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소송 미국법원 각하 집중 법률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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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소송 미국법원 각하 집중 법률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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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TV ‘사랑과 전쟁’ 부부클리닉위원장 이재만 변호사

▲ ⓒ뉴스타운

크고 작은 항공기 사고가 발생하면 항상 대두되는 것이 ‘국내 법원 소송’과 ‘외국 법원 소송’이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법이라도 조금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외국 법원 소송’을 말한다. 일명 합의금을 국내 보다는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지난 1997년 대한항공 B747기 괌추락사고 때 급격히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주장들이 한동안 잠잠하다 201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된 소송에서 또 다시 회자됐다.

피해자로 알려진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 김도희씨가 조현아 전 대한한공 부사장을 상대로 지난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미국 뉴욕주 퀸스 카운티 법원은 최근 박창진-김도희 두 사람의 손해배상 소송을 잇달아 각하했다.

앞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1심 선고 공판 이틀 전인 지난해 2월10일 박 사무장과 김 승무원에게 각각 1억 원씩 총 2억 원을 공탁했다. 하지만 박창진 사무장 등은 진정한 사과가 우선이라며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SNS상에는 국내 법원을 두고 피해자들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돈 때문”이라는 핀잔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옹호론자들은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라도 손해배상을 많이 받는 방법을 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반박한다.

김씨와 박 사무장이 만약 한국 법원에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면 이 사건은 제2라운드가 시작된다.

본지는 이 사건 관련 법률 전문가인 법무법인 ‘청파’의 이재만 대표변호사를 통해 심도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이 변호사는 KBS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의 부부클리닉위원장을 맡아 명쾌한 해석과 법률상식을 전파해 왔다.

스타들이나 재벌총수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담당하면서 ‘휴먼리스크 매니지먼트’로 유명한 이 변호사와의 Q&A를 통해 이 사건 이후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안들을 집중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Q. 먼저 박창진 사무장 등이 미국 뉴욕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A. 보통의 손해배상과 관련한 민사소송의 경우는 먼저 배상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한국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것 때문에 한국 법원에 앞서 미국 법원을 선택한 것이라고 봅니다.

Q.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A.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 exemplary damages)을 함축적으로 말하면 민사상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악의를 가지고’ 또는 ‘무분별하게’ 재산 또는 신체상의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불법행위를 행한 경우에,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시 가해자에게 손해 원금과 이자만이 아니라 형벌적인 요소로서의 금액을 추가적으로 포함시켜서 배상받을 수 있게 한 제도를 말합니다. 이는 종래의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에 형벌로서의 벌금명목의 손해액을 혼합한 제도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Q. 박창진 사무장 등이 미국 뉴욕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습니까?

A. 미국 등 영미법 국가에서 시행되고는 있으나, 전보적 손해배상을 시행중인 한국에서는 아직 도입된 예가 없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형벌적 성격의 손해배상으로 기업이나 단체 등의 불법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나 소송 남발 등으로 기업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간 정부와 재계는 이 제도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 도입을 반대해 왔던 것입니다.

Q. 그럼 영미법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습니까?

A. 영미법에서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는 전보적 손해배상제도와는 달리, ‘있을 수 없는 반사회적인 행위’를 금지시키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국가가 처벌의 성격을 띤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즉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 배상에 있어 가해자의 악의적 또는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비난에 기초하여 처벌적인 성격의 제재를 가하고, 나아가 장래에 있어 유사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Q. 박창진 사무장 등이 미국 뉴욕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결국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더 많은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것이 맞겠네요?

A. 법률적으로 본다면 두 사람은 ‘땅콩회항’ 사건 이후 신경증과 적응장애, 불면증 등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유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며 결국 이런 이유에 따라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자료액수가 최대 1억원을 넘는 경우가 드문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하에서는 수백억원이 선고되기도 합니다.

Q. 실제 미국에서 소송을 하면 국내 소송보다 보상을 더 받을 수 있는가요?

A. 잘 알려진 예기입니다만 지난 1997년 대한항공 B747기 괌추락사고 때 미국 법원에 소송한 사람들은 한국 법원에 소송한 사람들 보다 훨씬 많은 배상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사실처럼 돌았습니다. 이 사건 이후 유사 사건만 터지면 미국 변호사를 수임해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해야 한다는 말들이 계속 회자되곤 했습니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도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할 경우 한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보다 ‘정신적 피해’ 에 대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이 보여주듯 각종 사고마다 특이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일률적으로 판단 할 수는 없습니다.

