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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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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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은 전화를 끊고 응접실로 내려갔다. 별로 밥 생각이 없었지만 어머니의 극성에 억지로 끌려내려 왔다. 여느 때 같으면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건너 뛸 수 있었지만 아버지가 일찍 들어왔다며 성화를 부렸다. 네 식구가 한자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것은 한 달 동안 손가락에 꽂을 정도다. 아버지의 직장에 멀어 일찍 출근하는 경우도 있지만, 동생은 간호사라서 3교대로 저녁에 근무할 때가 많았고, 소영이도 편집디자인이라서 출근시간은 있어도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는 것도 그 원인이었다.

아버지는 밥상머리에 앉아 식구들이 모일 때까지 신문을 뒤적이며 말했다.

“요사이 계약결혼이 유행이라는 거야. 일단 살아보고 결혼하는 것도 괜찮아.”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머니가 맞받아쳤다.

“그게 말이라고 하세요. 살다가 싫으면 헤어지고.”
“그럼, 정 없이 한평생 사느니, 살아보고 고생이 될 것 같으면 결혼을 하지 않으면 되지. 나도 살아보고 결혼할 걸 그랬어.”
“지금도 늦지 않았소. 30년 밖에 살지 않았는데.”

어머니는 입을 비죽거렸다.

“황혼에 이혼? 요즘 많이 하더라. 엄마도 아빠처럼 당당해 봐요. 30년을 살아보았더니 별 볼일 없어 헤어지자고 하면?
“얘 30년 고생의 보상은 안 받고?”,
“그러니까 처음부터 계약서를 써야죠?”
“그래서 내가 이 모양이야. 계약기간을 3년만 썼어도 헤어졌을 걸?”
“왜요?”

소영이가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자 웃으면서 말했다.

“결혼하고 3년 만에 바람을 피운 것 있지. 그때 헤어만 졌어도 이 고생은 하지 않았을거야.”
“그래. 같은 직장의 미스 김인가.”
“또 시작한다?”
“시작이고 뭐고, 당신이 말을 꺼냈으니까 하는 말이죠.”
“아빠,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만큼 아빠가 직장에서 인기가 좋았거든, 인기가 있을 때야 서로 가까이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 계약결혼인가 뭔가 하는 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화살이 소영이에게로 건너왔다.

“찬성이죠. 살아보고 결혼하는 것도요.”

소영의 말에 여동생 소미도 맞장구를 쳤다.

“나는 계약결혼할거야. 미리 얘기하지만 아빠와 엄마 간섭하지 마.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니까.”
“계집애도, 못할 말이 없구나. 그래, 고물처녀를 누가 데려간데?”

소영이가 엄마의 말을 가로 막았다.

“고물처녀가 어디 있어요. 정조관념만 생각하는 엄마는 정말 구식이다. 성격에 맞고, 이 남자 같으면 내 인생을 맡겨도 괜찮겠다고 생각되면 그때 결혼하는 거죠. 그래야 후회가 없다구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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