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각지대 자식에게 폭행당하는 노인들
스크롤 이동 상태바
법의 사각지대 자식에게 폭행당하는 노인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1 TV ‘사랑과 전쟁’ 부부클리닉위원장 이재만 변호사 통해 집중분석

▲ ⓒ뉴스타운

얼마 전 부모가 어린 자식을 때려 사망케 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우리사회가 큰 충격에 휩싸였었다. 수많은 국민들은 그 부모에게 울분의 비난을 퍼부었다. 많은 어른들이 세상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며 무서운 세상이 됐다고 슬퍼했다. 우리사회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자식에게 폭행을 당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아파트에 살던 50대 딸이 상속 문제로 갈등을 빚던 70대 노모를 때리고, 집에 불을 내려다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 법원은 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범죄 사실은 모두 인정됐지만, 어머니가 자식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간곡한 뜻을 밝혔고 딸은 풀려났다.

이렇듯 ‘노인학대’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폭행수위는 물론 학대 유형도 다양해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국회에서 노인 학대를 방지하는 법이 발의됐을 정도다. 이는 우리사회가 노인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확한 세태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사회는 이미 초 고령사회로 진입한 상태다. 60세는 청년 70세는 장년 취급받는 세상이 됐다.

문제는 700만명에 이르는 ‘베이부머’세다다. 시대적 상황이 부모를 봉양하는 것을 의무처럼 살았지만, 자식에게는 봉양을 받지 못하는 세대가 바로 지금의 노인계열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과거 한국에서의 노인이란 존재는 자녀에게 의해 봉양 받는 존재였다. 때문에 정부나 법의 개입의 필요성이 그다지 절실하지 않았다.

또한 어른에 대한 공경을 매우 중시하는 국가적 풍조로 인해 노인에게 어떠한 형태의 상해를 입힌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사실상의 공적인 차원의 제재가 불필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산업발전을 통해 야기된 핵가족화로 인해 가정의 노인부양기능은 급격하게 쇠퇴했다. 이로 인해 지금은 노인학대라는 새로운 범법행위가 급속 화 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법조계의 반응이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KBS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의 부부클리닉위원장을 맡아 가정문제, 가족문제 등과 관련 명쾌한 해석과 법률상식을 전파해온 법무법인 ‘청파’ 이재만 대표변호사와의 Q&A를 통해 법률적 문제를 심도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Q. 세상 태어나 누구나 노인이 될 텐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노인학대 사건들을 보면 매우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노인학대’라는 정의부터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A. ‘노인학대’의 종류로는 ‘학대’와 ‘방임’이 있습니다. ‘학대’에는 신체적인 학대 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나 욕설 같은 언어적 학대, 착취가 포함되구요, ‘방임’ 즉 마땅히 돌보아야 하는 경우임에도 적극적으로, 혹은 소극적으로 돌보지 않는 경우도 큰 의미에서 ‘노인학대’에 포함됩니다.

Q. 아시다시피 지금은 노인의 기준이 애매합니다. 법적으로의 노인과, 실제 우리사회에서 보여 지는 노인의 기준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70세도 장년취급 받는 세상이 됐습니다. 고령사회의 현수소라고 봅니다. ‘노인’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A. 시대가 변하면서 노인의 기준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50세면 노인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70대도 장년 취급을 받곤 합니다. 얼마 전 UN청년보고서에서는 18세부터 65세까지는 청년, 66세부터 79세까지는 중년, 80세부터 99세까지를 노년이라고 보기도 했습니다. 우리 법을 살펴보면, 노인복지관 이용자격은 60세부터, 노인고용정책에서는 55세부터를 노인으로 보고 있는 등 기준이 불명확합니다. 하지만 노인에 대한 기준이 되는 법인 노인복지법(1997)에서는 65세를 노인으로 규정하여 지하철 무료이용 등의 혜택도 65세를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으므로 우리 법제상 노인의 기준은 65세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이에 대하여 노인으로 정의되는 연령을 70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은 실정입니다.

