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여자란 쉽게 피었다가 꽃처럼 시들어 버리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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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자란 쉽게 피었다가 꽃처럼 시들어 버리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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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은 택시를 잡아탔다. 12시에 만나기로 약속이 되었다지만 30분 늦게 도착하는 것이 좋을 듯해서 직선거리를 두고 한 바퀴 돌아가려고 평소에 많이 막히는 퇴계로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택시 기사는 룸미러로 소영을 쳐다보았다. 눈이 맞치는 순간 얼른 고개를 숙였다.

기사는 나즉한 말로 소영이에게 말을 건냈다.

“사람들로부터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지요?”

소영은 그 말이 싫지 않았다. 무조건 사람들로부터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렇지만 다음의 한마디가 듣고 싶어 고개를 들고 물었다.

“제가 어디가 예쁘다고 생각되세요?”
“눈도 큼직하고 입술이 아주 일품입니다.”
“고마워요. 그렇게 봐주셔서요. 남들도 그렇게 말을 자주해요.”

소영은 이렇게 말하면서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옛날에 내가 사귀던 여자 분도 아가씨처럼 예뻤지요.”
“그런데요?”
“딴 놈 만나 갔어요”
“꽉 잡으시지 그랬어요?”
“잡는다고 잡혀있나요. 낮에는 나를 만나고 밤에는 다른 놈을 만나는데요.”
소영은 아무 대답도 못했다. 침묵이 한동안 지나갔다. 택시는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갔다.
“그러다가 잡히면 어떻게 해요?”
“신호를 지키다가는 입금도 하기 어려워요.”
“그렇다고 위반까지 하다가 사고라도 나면 안되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기다리면 나에게 온다는 개념은 사라졌어요.”

택시기사는 피식 웃었다. 얼핏 보아 꺾어진 육십은 되어 보였다. 여자 때문에 고충이 한차례 지나간 모양 같았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걸음을 총총 딛어 놓았다. 굽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소리가 난다고 생각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얼굴을 붉히며 다시 닫았다. 대학시절 죽자고 따라 다니던 선배가 찻잔을 앞에 놓고 앉아 있었다.

‘설마, 선보겠다는 놈이 저 인간이 아닐테지.’

소영은 카페에 들어가지 않고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 또 어디 있을가 하고 한 바퀴 돌아보아도 문이라고는 하나 밖에 없었다. 그 선배는 약혼녀가 있으면서도 대학을 졸업하면 결혼하자고 교문에서 지키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카페로 끌려갔다가 약혼녀에게 들켜 따귀까지 얻어맞고 분해서 울었던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혼자 살라는 팔잔가 보다’ 이렇게 중얼거리며 대학선배가 경영하는 화실에서 수다나 떨다가 가야겠다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을 막 열고 들어가려는데 벨이 울렸다. 오늘 선을 보게 한 사촌언니였다. 소영은 다짜고짜 화를 벌꺽 냈다.

  “천당 가려면 좋은 사람 소개나 해. 어디 도둑놈 같은 사람을.............”
  “얘가 무슨 소리야. 만나기나 했니? 그런데 왜 나오지 않느냐고 연락이 왔던데, 내가 잘 알아. 그 사람 도둑놈 아니야. 얼마나 얌전하다고. 지금 대그룹에  근무하고 있는데 착실해.”
  “대그룹? 그 인간이 누군지 알아? 김춘수 그 인간이지?”
  “김춘수? 김춘수가 누구야? 그 사람은 이수진씨야.”
  “글쿠나. 미안해. 갔다가 아는 사람이 있어 그냥 나왔지.”
  ‘미안해서 어쩌나. 전화가 와서 막 화를 내는 거 있지.’
“언니 미안해.”

그 다음 말은 잊어버렸다.

“들어오지 않고 뭘 해. 공주님이 여기까지 다 오시고.”

대학 선배인 선희는 소영이보다 나이가 몇 살이나 위다. 그런데도 친구와 다름없이 서로 어려울 때 의론도 같이 하고 두 사람이 수다를 떨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몰라 했다. 선희는 결혼한 후 7년 만에 이혼을 했다. 남편이 시간강사로 조교수로 부교수가 되기까지 대학등록금부터 직장생활을 하며 남편을 키웠다. 그런 그녀가 부교수가 되면서 아이도 키워야겠고 해서 직장을 그만 두었는데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매일 피둥피둥 놀고만 있다고 핀잔을 주었고, ‘뻔뻔한 아줌마라고 말끝마다 뱉아놓았다. 그로인해 화병이 돋아났고 결국은 작년에 이혼을 했다. 그녀는 이혼을 한 후 이제 살 것같다고 결혼의 방해자 역할을 해왔던 여자다.

  “선보려 가꾸었구만,”

  선희의 입에서 굴러 나왔다. 이젠 귀신이 되어버린 듯이 먼저 선수를 쳤다. 40대에 들어서면 이제 꽃이 떨어질 때도 되겠지. 상전을 두 사람이나 모시고 있었으니 말이다. 요구 사항이 많은 남편, 보채는 아이 그래서 여자는 쉽게 피었다가 꽃처럼 시들어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뭐 커피 할래?”
  “아무거나,”

  선희는 커피 잔을 들고 자리에 앉자마자 웃어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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