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쟁
스크롤 이동 상태바
끝나지 않은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무법인 청파 대표 이재만 변호사

▲ ⓒ뉴스타운

지난 1991년 4월, 대한민국 미술계가 당대 최고의 여류 화가 천경자와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인도’라는 그림을 놓고 날 선 대립으로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관련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내렸으나, 생전 천 화백은 2003년 병환으로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천 화백은 생전에 “자기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며 “내 그림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했었다.

이후에도 위작시비는 계속됐고, 급기야는 허위사실 유포를 이유로 가족들이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소송을 벌일 상태에까지 다다랐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도 이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지금도 온갖 소문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교수(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대 미술과)가 천 화백의 법적 친자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이 또 다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는 법률 전문가인 법무법인 ‘청파’의 이재만 대표변호사를 통해 이 사건과 관련한 법적인 문제를 Q&A를 통해 심도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이 변호사는 KBS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의 부부클리닉위원장을 맡아 가정문제와 관련한 명쾌한 해석과 법률상식을 전파해 왔다. <편집자주>

Q. 우선 18일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교수(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대 미술과)가 천 화백의 법적 친자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했습니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절차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김교수는 현 소송에 대하여, 어머니의 명예회복을 위한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기 전, 권리행사를 위한 공적 지위가 필요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고, 상속재산 분쟁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한 정식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유족의 지위가 있어야 하므로, 소송에서의 법적 기반을 확실히 하기 위해 친자확인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천 화백은 생전에 첫 남편과 사이에서 1남 1녀를 두고, 두 번째 남편인 고 김남중씨를 만나 김 교수(정희씨)와 종우씨를 낳았다고 자서전에 쓴 바 있습니다. 김남중씨는 당시 법적인 부인이 있는 상태여서 김 교수 남매는 천 화백의 첫 번째 남편과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들어가 천 화백 대신 당시 첫 남편 부인이 법률상 어머니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Q. 그렇다면 천 화백이 두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남매가 김 교수와 아들 김종우 씨인데 이들은 당시 아버지가 다른 여성과 혼인 상태였던 탓에 호적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이 되는데 친자확인 소송을 통해 법률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까.

A. 그렇습니다. 모자 관계의 입증은 출산했다는 증거만 있으면 가능한데요, 김 교수는 천 화백이 집에서 낳아 기르고 함께 생활했다는 내용을 천 화백이 직접 여러 차례 글로 남긴 사실이 있으므로, 친자로 인정받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어머니의 명예 회복을 위하여 친자확인소송에 임한 것이라는 김 교수의 주장은 타당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어떤 목적이건 친자로 인정받게 되면 상속의 대상이 되므로 상속재산을 둘러싼 분쟁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천 화백의 유품 처리는 장녀 이혜선씨가 단독으로 결정해 왔고, 부산 부경대에 천 화백의 작품 및 소장품 4000여 점을 기증하기로 했는데요, 이에 대해서 김 교수가 관여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Q.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내고 일관 된 주장을 해 온 반면 천 화백은 2003년 병환으로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그림이 위작이면 국립현대미술관측에는 어떤 법적 효력이 미치게 되는 것입니까.

A. 미인도 위작 사건은 지난 199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천 화백은 ‘자기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 내 그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감정 등을 통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주장하며 이 그림이 들어간 엽서, 달력 등을 제작 판매해 수익사업을 한 만큼, 만약 미인도가 진품이 아니라고 밝혀질 경우 지금까지 얻은 수익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형사상 책임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설령 미인도가 진품이 아니라고 밝혀진다고 해도 현대미술관이 무조건 민, 형사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아니고, 현대미술관측의 고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민, 형사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만약 미인도가 위작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현대미술관에 고의, 과실이 있는지가 법적 쟁점이 될 것입니다.

Q. 반대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주장대로 미인도가 진품으로 결론나면 아니라고 주장해 온 가족들에게는 어떤 법적인 효력이 미치게 되는지요.

A. 만약 미인도가 진품으로 밝혀지고, 유족들이 진품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진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면, 유족들이 허위사실을 통해 현대미술관과 정준모 평론가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보게 될 여지가 있습니다. 여기서도 유족들이 고의, 과실을 가지고 있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그러나 천경자 화백 본인이 죽을 때까지 그림이 진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설령 검찰 조사에 따라 미인도가 진품으로 결론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유족들에게 명예훼손의 고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입니다.

