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가장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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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가장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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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끝 너머에 있는 것은

파란 하늘 향해 날리면 새처럼 날아간다
하늘 끝까지 날아라 높이 더 높이

(종이접기 중에서)

음, 하늘.
잠깐 일손을 멈추고 저 하늘을 한번 쳐다보자.
낮이라면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 시원해서 좋다.
밤하늘이라면 별들이 경쟁하듯 쏟아지는 인적 드문 곳이 더욱 좋겠다.

그런데 흐린 날은 하늘이 안보이잖아?
아니다. 오히려 그때는 그때대로 또 다른 별미가 기다린다.
비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빈 공간이 촉촉하게 채워진 하늘을 만난다.
벼락이 치면 치는 대로, 번개가 퍼렇게 찢어놓은 하늘도 아주 멋지다.

나는 내 눈을 창(window) 삼아 저 하늘을 건너다본다.
나는 저 하늘 끝까지 올라가보고 싶다.
왜냐? 그 너머, 그 밖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니까.
내가 내 몸에 갇혀있는 한 그 답답함은 누구이거나 모두 마찬가지겠지.

그곳에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런데 저 하늘은 오늘도 빈 스크린처럼 태연하게 나를 맞아준다.
내 마음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흐릿한 그림자를 그냥 재울 수 없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프로젝터의 빔처럼 저 하늘에 투사한다.

하늘은 나에게 무엇인가?
종이접기 비행기가 새처럼 날아오르는 스카이(sky)이지.
아니, 뭇 별들이 옹기종기 모여 밤길을 비춰주는 코스모스(cosmos)이지.
언젠가 그곳에서 사랑하는 이와 재회를 꿈꾸는 헤븐(heaven)일 수도 있지.

하늘 끝, 이것은 시인처럼 폼 잡는 나의 주관적 언어이다.
그 끝이 열려있는지 닫혀있는지 잘 모르나, 나는 믿음에 맡긴다.
그것보다 그 너머로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기를 기원한다.
마음의 세계는 넓고 자유롭다. 그리고 정녕 소망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팽창할는지, 아니면 거꾸로 수축하여 붕괴될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우주의 가장자리란 우주의 경계를 말한다. 하늘 끝이 심리적 높이라면, 우주의 가장자리는 실물적 크기이다. 우주는 혹시 영화관의 안팎처럼 어떤 가리개로 둘러쳐 있는 것이 아닐까? 아늑하게.

현대우주론을 이끌고 있는 호킹은 “우주 가장자리의 시공에는 경계가 없다”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우주는 경계 없이 자족하기 때문에 신(神)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다만 만물은 확률에 따라 진화할 따름이다.” 수식의 정직함이 몸에 밴 그는 이렇게 밖에 달리 해석할 수가 없었다.

우주는 광대하고 어느 방향으로 보아도 균질하여 어디 하나 꿰맨 자국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단 하나 예외가 있다. 그것이 바로 블랙홀이다.

블랙홀의 입구에 해당되는 사건의 지평선에 도달하면 과거의 모든 정보는 사라진다. 그곳에 가면, 무한대의 공간은 수축되어 한 곳으로 흐르고, 찰나의 시간은 영원으로 확장되어 멈춘다. 즉 블랙홀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역할이 역전된다. 이것은 블랙홀 너머에 또 다른 시작이 있음을 의미하지 않을까.

나는 블랙홀이 우주의 가장자리로서 또 하늘 끝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주의 끝자락은 블랙홀이라는 한 점에 집중되어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나중에 우주에 산재한 블랙홀들이 점점 팽창하여 온 우주를 하나로 삼킬는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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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저 2005-09-09 15:56:03
좋은글 감사합니다.


신봉철 2005-09-11 09:51:32
블랙홀, 블랙홀, 블랙홀..
무아지경에 세계를 블랙홀이라 하나 봅니다. 신비함이 존재 합니다. 그 신비함을 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어렸을 때 들었던 그 신비의 존재 불랙홀이 있을지 지금까지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관심을 가져 보겠습니다.
경민대 현지 캠퍼스 1학년 신봉철

안태수 2005-09-12 22:51:52
안박사님 글 잘 읽었습니다.

황수일 2005-09-13 14:56:17
2회글이 바로 올라올줄 알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네요 ^^
아무쪼록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주병률 2005-09-17 20:43:47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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