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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호는 선생님이 바보라고 말했다. 아무리 이해를 해도 사람을 죽이는 것이 미화된 것 같아 싫었다. 주인공은 사람을 죽인 것을 후회했다.

“죽은 자의 생명은 누가 보상하는가? 죽인 자가 후회한다고 되는 일인가,” 광호는 선생님에게 그렇게 감상문을 못쓰는 이유를 대고 대들었다. 그런데 광호는 지금 와서 생각을 바꾸고 죄와 벌의 라스꼴라니꼬프가 한 짓과 같은 짓을 하려고 하고 있다.

마음속에서 살아 있는 양심은 소리쳤다. 나이를 먹어 가고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물욕이 생겨서 그렇다고도 했다.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뱀처럼 마음속에 기어 다녔다. 작부의 하얀 속살이 있어서 그렇다고도 했다. 할머니는 무당의 살기가 있는 손자를 조상에게 빌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젊은 나이에 돈과 여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도 혼동하고 있었다. 라스꼴라니꼬프를 흉내내려는 증상이 점점 심화되어 가고 있었다. 감상문을 쓰는 이유를 선생님은 설명했다.

“살인 후에 양심의 가책을 받지,”
“양심의 가책은 누구나 있습니다.”
“완전 범죄를 하고도 자수를 하잖아,”
“완전 범죄요, 완전 범죄는 없습니다.”
“라스꼴라니꼬프가 스스로 후회하는 것이 감동을 주지,”
“죽은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후회로 됩니까?”

선생님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소설일 뿐이라고 했다. 광호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소설은 거짓말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때로는 광호 생각도 고리 대금을 하는 자는 죽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기는 하다고 했다.

“나쁜 사람이 고리대금 업자뿐인가?”

나쁜 사람은 이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 돈을 꾸어 주고 안 갚는다고 닦달을 하는 사람이 광호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어디 돈 꾸어 준 사람이 나쁜 사람인가. 고마운 사람이지,”

노름꾼들에게도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장사꾼들은 은행돈을 못 빌려서 망하기도 한다.

돈을 못 빌리면 작부를 만날 수 없다. 필요하니까 꾸어 쓰고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는 것이 돈 빌린 사람의 마음이다. 돈을 빌릴 수만 있다면 많이 빌려서 작부를 사랑하고 싶었다.

작부가 저녁에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것이 불확실하기도 했다. 납치는 나쁜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나쁜 사람은 누구인가, 광호는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세인’ 이라는 영화 속에서 악당은 ‘아란낫트’ 에게 권총을 겨누었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그래, 쏠 테면 쏘아라,”
“권총을 내려놔, 가진 것을 전부 버리고. 그렇지 않으면 네 애인을 죽이겠다.”

총을 든 악당은 순순히 말을 들으라고 소리친다. 악당에게 잡힌 여배우는 어쩔 줄 모르며 시키는 대로하고 있었다.

‘아란낫트’ 는 자기의 총을 버렸다. 악당은 이제 자기 맘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속의 악당은 ‘아란낫트’ 에게 반드시 졌다.

악당은 죽지만 ‘아란낫트’ 는 언제나 이기고 살아 남았다. 모든 영화가 그렇다. 납치범은 그 죄 값을 반드시 받고 죽거나 교도소로 간다. 권선징악의 결과론이다. 뻔히 아는 이야기로 늘 관객을 속인다.
광호는 모두 아는 이야기라고 선생님에게 대들었다. 그러면서도 ‘아란낫트’ 를 좋아했다. 감상문이라는 것을 못쓰는 이유를 확실히 말했다. 선생님은 어이가 없어했다. 모자라는 사람으로 보기 시작했다.

천재가 아니면 바보 중 하나로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바보로 보고 있었다. <죄와 벌>의 라스꼴라니꼬프처럼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살이 낀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앞에 붙은 코가 깨진다고 무당은 말했다. 작부는 총에 맞아 죽은 케네디를 좋아했다. 광호는 악당은 반드시 죄 값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좋은 사람이 죽는 것은 살이 끼여서 그렇다.

작부가 살이 안 낀 여자였으면 좋겠다. 저녁이 되면 사람들은 집으로 바쁘게 돌아간다. 손목 시계를 그 시간에 맞춰놔야 한다. 몇 시가 좋은지는 시계가 알아서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되자 광호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광호는 집으로 갔다. ‘아란낫트’ 가 입었던 청바지를 입고 군용 구두를 신었다. 그리고 작전개시를 위한 출발을 하기 위한 준비를 어머니가 모르게 했다. 작전계획에 없었던 보름달이 산 위에 떠올랐다.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았다. 그이 얼굴이 밝게 빛나고 있지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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