Q. 그렇다면 노인복지법상 ‘노인학대’는 어떻게 정의하고 있습니까.

A. 노인복지법에서 '노인학대'는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정신적·정서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자하는 학대 유형은 신체적 학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체적 학대는 물리적인 힘이나 도구로 노인에게 신체적 또는 정신적 손상, 또는 장애를 유발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경기복지재단이 2014년 도내 3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학대신고 428건의 사례를 활용해 65세 이상 노인들의 학대 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체적 학대(37.4%) 정서적 학대(22.8%) 방임(22.5%) 순이었고 학대 장소는 85%가 가정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Q. 노인복지법에 따라 노인을 학대하면 처벌 받게 될 텐데 현행법상 처벌기준은 어떻게 돼 있습니까.

A. 노인의 신체에 상해를 입혔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또 노인을 상대로 폭행, 상해, 성폭행, 성희롱, 유기, 방임, 구걸을 하게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노인을 위해 증여 또는 급여된 금품을 갈취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Q. 이런 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회에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녀로부터 이미 상속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불효자 방지법’의 입법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그렇습니다. 지난 해 한 야당의원이 발의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아직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 이 법안은 부모 재산을 상속받은 후 부양을 책임지지 않는 자녀들을 법으로 규제해 부모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목적입니다. 과거 법무부도 2013년 이와 같은 내용의 민법 개정안 시안을 만들어 놓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바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입법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Q. 현행 민법 556조는 자식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나 형법상 범죄행위를 저지를 때만 부모가 재산 증여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맞습니다. 그러나 개정안은 여기에 ‘학대와 그 밖의 부당한 대우’가 있을 때까지를 포함시켰습니다. 그리고 자녀에게 한 번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게 한 민법 558조를 개정해 증여한 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부모가 증여를 해제할 수 있는 기간도 자녀가 홀대한다는 사실을 안 지 6개월 이내에서 1년 이내로 늘렸습니다.

Q. 말씀을 듣고 보니 우리나라가 유교적 전통이 강하고 효를 강조하는 역사를 갖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법이 현실을 쫒아가는 형국이군요.

A.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가족 분화가 심화되면서 부모 자식 간 부양 문제를 놓고 불화를 빚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물론 천륜을 법으로 강제하는 시대가 주는 씁쓸함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고 상대적으로 사회 약자인 노인들이 폭력에 시달린다면 이 또한 정상적인 사회구조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적어도 늘어나는 노인학대를 방지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주로 노인을 학대하는 사람은 누구며, 어떤 연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지요.

A. 이는 통계자료를 인용해 볼 수 있겠는데요 경기복지재단이 2014년 도내 3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학대신고 428건의 사례를 활용해 65세 이상 노인들의 학대 실태를 분석한 최근 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먼저 학대피해 노인을 보면 주로 70대(73.5세)· 여성(71.3%)이었습니다. 또 교육수준은 낮고(초졸 이하 66.1%) 대부분 무직(92.1%)이며 사별한 경우가 절반(46%)을 차지했습니다. 노인학대 주 행위자는 연령대별로는 50대(31.3%)와 40대(23.9%)가 많았고 성별로는 남성 64%, 여성 36%로 나타났습니다. 주 행위자가 남성인 경우 학대 노인과의 관계는 아들(60.8%)이 가장 많았고, 여성인 경우는 딸(55.2%)이 가장 많았습니다. 아들·딸 이외 학대자는 며느리(6.1%) 타인(3.3%) 손·자녀(2.1%) 등이었습니다.

학대자들의 학력수준은 고졸 이상(67.8%)에 10명 중 1명은 알코올중독자였고 52.1%가 중산층 정도의 소득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족구성 형태별 학대는 자녀와 동거하는 경우가 33.4%로 가장 많았으며 이 경우 신체적·정서적 학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통계를 접하니 참으로 서글픈 사회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Q. 그렇다면 우리사회가 무관심한 동안 곳곳에서 노인학대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인데 학대 발생빈도는 어떻습니까.

