르지 말라는 단죄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말이다.

대부분의 수험생이 휴대폰을 소지하지 말라는 조치를 따랐는데 이들이 그것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주의를 주고 교육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들을 차년도 시험까지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교육당국은 이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이미 그들은 이번 시험을 무효 처리당했고 그들이 가정과 주위로부터 받았을 질타와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괴로울 것이다.

일벌백계는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주어진 규칙을 준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이들 35명이 악의가 없다면 따뜻하게 포용해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당국의 귄위이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있는 이들 청소년들을 마치 고양이 앞에 쥐처럼 놓고 법과 규칙을 운운하며 어쩔 수 없다라고 앵무새처럼 되내이는 그런 결정을 하지 않길 교육당국에 바란다. 법과 규칙은 사람을 위한 것이지 그 자체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35명이 오늘의 교훈을 마음에 품고 차년도 시험에 당당하게 응시해 사회의 건강한 인재로 성장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교육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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