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박지윤의 새노래 '할 줄 알어?'의 노랫말이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도발적인 내용을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한 왜곡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 노랫말의 출시를 중단할 것과 방송을 금지할 것을 요청했다.
기윤실은 또 "대중가요의 특성과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청소년들의 가치와 정서를 왜곡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책임이 중요할 것"이라며 "'할 줄 알어?'의 노랫말은 우리나라 대중가요 시장의 큰 손인 박진영씨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박지윤씨의 양식을 의심케 하는 저속한 것으로 청소년들의 정서와 교육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을 매우 염려케 하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입장과 함께 기윤실은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노랫말의 출시를 제고할 것 △음반발매 시에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표시·포장하여 판매할 것 △영상물등급위는 문제의 앨범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해 줄 것 △방송사들은 박지윤의 노래 '할 줄 알어?' 뿐만 아니라 이 곡이 수록된 모든 노래를 방송에서 제외해 줄 것 △정부당국은 대중가요의 사전심의제도 도입을 논의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문화적 표현물에 대한 이같은 기윤실의 청소년 유해성 주장에 대해 문화단체들은 그간 보수단체에서 이른바 문화예술계를 향해 '문화전쟁'을 벌일 때 펼치는 핵심논리라고 받아 넘기며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려는 주관적인 해석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문화연대는 4일 논평을 내고 "기윤실의 이러한 주장에는 특정 곡에 대한 반감을 넘어 앨범 전체에 수록된 다양한 내용의 문화적 표현행위들을 모두 청소년 유해성이란 잣대로 획일화시키려는 자의적이고 배타적인 편견이 드러나 있다"면서 "이는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않거나 현실적 유해성과 가상적 유해성을 구분하지 않는 문화적 표현물의 상상력에 대한 지나친 편견"이라고 반박했다.
문화연대는 "'할 줄 알어?'에 대한 영등위의 청소년 유해성 심의나 방송금지에 대한 결정 역시 문화적 토론과 검증 없이 기윤실과 같이 특정한 종교적 성향에 기반한 단체들이 일방적으로 주장하거나 요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이는 어디까지나 소속기관이 문화적 의미와 방송효과에 대한 객관적 논의를 통해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맡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연대는 또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보수적인 단체가 고발하거나 검찰에 기소당했던 음란물과 관련된 지난 몇 년 동안의 사건들이 실제 법원의 판결에서는 거의 대부분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문화적 표현물에 대한 청소년 유해성 주장은 단지 윤리적 잣대만이 아니라 문화적 의미와 맥락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통해서 제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연대는 "표현의 자유는 청소년 유해성이나 보호논리와 이분법적으로 대립된 층위에 있지 않으며 단순한 논리로 해석할 수 없는 개인의 감수성의 산물"이라면서 "이제 우리사회는 문화적 표현물, 특히 성표현물에 대한 심의와 사회적 수용력에 대해 한 단계 진전된 토론이 전개되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방송사와 영등위의 열린판단을 당부했다.
대중가요의 일부 선정적인 노랫말에 대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해 방송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특정한 종교적 판단과 윤리적 잣대로 문화적 표현을 획일화시켜서는 안된다는 주장 사이에서 방송사와 영등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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