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권상 KBS 사장 이임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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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권상 KBS 사장 이임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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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권상 KBS 사장 이임사 요약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 박권상 KBS 사장이 10일 이임식을 갖고 4년11개월만에 KBS를 떠났다.

다음은 박 사장의 이임사 전문을 요약한 것이다.

▲마침내 사장직을 물러갑니다. 지난 5년간 부족한 저를 도와 KBS를 지키고 KBS를 발전시키는데 헌신한 여러분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5년전에 바로 이 자리에서 행한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KBS는 절망과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개혁의 선구자로 거듭나야 하고, 과감한 자기혁신으로 국민이 신뢰하는 국민의 방송으로 도약해야 합니다.

그리고 ①공영방송으로서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 ②경쟁원리 도입으로 경영의 효율성 제고 ③공익적 프로그램 통해 국민의 신뢰 확보 ④정확한 보도와 공정한 논평 ⑤전통문화의 전승과 세계 문화의 도입 ⑥R&D의 과감한 투자 등을 당면 개혁과제로 제시했었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정도를 이뤘는지 그 평가는 역사에 맡기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여섯 가지의 개혁이 다 성공했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없다는 것, 특히 두 번째의 경영의 효율성 제고에 관한 한 뜻은 간절했지만 저의 力不足을 통탄치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KBS의 독립성입니다. 독립된 입장에서 뉴스와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진실성, 공정성,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어내는 것이었습니다. KBS의 독립성에 관한 한 지난 3월 4일 이 나라 최고 통치자가 KBS에 와서 각계대표들 앞에서 직접 보장했습니다.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지난 대선은 KBS가 정치적 독립성과 편성의 자율성을 이룩한 역사적 이정표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2.3% 득표차를 예측, 적중한 것을 결코 우연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할 수 없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KBS는 이제 국민이 신뢰하는, 그래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가 된 것입니다.

지난 5년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시련과 응전이 교차하는 험난한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무엇인가 할 일을 했다는 성취감속에 귀거래사를 조용히 읊게 되었습니다.

작년 수재때 605억, 연말 이웃돕기에 140억, 곧이어 대구사태에 108억이 몰려왔습니다. 전체 모금액이 183억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모든 언론기관에서 모금한 것 다 합쳐도 KBS 한군데에 당할 수 없는 성금 답지입니다. KBS에 신뢰가 달라진 겁니다.

이임사를 쓰던 지난 금요일 시청률표를 보니까, 서울지역 AC Nielson 조사인데, 9시 뉴스 시청률 22.2%(점유율 30%)인데, 상대방은 15%(21%)였습니다. 5년전처럼 8시30분 일일극에선 상대방의 절반밖에 안 되는데 뉴스는 3분의 1 정도로 뒤지는게 아니라 3분의 1 정도 앞섭니다. 역시 KBS에 대한 신뢰입니다.

지난날 선거가 끝나면 의례 KBS를 향한 비난은 '어용', '편파'와 '왜곡' 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대선 끝난 후에 KBS에 대해 고작 하는 비난이 "기계적 중립" "객관주의" 라는 알 수 없는 용어였습니다. 피상적 관찰이지요.

KBS는 어느 편에 서서, 어느 당파에 봉사하기 위해 뉴스 보도에 편파, 왜곡, 과장, 그리고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자기 의견을 뉴스로 포장해서 내보내서는 안됩니다. 저널리스트는 특히 방송의 경우 중립적이고 독립적이고 자기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됩니다.

요즘 당파적,독선적이거나 선전선동적 동기에서 세상사를 보도하고 인신공격과 허위사실 유포 등 大字報식 언론이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를 주주로 모시는 KBS는 그럴 수 없습니다.

아쉬웠던 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노사가 함께 손잡고 KBS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새 문화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 무척 안타깝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제 능력의 부족함을 스스로 탓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시끄럽고 흔들리더라도 KBS만은 흔들림없이 의연한 자세로 국민여론을 주도하는 제4부여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KBS가 갖추어야 할 조직 문화에 대해 몇 마디 고언하겠습니다.

첫째, 제작.경영의 어느 분야에서도 정직하고 정확해야 신뢰를 받습니다. 둘째, 열심히 부지런하게 일하고 그런 사람이 득보는 직장이 되어야 합니다. 셋째, 페어 플레이 정신 그리고 억강부약의 원칙입니다. 넷째 상하 선후 할 것 없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풍토야 합니다. 서로가 이해하고 단결하는 것만이 KBS를 살립니다. 다섯째, 용기가 있어야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분명,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길게 볼 때 자유라는 것은 용기있는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입니다. 다중의 힘에 눌려 부화뇌동하거나 상부의 비위나 맞추거나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채 외면하는 그런 비겁한 사람들은 자유 행복을 누릴 자격이 없습니다. 여섯째는 역시 공공봉사를 우선해야 합니다.

끝으로 꼭 한마디, 신뢰받는 KBS에서 힘있고 장엄한 KBS로 우뚝 솟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누구도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그런 위대한 막강한, 그러나 책임있는 KBS를 건설하는데 힘과 용기와 지혜를 모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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