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과 이에 따른 기상재해의 발생빈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그 강도도 점차 거세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산업의 발전, 인구 및 자동차 증가, 연료사용 범위 확대 등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으나, 아직 정확한 규명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예년과 달리 기상이변으로 인한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기상이변은 한반도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95년 이후 매년 크고 작은 물난리를 겪은 것을 비롯, 태풍 『루사』나 『매미』와 같은 초대형 태풍에 의한 천문학적 피해를 가져왔다.

특히, 1996년 이후 계속된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영서북부지방의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는 기상용 슈퍼컴퓨터의 도입 필요성을 유발했고, 기상청에서는 1999년 6월 슈퍼컴퓨터 1호기에 이어 지난해부터 슈퍼컴퓨터 2호기를 도입, 기상예보에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기상용 슈퍼컴퓨터의 도입으로 기상청의 단기예보 정확도는 다소 높아졌다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집중호우에 대한 양적 예보는 물론, 그 현상과 강도의 정확한 예측은 여전히 기술적 한계로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슈퍼컴퓨팅 파워의 한계와 함께 좀 더 정확한 각종 기상관측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가 오겠다'는 예보가 갑자기 '비가 내리지 않겠다'라는 예보로 변경되거나 반대로 '비가 오지 않겠다'는 예보가 몇 시간 후에 호우특보가 내려질 정도의 호우로 쏟아져 내리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보아왔다.

이는 슈퍼컴퓨터 도입 이후에도 기상예보의 정확도가 생각보다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반증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기상청이 지난달 31일부터 시험 운영에 들어간 디지털예보 대국민 서비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디지털예보란 한반도와 부근해상을 포함하는 영역을 바둑판 모양으로 나눈 약 3만 8,000여 개 지점에 대해 3시간 간격으로 48시간까지 기온, 날씨 등 12개 기상요소에 대하여 정량화 된 예보를 말한다.

이에 따라 종전의 시· 도· 군 단위 예보가 읍·면·동 단위의 예보로 세분화됨과 동시에 강수량, 적설 등 각 기상요소에 대해 정량적인 예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의 기상예보에 대한 편익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레저·건설·수자원·농업 등의 산업과 보건·환경 등에 접목하여 활용함으로써 산업 생산성 향상, 고부가가치 창출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상청은 디지털 예보 서비스를 실시하게 된 배경을 "국민의 생활과 의식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기상정보에 대한 요구수준이 높아져 상세하고 정량화된 기상정보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슈퍼컴퓨터 도입으로 인해 향상된 기상예측 능력으로 디지털 기상예보 기반의 구축이 가능해졌다는 자신감도 포함된 듯 하다.

우리는 지금 일상생활 중에서 과학기술이 가져다 준 커다란 혜택 속에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는 기상도 마찬가지다. 기상도 과학이며 생활화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기상재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평소 기상을 생활화하는 마음가짐이 절실하다. 이는 기상청 혼자만의 몫은 결코 아니다. 교육당국과 기상당국, 행정당국은 물론, 가정에서의 협조가 잘 조화를 이루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지난 여름 기상청의 강수 예보가 빗나갔을 때,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이를 비난하는 의견이 봇물을 이룬 적이 있었다. 그러나 평소에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가 예보가 틀리거나 휴가철 날씨를 알아보기 위해 반짝 관심을 갖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비난도 관심에서 시작될 수 있다. 기상청의 디지털 예보 실시를 계기로 기상현상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생활화를 기대해 본다. 여기에는 당연히 좀 더 정확하고 빠른 기상예보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