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 방식의 변화, 옳은 선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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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매몰 방식의 변화, 옳은 선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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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매몰 vs 매몰형 탱크

▲ (사진: 태영화학, 점보탱크코리아) ⓒ뉴스타운

구제역 사태 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침출수 유출로 인한 2차 환경오염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는 종전의 매몰 방식 자체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종전의 매몰 방식의 문제라고 지적돼 온 침출수 유출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초부터 예상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 이는 방역당국이 구제역 매몰지 지침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며, 매몰지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져 온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5m 정도의 땅을 판 뒤 비닐을 두르고 아래에는 생석회, 흙을 깐 뒤에 가축들을 매장시킨다. 그 다음 40cm 두께로 흙을 덮은 뒤 생석회를 깔고 2m 정도 흙을 덮고 지표면은 1.5m 이상 성토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매몰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신속한 처리를 위해 지침을 따르지 못한 상황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방역당국의 생매장 역시 큰 문제다. 소는 근육주사를 놔서 사망시킨 뒤에 매몰하지만 돼지의 경우 매뉴얼 지침을 지키지 않은 채 생매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돼지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보면 비닐이 찢기고 침출수가 새나간다. 살처분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2차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 것이다. 소보다 돼지의 수가 훨씬 많기에 일일이 주사를 놓으려면 비용이나 인력, 장비 등이 많이 드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것이 생매장을 합리화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매몰 후 보통 3년 안에 오염 없이 자연 분해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가축 350만 마리가 매몰 처리된 경기도내 한 구제역 매몰지에는 사체들의 상당수가 5년이 흐른 지금에도 그대로 형체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구제역 파동 당시 사전 처리 없이 규정보다 많은 돼지를 묻었기 때문이다. 규정상 돼지 한 마리를 묻는 데 필요한 공간은 1세제곱미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4년부터 FRP탱크를 이용한 매몰과 호기성호열미생물 공법 등의 살처분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실제 살처분 매몰 지역의 부실 관리로 인해 비가 올 때마다 매몰된 가축이 흙을 뚫고 나오고, 침출수가 흘러 나오는 등의 사례가 빈번했었음에도 2차 환경오염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는 비판에 내놓은 방안이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과 처리 방법의 부재라는 단점이 존재한다.

천안시 가축방역팀 관계자는 "(FRP탱크 매몰은)종전의 방법에 비해 대략 10배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고 밝히면서도 2차 환경오염 방지 차원에서 이 같은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발굴 금지 기간인 3년이 지난 후 처리 방법에 대해서는 "우리도 지나봐야 아는데 농식품부에서도 처리 방법만 제시했지, 3년이 지난 후 처리에 대해서는 뾰족한 방안이 없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방역당국이 구제역 매몰 매뉴얼에 맞춰 매몰을 진행했었더라면 2010~2011년 최악의 구제역 파동이 있은 후 5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심각한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예재길 양돈수의사회 전염병특위 위원장은 "2010년도 백신을 도입하기 전에는 사육 농장 규모가 5000두~1만두 정도였기 때문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전두수 살처분을 원칙으로 했다. 그런데 2010년 구제역이 터졌을 때 보령 지역의 경우 2만두를 살처분하게 되다 보니 침출수 문제가 터지게 됐다"며 "국가의 정책이 완벽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바뀐 상황을 규정이 못 따라 간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 살처분양이 적을 경우 생석회를 이용한 종전의 방식으로 매몰을 했을 경우에 침출수 유출은 막을 수 있는 문제냐"는 질문에 예 위원장은 "막을 수 있다. 백신을 도입하는 이유도 살처분 수를 줄이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1년 전국 지자체 중 2차 피해 위험이 가장 낮은 곳으로 꼽혔던 경북 예천군의 경우 PVC관과 호스 등으로 저장 용기를 직접 연결하고, 군이 자체 개발한 친환경 생균제를 가스배출관 중간에 삽입해 현장 악취를 대폭 감소시켰다. 또 매몰 마릿수를 한 곳당 500마리 이내로 매몰 처분하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세워 침출수 유출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제역 예방에는 생석회가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한별팜텍 이승윤 박사는 "생석회는 물과 만나면 고열이 발생하고, 강알칼리이고, 분말로 사용할 수 있어서 겨울에 어는 문제를 피할 수 있어 겨울철에 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옥천군의 경우 지난 2011년 이후 지금껏 구제역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옥천 지역 대부분 지하수에는 석회질이 다량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옥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원인으로 지하에 분호된 석회질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이러한 결과로 미뤄볼 때 구제역 침출수 유출로 인한 2차 환경오염은 매몰 방식의 문제라기보다는 처리 과정과 관리 부실 등에 의한 피해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기존의 매몰 방식만을 문제 삼고 무작정 새로운 대안을 내놓기보다 종전의 방식에서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를 인지하고 고친다면 막대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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