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납북자가족의 소망(所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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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납북자가족의 소망(所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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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겹게 비비고 살아야

60년대 보릿고개를 겪어야 했던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 의식주중에 무엇보다도 먹는 것이 제일 궁(窮)해서 큰 배움이나 기술이 없이도 가족부양에 한몫하고 어황(漁況)이 좋으면 그 밑천으로 가난을 벗어나려고 열아홉 나이에 제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풍랑헤치고 고깃배에 올랐다가 북측에 강제 납치되어 삼십사년의 세월의 강을 넘어 반백(半白)이 되었을 내 아우의 힘겨웠을 인생사.

갖은 회유(回遊) 협박(脅迫)과 감언이설(甘言利說),남녘과 정반대인 체제에 적응하느라고 부모형제와 남녘땅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내 아우의 강제된 삶이 점철(點綴)되었을 것이고 인생여정에는 분단(分斷)의 아리고 슬픈 자국이 깊히 자리하고 있을 것인데 그 누가 눈여겨 보고 보듬어 주고 있는가?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세파(世波)를 가여린 몸으로 헤쳐 나가기도 힘에 부쳤었는데 이념(理念),사상(思想),체제(體制)의 희생물이 되어 이별아닌 이별에 슬품을 가눌 길 없었는데 이런 심정은 아랑 곳 하지않고 알게 모르게 따르는 감시와 냉대의 눈초리에 늘 가위눌렀던 마음 고생.

차라리 죽었다면 부모보다 먼저 간 불효자라고 가슴에다 묻고 체념(諦念)이라도 하였겠지만 문득문득 떠오르고 흉한 꿈에는 눈물과 한숨으로 지샜던 부모님의 안스러운 모습과 분위기때문에 밝은 웃음 제대로 웃지 못하고 침울했던 우리가족의 과거사를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지금 누가 행복하고 따뜻한 가정으로 되돌려 놓을 수가 있는가?

자신이 아니라고, 자기 가족의 일이 아니라고, 북쪽에 눈치보인다고, 대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깊숙히 묻어 팽겨쳐 놓고 치적 쌓기에만 급급한 지도자들 때문에 사십년이 다 되어가도 맺힌 한은 한올이라도 풀리지 않고 있는 이 참담한 현실과 허탈한 마음은 어디에다 하소연해야 할런지...

통일은 단언코 사람과 사람이 합치는 것일진데 응어리지고 갈라진 마음과 잊혀진 세월을 풀고 꿰메고 잇는 일에 소홀히 하면서 정략적(政略的)인 화해와 협력으로 접근하는 통일이 과연 바른 길인지 의문만 가지게 한다.

분명한 것은 인권(人權)에 바탕을 두고 납북자나 이산가족의 생사확인,상봉,송환과 자유로운 선택의 기본적인 문제부터 접근해 이의 성과에 따라 협력의 강도를 조절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북한주민들의 억압된 인권에 대해서도 북한정권에 과감히 그리고 당당히 말하는그런 자세와 그런 지도자와 정권이야 말로 억눌린 우리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바른통일을 이루어 내는 것이리라

이제 이순(耳順)의 나이가 가까워 오니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옛말 처럼 어린시절과 고향의 향수가 그리워지고 꿈속에도 자주 느껴지는 요즈음 같은 하늘아래 살면서 사람이 만들어 놓은 이념과 체제때문에 인륜(人倫)의 정마져 저버리고 사는 삶이 진정한 것인지 회한(悔恨)만 늘어가고 얼굴에 주름끼가 베었을 내 아우 생각에 시나브로 눈물을 찍는다. 만나야 한다. 정겹게 비비고 같이 살아가야 한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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