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계약결혼의 실패 확률은 10%
(8) 계약결혼의 실패 확률은 10%
  • 박정수 소설가
  • 승인 2005.11.0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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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은 학창시절에도 항상 생활방식이 계산적이었다. 학교에서 숙제를 내주면 나영은 벌떡 일어나 ‘선생님 숙제를 해오면 선생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 주실래요?’하고 조건을 달았다. 그래서 선생은아주 어릴 때 부모로부터 전수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는 방식이 꼭 댓가성을 요구했다. 이것을 해주면 너는 나에게 무엇을 해 주겠는가 라는 복성이 깔려 있었다. 부모에게도 내가 학교에 갔다 오면 무엇을 해 주겠는가 하고 조건을 달았고 심지어는 선생이 숙제를 흑판에 써 놓으면 ‘선생님 숙제를 해 오면 선생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 주겠는가’하고 주위를 어지럽혔다. 이런 행동은 모두 엄마로부터 배웠다.

나영은 이런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항상 자신감이 넘쳐 흘렸다.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도 상대에서 조건을 허락하면 밤을 세워가며 해냈다. 그 실례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문을 두들겼는데 고급자동차 세일즈을 지원했던 모양이다. 면접 보는 자리에서 그녀는 당당하게 한달에 3건을 판매할 테니 회사는 나에게 무엇을 해 주겠는가 하고 요구했다. 항상 자신감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반면, 접근하려는 친구들이 많지를 않았다. 

  오미도 좋은 남자를 구해 달라고 매달리고 싶었지만 또 요구사항이 있을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나영이가 밥을 샀으니 커피는 소영의 차례였다. 물론 밥값이 많기 때문에 차 이외에 3차도 고려하고 있었다.

  차를 앞에 둔 나영은 다시 계약부부의 자랑을 털어놓았다.

  “살아보고 결혼하는 것이 좋아. 속속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은 10%야. 그 계약 기간에 확실히 남편 될 사람을 잡아두는 거야. 그렇게 하면 편할 수가 있거든”

“얘, 정말 너는 대단하다. 나는 못할 것같아. 그런데 어떻게 계약결혼이란 걸 생각했니?”

“사실은 말이야. 시작은 유부남부터 하게 되었어. 인터넷에서 한 남자를 알게 되었는데 한두 번 만나고 나니 마음이 끌리지 않겠니. 그래서 주말에 한번씩 데이트를 하기 시작하면서 어떻게 보았던지 이혼을 하고 같이 살겠다고 매달리지 않겠니. 그래서 조건부로 주말부부로 하자고 제안을 했지. 나와 주말부부를 하려면 내 통장으로 천만원을 입금시켜라. 그런데 만약 부인이 알면 이 돈은 내가 갖는다. 두 번째는 임신은 하지 않기 위해서 콘돔을 사용한다. 셋째는 나의 행동에 일체 구속을 한다거나 침해를 하지 않으며 넷째는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만 계약이 성립되며, 내가 결혼할 때는 통장을 본인에게 돌려준다는 전제조건으로 했거든.”

소영은 나영의 말에 깊숙이 빨려들고 있었다. 얼굴색 하나 붉히지 않았다. 계약부부란 소영이가 알고 있기에는 대학촌에서 자취생활을 하는 동안 돈이 많이 드니 반반씩 지불하기 위해 동거한다는 말을 들었어도 유부남과의 주말부부를 했다는 나영의 말에 소영은 더욱 냉정해졌다.

“네가 손해잖아.”
“손해? 뭐가?”
“네는 처녀잖니?”
“거기에 표시가 있니? 사랑하는데 손해고 뭐고 따질게 뭐니. 사랑하면서 인생을 배우고 어차피 결혼해도 그 나이에 처녀로 있었겠니 하는 남자들의 사고방식이야. 네도 결혼해 봐라. 옛 애인이 있었느냐니, 경우에 따라서 몇 번이나 했느냐고 물을 지도 몰라. 누가 당신에게 첫 경험이라고 하지 몇 번 경험을 했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니?”
“그렇기는 해. 정말 재미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니?”
“나는 말이야. 천만원 벌었지. 어느 날 핸드폰에 찍힌 메일 때문에 들통났지 뭐니. 미련없이 헤어졌지. 어차피 헤어져야할 운명이었기에 미련은 있지만 경험이었으니까. 내가 입고 다니는 옷이랑, 반지, 목걸이도 모두 그 이가 사준 거고, 무엇보다 유부남을 사랑하니까 불안하다는 것 빼고 좋더라. 아기를 안 갖는다는 전제조건이었기에 섹스가 하나의 스포츠로 생각했어. 머리끝까지 땀을 쭉 빼고 나서 샤워를 하고 한잠을 자고나면 몸이 한결 가볍다.”

나영은 과거를 회상이라도 하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는 핸드백을 들고 일어났다.

“나 이럴 때가 아니야. 어디를 가야겠거든.”
“그래, 오늘 너무 재미있었다.”

소영은 나영이와 헤어지자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어머니가 등 뒤에서 말했다.

“잘됐니?”

소영은 대답대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남자들은 애나 어른이나 젊은 것을 좋아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네가 항상 젊은 게 아니다. 입에 맞는 떡이 어디 있니? 서로 부족함을 메우면서 의지하고 사는 거야.”
“엄마도, 신경 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께.”

소영은 신경질적으로 대답하고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면서 중얼거렸다.

“나도 계약부부로 살가 보다. 총각도 좋고 유부남도 좋다. 허리만 시럽지 않으면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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