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은 핸드백을 침대에 집어던지고 큰대자로 드러누웠다.
“계약결혼. 참 재미있겠다.”
소영의 입가에는 간간히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백속에서 폰을 꺼내 나영이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 계약결혼은 언니가 처음이야?”
“무슨 얘기야. 계약결혼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야.”
“우리나라에서?”
"황진이와 처음 계약결혼한 사람은 선전관 이사종이란다. 이사종이가 사신으로 송도를 지나다가 천사원 냇가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황진이가 그 노래에 빠져 들었지 뭐니. 그래서 황진이가 개성에 이사종이라는 사람이 노래를 잘 부른다는데 그 사람인가 알아보게 하였는데 정말 이사종이었다는 거야. 그래서 황진이가 이사종을 찾아가서 서로 마음속에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같이 잠을 자면서 당신과 6년을 살아야 겠소 라고 말하자 이사종이 그렇게 하자고 대답을 했고, 황진이는 문서로 3년은 당신집에 살고 3년은 우리 집에 살며 6년이 지난 다음에 헤어지자고 쓴 뒤에 도장을 찍었다지 뭐니.”
“그래서 약속을 이행한 거니?”
“그렇지. 황진이는 이사종의 집에 3년동안 먹고 살 돈을 가져가서 살다가, 3년 후 이사종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살았으며, 6년이 지난 후에는 깨끗이 헤어졌데.”
“그랬구나! 황진이가 참 똑똑했나봐!”
“그럼, 황진이는 이사종과 6년을 살았다가 대제학을 지낸 소세양과는 30일간 시한부 계약 부부가 되었지. 황진이와 30일간을 살다가 헤어지려하니 못내 아쉬워하던 소세양이 ‘내일 아침 서로 이별한 후에는 그대 그리는 정 푸른 물결처럼 끝이 없으리’라는 시를 읊으니 황진이가 이틀을 더 머믈게 하고 헤어졌지만 삼십일 같이 보낸 부부지만 유명한 시 는 아직도 나는 잊지 않고 있어. 너도 이 시를 알지?"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도려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오른님 오시는 밤이거든 구비구비 펼치리라
“그래, 이 시가 소세양을 두고 지은 시니?”
“그렇다니까. 황진이가 일주일동안만 부부가 된 적도 있어. 이생이란 남자인데 황진이가 금강산 유랑을 하고 싶어 하여 일주일간 부부가 되자며 두 사람이 함께 금강산을 돌아다녔는데 갈 때 이생이 먹을 것을 짊어지고 갔다가 여행도중 식량이 떨어져서 배가 고프니까 곳곳의 절을 돌아다니며 몸을 팔아 이생을 먹여 살리고 여행이 끝나고 헤어졌어. 샤르뜨르도 보봐르도 모두 계약결혼을 했다가 헤어지고 또 부부로 살며 인생을 아름답게 보냈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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