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20대 여성 묻지마 살인 ‘여성혐오죄’ 적용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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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20대 여성 묻지마 살인 ‘여성혐오죄’ 적용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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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TV ‘사랑과 전쟁’ 부부클리닉위원장 이재만 변호사

▲ ⓒ뉴스타운 ⓒ뉴스타운

지난 17일 새벽 강남역 근처 노래방 남녀공용화장실에서 대한민국 여성들을 깜작 놀라게 하는 끔직한 일이 벌어졌다. 30대 남성이 1시간동안 화장실에서 여성이 혼자 들어오는 것을 노리다 20대 한 여성을 표적으로 삼고 처참하게 살해했다.

모든 국민이 경악했고, 누구나 표적이 돼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는 공분을 느끼고 있다. 여성들뿐만 아니다. 이 뉴스를 접한 모든 국민들이 같은 마음으로 희생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놓고 온라인상에서는 ‘여성혐오주의자’ 또는 ‘싸이코 패스’니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번 살인 사건과 관련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여성에 대한 혐오 때문에 살해했는지, 아니면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인지 프로파일러를 통해 2차례 조사를 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경찰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용의자가 정신병을 앓고 있었으며, 정신 착란증과 환청이 들리는 등 여러 가지 정황으로 정신병에 의한 살인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정신병에 의한 살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묻지마 살인’이 수없이 발생했지만 매번 일시적 정신병자의 소행으로 마무리 되고 말았다. 바로 이러한 현상에 국민들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강력사건이나 살인사건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대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가장 잔인한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살인자들의 공통점은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런 죄책감 없다는 것인데 이번 사건의 피의자 역시 인면수심의 종족이라는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많은 국민들은 얼마 전 발생한 시화호 토막살인 사건이나 강남역 살인사건의 마무리를 보면서 ‘묻지마 폭력’ ‘묻지마 살인’을 단순한 정신병자의 소행으로만 끝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본지는 KBS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의 부부클리닉위원장을 맡아 사회문제, 가정문제, 가족문제 등과 관련 명쾌한 해석과 법률상식을 전파해온 법무법인 ‘청파’ 이재만 대표변호사와의 Q&A를 통해 법률적 문제를 심도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Q. 너무도 끔찍한 사건인데다 누구나 희생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를 매우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법률 전문가로서 이 사건을 어떻게 보십니까.

A. 먼저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들에게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써 아픔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이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피의자의 ‘묻지마’ 살인 행위가 조현병이라는 정신질환이냐, 여성혐오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쟁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라고 해서 여성혐오적인 면이 없다고 볼 수 없고, 반면 여성혐오에 기한 범죄라고 해도 정신질환에 의하여 실질적인 행동에 나선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밝혀진 것은 우리 사회에서 치안이 불안한 부분이 있다는 것과, 특히 여성들이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은 남성을, 남성은 여성을 서로 존중해 주고 배려해 주는 마음이 우리사회에 널리 확산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도, 정치권도, 우리사회 어른들 모두가 앞장서 이런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이런 사건의 재발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우리 안에 있는 폭력성을 스스로 반성하고, 사회가 부익부 빈익빈의 구조가 심해져 극단적인 범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야 할 것입니다. 여성, 극빈층 등 우리사회 약자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라 하겠습니다.

Q. 이번 사건 발생 후 계속해서 우리사회 곳곳에서 ‘여성혐오죄’ 신설 이라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우리 사회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 혐오에 대해서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지만 법으로 제정하는 것은 충분한 사회적 동의나 전문가들의 토론이 필요합니다. 먼저 ‘여성혐오’라고 하는 단어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여성혐오죄를 신설한다면 이는 범죄의 경계를 긋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텐데요, 가령 어떤 범죄가 발생했을 때 그게 일종의 정신질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전적으로 여성혐오에 의한 것인지 구분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 범죄의 경우 여성혐오와 전혀 무관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피의자들의 상당수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환경과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복수심 등이 범죄동기 안에 녹아들게 되기 때문에 실제 병력이 있다 해도 피의자가 오로지 여성을 혐오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할 만한 팩트를 100%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실제 그런 정황들이 있다고 해서 모든 환자들이 여성을 상대로 묻지마 살인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요. 우리 사회가 심사숙고해 볼 이유가 있는 사안이므로 법 제정만이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는 아닐 것입니다.

Q.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죄’로 확정할 수 없는 정황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A. 먼저 사건이 일어난 시점 이전 상황을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브리핑 자료를 보면 피의자는 범죄 현장에서 6명의 남성들을 그냥 보내고 1시간 반 동안 대기하고 있다가 23세 된 여성이 들어오니까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또한 범행 이후에는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 여성에게 복수하고 싶었다’는 진술을 한 적도 있어 결국 범인이 여성을 상대로 한 ‘여성혐오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피의자의 2008년 조현병 진단과 입원치료 경력, 최근 자의적으로 약 복용을 중단한 점, 프로파일러 5명의 조사 결과, 범죄 심리 분석 결과는 어떤 계층에 한정된 여성을 차별하거나 폄하하거나 증오해서 한 범죄가 아니고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근거들이 ‘여성혐오죄’로 바로 확정할 수 없는 정황들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만약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범죄’로 결론이 난다면 피의자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 것입니까.

