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계약결혼해 봐, 항상 웃고 살아
(6) 계약결혼해 봐, 항상 웃고 살아
  • 박정수 소설가
  • 승인 2005.10.26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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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은 옷을 훨훨 벗고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몸을 들여다보았다. 풍만한 가슴이 터질 듯햇다. 두 손으로 가슴을 쓰다듬으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 인간이 온 전신을 애무하면서, 딸기부인 같다고 가슴에 침칠을 잔득하던 그때를 생각했다. 나이 서른이 되어서인지 가슴이 쳐진듯했다.

“이제 꽃은 시들어지기 시작하는데 누가 꺾어줄 인간이 없단 말인가. 다음에는 병신만 아니면 승낙해 버려야지”

소영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입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손가락에 꿀이라도 빠듯 깊숙이 집어넣었다가 다시 밀어 넣기를 십여 차례 하다가 침대에 벌컹 들어 누웠다. 팬티가 축축이 젖어 두 손으로 허벅지 아래로 끌어내렸다.

소영은 그럴수록 결혼을 하고 싶었다. 어서 지옥같은 집을 뛰쳐나가서 남자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화장대 위에 둔 핸드백에서 벨이 울렸다. 소영은 액정에 뜬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란 기색이었다. 계약결혼으로 청담동에 살고 있는 나영이었다.

나영은 드라마<초대>에서처럼 결혼을 고려하며 서로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동거를 하고 있다. 이들은 계약서를 작성한 후 일정 동거기간을 거쳐 서로에 대한 확신이 선다면 결혼에 이를 생각해 보자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에는 기본적으로 계약기간, 경제적인 부담, 성관계, 가사분담, 위약금. 계약파기의 조건. 계약파기시의 위자료 등을 명시했다. 계약결혼으로 인연을 맺은 커플은 법적인 부부의 의무가 아니라 계약상의 의무를 지니며 3년째 살고 있다.

계약 결혼이라는 말은 미국의 린지 판사가 “우애 결혼”이라는 말로 제안을 하였고, 그 이전에는 샤르트르와 보봐르 사이의 관계에서 계약결혼이 시초가 되었다.

“나영이니? 정말 오랜만이구나!”

나영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경쾌해 보였다. 항상 눈웃음에 많은 남자들을 달고 다녔던 나영이다. 남자들은 눈웃음치는 나영을 좋아했다. 눈웃음은 그냥 웃음에 비해 여러가지 뜻을 품을 수 있다며 장황하게 자기의 매력을 털어 놓곤 했다. 말없이 얼굴로 웃는 웃음은 여자에게서 더 없는 매력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며 뽑낼 때 소영은 좋은 것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며 매력을 감추게 했다.

눈가 주위에 일찍 주름이 생겨. 핑클에 이효리가 눈웃음 잘 짓는데 젊은 나이에 눈가에 주름이 있잖니? 그리고 똑바로 살아라 인가? 하는 시트콤에 나오는 그 눈웃음의 대가(?) 한 여자 나오지 티비를 잘 안 봐서 연예인 이름은 잘 모르지만 . 그 여자 눈웃음이 하도 예뻐서 나오면 너 생각만 한다고 말하자 나영은 주름살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눈웃음 짓는 사람은 사랑을 노래하며,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은 눈웃음을 짓는다. 그 눈웃음은 낭만을 부르며, 꿈을 잉태하며 모든 것을 포용하느니 '내가 너의 뒤에 있는데 넌 왜 뒤를 돌아보지 않니‘하고 자랑을 늘어놓는 친구였다.

“요즘 헌팅은 잘 되니?”
“헌팅? 병신이라고 잡고 싶을 뿐이다.”
“안됐다. 계약결혼해 봐. 항상 웃고 산다. 어제 밤에는 그이가 내 옆에 와서 눕는다. 그래서 손을 내밀었더니 일금 삼십만 원을 받았지. 나는 공짜로는 안 해.”
“그래도 남자가 재미있다고 하겠니?”
“재미? 그런 것 몰라. 지금까지 화대받은 것만 오백만원이나 된다. 어디 쓸지는 생각도 안해봤구. 그런데 말이야. 그 인간은 나에게 주는 것은 나중에 자기한테 다시 가지고 올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천만에 말씀. 어제는 하숙비를 받았거든, 우리 내일 만나. 내가 한턱 쓸게.”
“그래. 거기 있잖아. 소설가가 한다는 음식점. 거기 싸고 맛있더라.”
“좋아. 그 친구도 부를까. 미애?”
“미애? 한동안 만나지 않았는데 이혼한다더니 했니?”
“소식이 깡통이구나. 신혼여행이 곧 이혼식이었잖아.”

소영은 미애의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았었다. 그 부케를 받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깜박 잊어먹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시 찾으려 갔더니 누가 집어갔는지 없었다.

“그랬구나. 나도 너처럼 계약부부로 살아볼까?”
“그래봐 나는 내년에 시집갈 생각이야.”
“그 사람하고?”
“ 아직 생각중이거든,”
“지금 동거하고 있는 사람과?”
“그건 작아. 그렇지만 귀엽다.”

남자는 코가 크면 그것도 크고 여자는 입이 커면 그것도 크다고 하듯이 나영의 입은 다른 여자에 비해 큰 편이다. 잡지에서 이런 것은 터무니없는 말이라며 여자는 손발이 작아야 그것도 작다고 어느 비뇨기과 의사가 말했다. 소영은 자신이 작은지 큰지 모른다. 그것이 결혼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소영은 생각했다.

소영은 나영과 함께 여류소설가가 경영하는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 집에서 만났다. 이 집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었다. 이모가 차려주는 밥상과, 고모가 차려주는 밥상, 그리고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이 있는데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이 제일 비싼 편이다. 나영은 이모가 차려주는 밥상을 주문했다.

“너희들은 만난거니?”
“소개로 만났는데 피차 서로 잘 모르잖니, 그래서 살아보고 결혼하자고 했지.”
“궁금하다. 계약부부는 어떻게 하는 건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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