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지도를 펴놓고 한반도에서 남쪽 방향으로 한번 바라보자. 그러면 방파제 같은 일본열도 너머로 태평양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을 것이다. 지도를 반 바퀴 돌려놓고 보면 그 시원함이 창밖의 전망처럼 또 다르게 다가온다.
만약 태평양이 사막이라면 우리 쪽의 부산항은 마치 호수 가운데 아늑하게 자리 잡은 오아시스 같다. 2005 APEC 21개국 정상회담이 열렸던 누리마루는 오아시스의 휴게소 같은 곳이다. 각국 정상들은 낙타에서 내린 대상처럼 우선 마른 목부터 축였을 것이다.
APEC은 우리나라의 존립에 매우 중요하다. APEC이 없었다면 한국은 국제 왕따 비슷한 존재가 되었을지 모른다. 더구나 북핵의 노리개처럼 휘둘렸으니 미국마저 등 돌렸으면 함께 웃음꺼리가 되고도 남았다. 어, 그런데 초대한 귀빈들 앞에서 反APEC? 反부시? 反신자유주의? 참으로 무책임한 사람들.
그런 소동 가운데서도, 일본집권당 당수는 APEC 체류기간 내내 얼굴에서 찬바람을 거두지 않았다. 중국공산당 주석은 보란 듯이 아직도 보안법이 살아있는 우리의 국회에서 연설했고, 10회에 걸쳐 박수를 받았다. 또 어느 국왕은 호텔지배인과 술 마시며 여유 있게 밤시간을 보냈다지?
갑자기 몇 년 전 북에서 내려온 운동응원단 아가씨들이 생각난다. 심장이 찡하며 뜨끔거렸던 그때 당한 불쾌감을 가급적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썼건만 어쩔 수 없다. “장군님이 비 맞고”, 그렇게 울부짖으며 환영현수막을 저희들 스스로 거두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습관인지, 생존법인지.
이제 결론부터 미리 말해도 좋다. 지금 우리가 자존할 선택은 그리 폭이 넓지 못하다. 우리의 상황은 伴APEC, 伴부시, 伴신자유주의로 가는 길이다. 다원화 사회라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집권당은 최소한 半APEC, 半부시, 半신자유주의 정도는 유지해야 한다. 씨감자 정도는 후세에게 남겨줘야지.
모두 합하여 선을 이룬다, 성경에 나오는 말씀이다. 反APEC 시위가 나중에는 우리 모두에게 도움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시위문화도 결사반대가 아닌 평화적인 전통 놀이마당으로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의 한국은 일방 대륙으로, 일방 대양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APEC 회원국 모두는 우리의 귀중한 우방이요, 협력자이다. 그중에서도 현재 세계 최강 미국은 매우 중요하다.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서 경제대국을 이룩했다면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일단 세계경제의 대세이다. 무역이 GNP의 70%를 차지하는 우리의 생존은 더욱 그렇다. 여기에 따르는 장단점이나 정책의 불완전한 부분은 조금씩 보완해 나가는 길밖에 따로 없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