A. 현행 형법은 살인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양형기준을 만들어 보다 체계적으로 형량을 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여성혐오범죄는 ‘제3유형(비난 동기 살인)’에 해당되어 기본 징역 15~20년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피해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은 감경요소로 작용하고, 범행도구를 사전에 준비 및 소지한 계획적 범행이었다는 점, 흉기로 수차례 찌르는 잔혹한 범행이었다는 점, 범행 이후 피의자가 “세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 가운데 하나”라는 발언을 하는 등 반성이 없다는 점은 가중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아야 할 것이나 가중처벌 될 경우 18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 나아가 사형까지도 선고될 수 있습니다.

Q. 이번 사건은 여론이 너무 뜨거운데다 국민들의 공분까지 사고 있어 여성혐오범죄로 결론이 나거나 조현병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결론이 나거나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입니다. 여성혐오범죄와 조현병에 의한 살인사건은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까.

A. 증오범죄, 혐오범죄에 대한 별도의 법 규정이 없는 현재로서는 여성혐오범죄와 조현병에 의한 이른바 ‘묻지마’ 살인사건이 특별히 다르게 처벌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법원 양형기준 역시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작위 살인, 별다른 이유 없는 무작위 살인을 동일한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고요. 정신질환자(조현병)의 문제라고 하면 그동안의 묻지마 살인사건의 예처럼 법의 양형대로 처벌하고, 사회적으로는 정신질환과 관련한 대응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성혐오범죄일 경우에는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인종차별 문제로 인해 증오범죄에 대해 입법이 이루어진 미국의 사례처럼 이 범죄가 정말 사회의 약자에 대한 증오범죄라면, 이 경우 가중처벌을 하거나 방지를 위해 특별한 조치를 해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여성 뿐 아니라 다문화사회로 이행하면서 인종갈등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실제로 이슬람권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목격되고 있는 현실인 만큼, 증오범죄에 대한 대응 및 처벌, 예방 방법에 대하여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여성에 대해서는 예방적인 방법으로, 여성비하나 성차별을 근절시키기 위한 홍보, 교육을 포함한 전 사회적 대응 시스템이 마련돼야 되어야 할 것입니다.

Q. 이 사건 여론이 증폭되면서 심지어 ‘증오범죄가중처벌법’ 도입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가중처벌법은 ‘형을 더 무겁게 하여 내리는 벌에 관해 규정한 법’으로 예컨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같은 경우를 말합니다. 혐오발언이나 범죄의 대상은 여성, 외국인노동자, 장애인 등 보통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는 특정한 대상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 합리적 이유 없이 집단의 문제를 개인에 돌리는 범죄라는 점에서 가중처벌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법이 그러하듯 법 제정만으로는 눈에 띄는 직접적 범죄예방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예컨대 살인죄에 대하여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우리 법은 각 범죄에 대하여 법원의 재량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존재하는 법 안에서 법원이 구체적 사례를 판단하여 처벌하는 것으로도 상응한 죄 값을 물을 수 있기도 합니다.

일반 국민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여론에 따라 법이 제정되고, 그 가중처벌 규정이 형법상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 자칫 억울한 사람들을 양산하거나 구체적으로 불공평한 사례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할 것입니다.

Q. 혹시 외국의 경우 이와 유사한 법을 제정한 나라가 있습니까.

A. 물론 있습니다. 독일 형법 130조에는 ‘국민 일부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조장하거나 모욕 및 악의적 명예훼손을 통해 인권을 침해할 경우 최소 3개월에서 최대 5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한 흑인 살해와 동성애혐오주의자의 살인사건을 계기로 2009년 ‘혐오범죄예방법(Hate crimes prevention act)’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아까 말씀드린 것과 같이 인종 등을 이유로 한 증오범죄가 사회통합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내려진 결단입니다.

Q. 경찰이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을 조현병 환자에 의한 ‘묻지마 살인’으로 결론 내렸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혐오’ 논란이 촉발된 사회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는데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A. 이번 사건과 관련 여성들의 불안감 표출 이유는 구조적 차별의 문제일 것입니다. 여성들은 이번 사건을 한 사람이 희생당한 사건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강남역 등지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글과 함께 자신이 여성으로서 사회에서 느껴야 했던 차별과 불편한 시선, 불안감 등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넘쳐났습니다. 이번 살인의 구체적 이유가 ‘무엇이냐’와 별개로, 여성들이 불안감과 불공평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한편으로 단순히 성별 갈등 문제나 정신병자의 소행 문제를 넘어, 이번 사건은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돈과 권력에 대한 무한정한 추구, 그리고 금 수저, 흙 수저로 대표되는 이 사회가 윤리의식을 잃어가고 결과에만 치중하였기에 생기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장이 정체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소외되고 스스로 일의 보람이나 미래에 대한 꿈을 찾지 못하게 되는 것도 이러한 범죄의 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이번 범죄의 원인을 찾는 것보다, 이번 범죄를 통하여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계기가 되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색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사회적 통합이 기반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남녀가 편을 나누어 극단적으로 다투게 될 경우 이는 걷잡을 수 없는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남성들은 이번 범죄를 통해,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과 위협들을 인식하고, 스스로 조심하고 또한 여성들이 존중받고 위험에서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여성들 역시 모든 남성들을 범죄자로 보지 말고, 남성들을 존중하면서 모두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해결의 과정을 통하여, 안정된 사회구조가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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