Q. 미국 뉴욕주 퀸스카운티 법원의 로버트 엘 나먼 판사는 김 승무원의 소송과 관련 “사건 당사자와 증인이 모두 한국에 있고, 증인들이 소환권 밖에 있다”며 ‘불편한 법정의 법칙’에 근거해 승무원 김 씨의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박 사무장의 경우도 판결문은 공개된 상태는 아니지만 역시 비슷한 이유일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을 보면 미 법원이 ‘불편한 법정의 법칙’을 선택한 것 같은데요?

A. ‘불편한 법정의 원칙’ 적용을 주장한 측은 조 전 부사장 측입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이 원리를 근거로 내세우며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 김도희 씨의 소송이 미국 뉴욕주가 아닌 한국 법원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7월 서면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는 법적 절차의 ‘효율성’ 을 문제 삼고 나선 것으로 보면 됩니다. 이 사건은 뉴욕에 있는 공항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뉴욕 법원의 재판 관할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뉴욕주의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할 경우 재판 관련자가 미국 법원으로 직접 가야하며, 수천 쪽 분량의 문서를 모두 영어로 번역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절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미국 법원은 이러한 불편함을 근거로 각하한 것입니다.

Q. 한국이 아닌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을 제기했던 박 사무장과 김 승무원의 경우 앞으로 한국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겠네요?

A. 물론입니다.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가 각하됐지만 한국에서 다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법원에 제기했던 액수와는 현저히 차이가 날 것입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한국은 미국과는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체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Q. 이 사건 공탁금과 관련해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조 전 부사장이 법원에 2억 원을 공탁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여전히 박 사무장 등은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가해자가 법원에 공탁금을 공탁한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A. 피해자가 합의금의 수령을 거부하는 경우에 합의금 상당액을 공탁하면 법원은 양형산정시에 참작합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탁서보다는 합의서를 더 중하게 참작하므로 공탁은 합의가 불성립하는 경우에 합니다.

Q. 공탁금의 액수는 누가 정하며, 만약 피해자들이 끝까지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으면 가해자가 공탁한 공탁금은 어떻게 처리됩니까.

A. 공탁금의 액수는 가해자측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금액으로 정하는 것이고, 피해자들이 공탁금을 찾아 가지 않는다고 가해자가 공탁금을 회수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가해자가 무혐의나 무죄판결을 선고받는 경우 피해자가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공탁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만일 가해자가 유죄판결을 선고 받았음에도 피해자가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는다면 피해자의 공탁금 출급청구권은 10년간의 소멸시효로 소멸됩니다. 즉, 공탁후 10년이 지나도록 피해자가 찾아가지 않므년 공탁금은 국고로 귀속됩니다.

Q. 이번 사건을 보면서 유명 스포츠 스타, 연예인들의 국제계약과 관련해서도 분쟁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만약 국제분쟁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살펴봐야할 점은 무엇이며,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또 무엇입니까?

A. 국제계약 체결시에 쌍방간에 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에 어느 국가에서 재판을 받을 것인지를 계약서에 명시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재판관할권의 지정이라고 하는데, 재판관할권은 계약체결시에 힘의 우위에 있는 계약당사자가 자국을 재판관할국으로 정하는 것이 통상의 경우입니다.

Q. 지금은 국제결혼 또는 외국국적이나 시민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결혼도 성사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만약 이중 이혼을 결심한 사람 중에 시민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시민권이 있는 나라에서 소송을 진행할 경우도 있을 수 있겠는데요. 이 경우 국내 거주자는 어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요?

A. 가사소송법에 의하면, “국제결혼한 부부가 이혼을 할 경우에 재판관할권은 당사자 또는 관계인의 주소, 거소, 최후주소지에 의하여 관할이 정하여 지는 경우에 그 주소, 거소 또는 최후 주소지가 국내에 없거나 이를 알 수 없을 때에는 대법원 소재지의 가정법원의 관할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규정 때문에 국제결혼한 부부의 이혼소송은 90% 이상이 서울 가정법원에서 진행하게 되며, 국내거주자는 미국 시민권자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서 이혼소송을 제기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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