A. 매년 노인 학대 신고는 1만 건이 넘고 있습니다. 학대발생빈도 역시 '매일'이 42.1%로 가장 높고 '1주일에 1회 이상'이 28%였고 지속기간은 '1년 이상 5년 미만'이 34.3%로 거의 매일 장기적으로 노인학대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정과 사회에서 노인을 홀대하거나 학대하고 유기하는 것과 관련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개탄하면서 비윤리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온 일이지만, 이러한 상황을 노인학대로 인식하여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사실 부모 자식 간의 문제가 폭행으로 귀결된다는 것, 특히 자신을 길러준 부모를 폭행한다는 것은 더더욱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오랫동안 가족과 가정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오신 법률가로서 노인 학대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까.

A. 노인 학대의 경우 노인들을 보호해야할 곳인 노인 요양 시설이나 가정 내에서 부양의무자인 자녀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경우에는 오히려 법에 의해 적발하거나 강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노인학대를 막을 근본적인 방법은, 오로지 부양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행동을 돌이키고, 이웃들도 주변의 노인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돕고 신고하는 태도입니다. 또 노인들 역시도 학대를 받거나 목격이 되면 112나 노인보호전문기관(1577-1389)또는 노인 학대 긴급전화(129)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보호요청을 해야 합니다. 신고자의 비밀은 법적으로 완벽히 보장이 됩니다.

여기에 더하여 국가적 노력, 즉 노인 학대 발견을 위한 관계기관의 노력과 업무 중 수시로 학대 여부를 확인하는 업무시스템의 정착, 또 노인 학대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일부 자치단체가 시행 중인 ‘안부콜 서비스’등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돼야 한다고 봅니다.

노인들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약자입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갖고 보호함으로써 노인들이 안심하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결국 앞으로 노인이 되는 젊은 세대들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Q. 듣고 보니 일명 ‘베이비부머’ 라 불리는 노인들이 700만 명이나 되는 지금의 시대가 큰 문제군요. 법이 가제돼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A. ‘베이비부머’세대는 아름답지만 슬픈 세대입니다. 700만 명이나 되는 ‘베이비부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치열하게 살면서 경제적 어려움, 정치적 독재 등을 모두 견뎌내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세운 세대입니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의 미비, 경제위기 등으로 경제적인 위협을 받고 가족에게까지 외면을 당하는 경우도 적잖이 있습니다.

한편 우리 사회가 안정기 또는 저성장 시기로 접어들면서, 자녀 세대들이 취업, 내집마련 등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저출산으로 인하여 노년 세대의 연금 등 노후 자금을 부담해야하기도 합니다. 동일한 이유로 세대 갈등이 심각한 일본과 같이,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세대 갈등이 우려됩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날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대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

Q. 그동안의 선례로 보면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정서에 ‘미운자식 떡 하나 더 준다’고 폭력을 당하고도 자식이라는 것 때문에 노인들이 참고 사는 경향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A. 앞에서 언급했듯이 노인학대 행위자의 60.8%가 아들임에도 노인들은 자식을 범죄자로 만들기 싫어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런 상황이 노인학대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합니다. 실무에서는 학대피해 정도가 심해 형사재판까지 가게 되더라도 부모의 눈물어린 선처 부탁에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는 사례가 많습니다.

Q. 변호사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노인학대를 예방하고 방지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관심이 결집돼야 할 것이라 보는데 각각의 대처방법은 어떻게 보십니까.

A. 좋은 말씀입니다. 사회적 관심이 가장 중요합니다. 말씀드린 것과 같이 세대갈등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일 텐데요, 이를 위하여 청년들은 대한민국을 일으켜 낸 노인들을 존중하고, 노인들은 자신의 잣대로 청년들을 함부로 판단하기보다 청년들을 존중하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에 더하여 출산율을 올리고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과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한편 노인학대 문제 자체에 대해서도, 우선 국민들이 노인학대 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주변에 일어나는 노인학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막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한편 정부와 정치권은 노인학대 관련 법안 또는 정책의 제정, 노인 방임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

[연재코너 목요 핫이슈] "이재만의 법률 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