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계약서 제1조, "우리는 남남이다"
(7) 계약서 제1조, "우리는 남남이다"
  • 박정수 소설가
  • 승인 2005.10.28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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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를 쓰고 공증을 받았다. 계약서 제1조는 우리는 남남이다. 그러기 때문에 어떠한 강요도 할 수 없다. 제2조 밥과 빨래도 각자가 한다. 단 일요일은 여자가 하고 설거지는 남자가 한다. 제3조 방세, 전기세 수도세 기타 공과금은 반반씩 문다. 제4조 아기는 가지지 않는다. 단 성생활을 할 때는 콘돔을 사용하고 먼저 강요하는 사람이 화대를 지불한다. 제5조 각자가 필요한 물건은 각자가 조달하고 사생활을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 제6조 언제든지 두 사람중 한사람이 헤어지자고 할 때는 미련없이 헤어진다. 제7조 ............”

“야, 거창하다. 그게 두 사람 사이에 이루어질까?”

“그럼, 섹스할 때는 모든 걸 잊어버린다. 한번은 섹스를 하면서 나 사랑해? 하고 묻잖아. 그래서 무의식중에 응, 사랑해 하고 말했더니 끝나고 난 다음에 나 사랑한다고 했잖아. 하고 달려드는 것 있지. 그런 일이 없다고 딱 잡아떼었지. 여자는 그게 문제야.”

“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매일 귀찮게 할 텐데.”
“그래서 우리는 섹스를 하고 싶다는 표현을 말로 하지 않는다. 봉투에 돈을 넣어 침대 위에 올려놓는다. 싫으면 도로 침대에 올려놓고”
“키스하자고 할 때는?”
“키스는 서비스야. 방을 청소했다거나 하면 보너스.”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니?”

“사생활이잖아. 그런데 밤 10시가 되어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안 들어온다는 표시이고 반드시 전화를 해서 늦은 이유를 밝혀야 한다. 그래서 마지막 계약서에 제10조에 우리는 의무를 성실히 지키며 이를 위반하였을 시에는 일금 3천만 원을 지불한다. 이를 증하기 위해서 일금 3천만 원을 계약금으로 공증한다.”
“그래서 3천만 원을 공증했니?”
“그럼, 그래서 결혼하면 그 돈으로 결혼하고.”

소영은 나영에게 깊숙이 빠져들고 있었다. 어차피 부부란 돌아누우면 남남이다. 한 방울의 피도 섞이지 않는 남남끼리 살아보고 싫으면 헤어지는 것도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러나 별을 보아야 별을 따지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영은 핸드백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제 결혼도 하게 되면 제2세를 위해 끊어야겠다며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잠시 두 사람은 침묵이 흘러갔다. 주인 소설가가 카운터에 앉았다. 나영이가 소영을 꾹 찔렀다.

  “저 사람이 소설가야?”

소영이가 고개를 돌려 카운터를 쳐다보는데 소설가가 눈이 마주치자 먼저 인사를 했다. 한때는 잘 나가던 소설가였다. 우연히 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부자가 되었다. 나이가 벌써 마흔이 넘었는데도 시집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가끔 남자가 그리우면 엔조이는 하는 모양인데 그녀의 소설 대부분이 “혼자 사는 여자” 등 결혼을 부정적인 글들이 많다.  

  “얘, 저 사람도 무척 남자를 좋아하는 모양이더라.”
  “네가 어떻게 알아?
  “나와 잠자는 남자가 소설가이거든.”

  나영의 말에 소영은 의자를 바싹 당겨 앉았다.

  “소설가?”
  “응,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밤에는 글을 쓰는데 매번 쓸 때마다 이번 일만 잘 되면 나영에게 다이야 쯤이야 문제가 있나? 하고 바람을 넣는다. 책도 팔리지도 않으면서 매일 기와집을 지었다가 부수고, 그렇지만 생활력은 대단한 편이야.”
  “그렇구나. 언제 네 남편한테 싸인이라도 부탁해야겠다.”
“그렇지만 네를 소개시켜 주지 않아. 우리 남편이 네를 보고 반해 버릴까봐.”
  “얘, 설마, 그럴 리는 없을 때니 마음 놓아. 그런데 저 소설가 말이야. 독신주의자니?”
“아니야. 여러 남자가 지나갔겠지. 잔디도 밟은 잔디가 죽지 않고 살아난다. 내가 살아보니까 여자는 크면서 성숙한 여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같아. 가끔 남자의 품속에서 잠들고 나면 어느새 이만큼 더 컸는 것 같기도 하고.”

  나영도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아니면 이런 말을 들어서인지 많이 달라 있었다. 좀처럼 화장을 하지 않았던 나영은 파운데이션도 바르고 제법 나름대로 가꾸려고 머리에 코팅까지 했다. 여자는 가꾸기에 따라 변하는 화초라사인지 여자다워진 나영을 소영은 오랜간 만에 쳐다보고 있었다.

  “너 많이 예뻐졌다!”

  소영은 부러운 눈으로 나영을 쳐다보았다.

  “남자 것을 먹으면 예뻐져. 네도 어서 결혼해야지. 내가 결혼할 때 부케는 네가 받아.”
  “싫어. 받고나니 마음이 떨려서, 그렇다고 임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나 잡아. 덜된 인간을 고목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 재미도 있다. 솔직히 말해서 결혼하려는 남자는 내가 만들었어. 가진 것이라고는 부랄 두 쪽밖에 없었지만 처음에는 건달이었지. 그래서 취직하면 계약부부가 되고, 또 얼마 돈을 모으면 첫 관계를 맺고, 이렇게 그이에게 희망을 주었더니 실천에 옮기더라. 이번에도 책이 만권 팔리면 결혼하겠다고 했더니 아주 열심히 글을 쓰더니 문학상인가 받게 되어 그 기념으로 결혼하는 거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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