Q. 지난 1991년 4월11일 현대미술관 측이 “미인도를 그린 위작범이 나타난다면 미술관이 전적으로 책임을 질 것”이라고 기자회견에서 천명한바 있습니다. 현재 미인도를 위조했다는 사람의 양심선언 및 증언, 그를 심문했던 전 검사의 증언이 나왔는데 이 경우 현대미술관 측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지요.

A. 현재 1999년 고서화 위작 및 사기판매사건으로 구속된 위조범 권모씨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달력 그림 몇 개를 섞어 미인도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위조범과 미술관의 말 중 어떤 것을 믿겠느냐며 위조범의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권모씨의 증언만으로는 권모씨가 실제 위조범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수사했던 검사의 증언으로도 권모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는 확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검찰의 조사를 통하여 위 그림이 진품인지를 파악하고 권모씨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파악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가 위작으로 판명되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Q. 유족들은 정모 평론가의 주장과 관련 “조작, 사실 은폐 행태는 91년 미인도사건 당시 현대미술관과 화랑 협회 산하 감정협회에서 천경자 화백을 탄압하려고 벌인 일련의 비논리적인 언행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 이는 천경자 화백 고인을 다시 한 번 모독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자 명예훼손’과 ‘저작권 위반’에 대하여 수사를 의뢰하고 '민사소송' 도 제기할 것이라고 지난해 밝힌 바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이러한 소송이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A. 현재 유족들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사자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이와 별개로 저작권 위반에 따른 책임과 민사소송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우선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명예훼손이란 사람의 외적 명예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런데 설령 미인도가 위작으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천 화백의 명예를 훼손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유족들은 수준 이하의 그림을 천 화백의 것이라 주장하는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편 저작권 위반에 대해서는 당연히 소송이 가능하고, 만약 위작으로 밝혀진다면 이에 대하여 민사소송도 제기할 수 있습니다.

Q. 미인도를 위조했다고 스스로 선언한 권춘식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천 화백은 눈동자에 금분을 쓰는데 나는 싼 노란 물감으로 채색했다”고 밝혔는데요. 권씨의 주장이 이 사건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까.

A. 위조와 진품 감별의 방법을 우선 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2007년 검찰은 사망한 지 수십 년이 지난 박수근, 이중섭 화백의 미술품이 위작임을 밝혀낸 바 있는데요, 당시 법원은 ‘위작 여부는 안목 감정, 과학 감정, 자료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감정위원, 미술평론가, 미술사학자들의 감정 뿐 아니라 유족들의 견해도 중요하게 고려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물감 성분분석 등 과학 감정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해당 미인도의 눈동자가 금분으로 채색되어 있는지, 싼 물감으로 채색되어 있는지는 과학 감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Q. 현재까지 김 교수 쪽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 유산다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여부에 따라서는 이복 형제간, 즉 장녀와의 유산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여 집니다. 만약이긴 하지만 유산다툼으로 이어진다면 형제간의 재산 배분(작품 포함)도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요.

A. 김 교수 측은 현재도 “어머니의 작가로서의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일 뿐”이라며 “작품이나 재산 때문에 하는 소송은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사 사건들을 보면 재산의 액수가 크거나 상대적으로 일방적 피해를 당했다고 하는 쪽에서 소송을 제기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혹여 이런 일이 발생하면 법정 소송으로 이어질 것인데 보통 이런 상황에서 가족 간 유족 간 사이가 현저하게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법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가장 옳다고 봅니다.

Q. 지난해 11월9일 천 화백 유족(장남 이남훈, 차녀 김정희, 사위 문범강, 차남 고 김종우의 아내 서재란)들이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며 현 화랑협회 산하 감정협회 소속 정모 평론가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를 중지하라며 성명서를 발표할 때 장녀 이혜선씨는 빠져 있습니다. 또 김 교수는 친생자관계존재 확인 소송과 관련해서도 이혜선씨와 의논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혹시 이런 문제가 나중에 기여도 문제나 배척 등 다른 문제를 유발 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A. 앞에서도 살폈지만, 이번 친자확인소송의 목적이 미인도의 위작 여부를 밝히고, 국립현대미술관의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지만, 결국 친자가 되면 상속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필연적입니다. 따라서 이번 소송으로 상속과 연관된 법적 분쟁, 특히 기여도에 따른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소송이니만큼, 소송 제기 이전부터 법률전문가가 다각도로 판단, 조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요 핫이슈, "이재만의 법률 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