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추천] 크고도 아름다워...여장 남자 정해원의 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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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추천] 크고도 아름다워...여장 남자 정해원의 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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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한국 패션계를 발칵 뒤집는 사건이 벌어졌다. 가수 윤복희 씨가 한국 최초로 미니스커트를 입었기 때문이다. 1967년 1월,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미니스커트를 가져온 윤복희 씨는 몇 개월 뒤 패션쇼에서 미니스커트를 처음 입었고, 그 해 발매된 앨범 재킷에도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진을 실었다.

당시 사회 반응은 냉담했다. '여자로서 어찌 그런 민망한 옷을 입느냐'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언론은 미니스커트를 입는 여성을 "민족반역자" "변태 디자이너의 노리개감"으로 표현했다. 심지어 정부마저 미니스커트 단속 법을 내놨을 정도로 미니스커트에 대한 여론은 차가웠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안 입는 이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미니스커트는 "여자로서 입으면 안 되는 옷"이었다. 여자라면 조신하게 긴 치마를 입어야지 그런 망측한 치마를 입어서는 안되는다고들 말했다.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다. 21세기의 멋쟁이 여성들은 얼어 죽을지언정 패션을 포기할 수 없다며 겨울에도 미니스커트를 입는다. 여름엔 말할 것도 없다. 너도 나도 짧은 치마를 입고 길을 나선다. 그렇다고 이들을 비난하는 이는 없다. 미니스커트는 더 이상 '여자로서 입으면 안 되는 옷'이 아니다. 그때는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안 됐고, 지금은 되는 이유는 '여자다움'의 개념이 변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사회에 의해 주입된 성적 정체성이 변했기 때문이다. 

 

유전적 형질에 의해 정해진다고 생각하는 성적 정체성의 꽤 많은 부분이 유전적 형질과 별개로 사회에 의해 정해진다. 쉽게 말해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 사회에 의해 정해진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게 있다. 첫 조카가 태어나기 전, 선물을 사기 위해 출산용품점을 찾았다. 뭘 사야 할지 몰라 직원에게 "남자아이 용품을 보여주세요."라고 물었다. 직원은 파란색 일색인 코너로 나를 데려갔다. 두 번째 조카가 태어나기 전, 또다시 출산용품점을 찾았다. 이번엔 "여자아이 용품을 보여주세요."라고 말했고, 직원은 분홍색 일색인 코너로 나를 데려갔다.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이라니? 첫째 조카가 분홍색을 더 좋아할수도 있지 않은가? 둘째 조카가 파란색을 더 좋아할수도 있지 않은가?

이처럼 아주 어릴때부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의 성적 정체성이 정해진다. 어른들은 남자아이에게 바지와 로봇, 파란색 용품을 주며 "남자니까 씩씩해야지"라고 가르친다. 여자아이에겐 치마와 인형, 분홍색 용품들을 주며 "넌 여자니까 조신해야지"라고 가르친다. 

주입된 성적 정체성은 무의식 속에 깊게 뿌리박힌다. 그리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또다시 남자 아이에게 파란색 로보트를 사주며, 여자 아이겐 분홍색 인형을 사주며, 성적 정체성을 주입시킨다.(성적 정체성은 시대나 사회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와 같이 주입된 정체성에 지배당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드물게 성적 정체성이 제대로 주입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피너툰에서 연재중인 BL 『크고도 아름다워』의 '정해원'이 딱 그런 경우다.

 

신장 186cm의 근육남 정해원은 여장 남자다. 긴 생머리에, 온갖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여성 속옷을 착용하며 원피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는다. 얼굴엔 비비를 바르고 눈엔 섀도를 칠한 채 길거리로 나서는 그에게, 사람들은 따가운 시선을 던진다. 일부는 놀라고, 일부는 웃으며, 일부는 경멸한다. 그렇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걷는다. 사회적으로 주입된 성적 정체성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살기를 택한 것이다.

자신들과 다른 성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해원을 배척해도 그는 언제나 당당하다. 영화는 해원의 이런 모습에 끌리게 된 게 아닐까? 성 소수자로서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과 비교되는 해원의 당당함에 반한 게 아닐까? 유일하게 해원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영화는 그에게 끌리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천천히 그에게 다가간다.

앞으로 이들에겐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분명 이들의 앞길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두 남자에게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든 이들은 만족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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