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의 발칙한 인터뷰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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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의 발칙한 인터뷰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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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바자 피처 에디터 김경지음
ⓒ 김신일^^^

'김경'의 발칙한 인터뷰: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정말 책 표지부터 발칙하다. 머리카락과 흡사한 선이 재 멋대로 놀고있고, 깜칙한 캐릭터스티커와 빨간 작은 동그라미가 보인다. 표지만 보아도 "김경은 세상을 분명 다르게 보고있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바자 피처'라는 패션잡지에 차장으로 있는 김경으로서는 별 특별한 것도 없는 디자인일수도 있다.
사진으로 그녀를 처음 본 난 변정수와는 또다른 패션니스트를 보게 되었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가 이시대 가장 매혹적인 '단독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김경'은 인터뷰한 22명의 사람들을 A,B,C하는 세상의 잣대로 나눌수없는 매우 독특한 인물들로 묘사한다. '단독자'란 표현은 여기서 탄생했다.

발칙한 그녀에게 선택된 22명도 예사인물로 보이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다. 아니면 평소 스쳐 지나갔던 인물도 김경의 인터뷰를 거치면 독특한 카리스마를 가지게 되는걸까?

읽기전에 일반적인 인터뷰 생각은 집어던지는 것이 좋을거다. 붓가는대로 쓰듯이 말하는대로 인터뷰하면 된다. 뭐 그런식이다. 처음엔 "세상에 이런 인터뷰가 어디있어?"하는 심정으로 접근할수도 있다.

단독자 장동건의 사진을 초상권을 얻지 못해 싣지 못하면서 사람 테두리선만 강조한 장면이나 담배피는 주현 사진을 어둡게 처리해(저녁인지는 모르지만) "꼭 얼굴을 확인해야하니?"라고 쬐려보는 듯한 김경의 의도도 재미있다.

김경은 인물에 대한 철저한 준비, 솔직함을 넘어선 버릇없음과 야함, 무형식에서 형식을 찾아가는 독특하고 발칙한 인터뷰어다. 하나를 더 보테주면 인터뷰이에 대한 가급적 칭찬일변도의 진행솜씨다. 이를테면 장점이지만 금방 식상할수도 있는 악수가 될수도 있겠다.

그녀의 독특한 인터뷰 장르가 언제까지 세상에서 계속될지는 사실 미지수다. 그래도 걱정은 금물이다. 그녀도 전국민을 즐겁게 하려는 그런 인터뷰는 할 생각이 애초부터 없기 때문이다.

처음 단독자인 김훈의 이중적 색깔에 화가 치밀어 올라

1980년 5공정권을 찬양했지만 반성하지 않는다던 그. 여성은 열등하다고 해 마초로 낙인찍힌 김훈.
비판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김훈의 뇌속 저변에 이런 생각들이 차곡차곡 싸여있다는 생각을 하면 무섭기는 하다. 그가 창조해내는 글도 사실 이러한 그의 뇌속 기억능력에 나름의 장끼인 감성을 더붙혀 이루어진 '산고의 고통'일 뿐이란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그의 전력에 화가 나면서도 그가 내뿜는 말을 찬찬히 느껴보면 김경이 '아름다운 마초'라 할만도하다.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이 아니라 김훈이 보인다는 김경의 말에 "희망없는 세계에서 희망을 말하지 않고 사는 거죠. 그래도 무의미한 세상과 끝까지 싸워보겠다." 이런 역설적인 말투에 김훈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한다.

그의 전력과 이런 말투는 사실 일관성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김훈이 신이 아닐바엔 그에게 너무 완벽한 잣대를 드리밀 권리는 우리에겐 없다.

"남을 염탐하고 정보를 수집해서 그것을 논리적으로 배열하는 것이 좋은 기자죠." 과거 김훈의 기사를 보면 여기에 하나 더 '뚜렷한 감성'이 녹아있었다. 기자로서 감성이 빠진 일반적 기사의 글만 쓸줄 알았다면 오늘의 김훈은 있지않았을것이며 많은 이들이 그렇게 그의 작품에 빠져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인의 정형을 너무 뚜렷하게 보여주는 함만복의 넋두리에 그만

"우연히 마니산에 오르게 됐는데 마니산 아래에 펼쳐진 동네가 너무 예쁘더라고요. 저런 마을에 한번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빈집이 있어서 그냥 무작정 살아버리게 된거죠." 라고 말하는 함만복시인을 보면서 진짜 시인이라면 그럴수 있겠구나 생각해본다.

현실로 돌아오면 상황은 급반전한다. 그러나 우리들의 생각이 그런거지 함시인은 아닌것같다.
그도 '나를 버리고 시집간 그 한 여자'란 제목의 시에서 그만의 현실 고통을 노래했는지는 모를일이다.

"저는 그렇게 원하는 것도 없으니까 실제로는 가난한 것도 아니죠. 그렇죠." 이 대목에선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대하는 기분이었다.

현실속으로 돌아온 함시인도 말했다. "물론 이런 생각도 해요. 아이고, 한 4천만원만 있었으면 좋겠다. 시골에 가서 집 한채 사서 어머니 좀 모시게..."

이 시대 진정한 '시적 로맨티스트'에 효자까지.... 함만복시인은 "참으로 결혼하기 힘든세상에 떨어져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경이 지적했듯이 '희망적인 절망을 노래하는 천진한 시인' 함만복은 이렇게 우리곁에 살아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독자는 김훈과 함만복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것같다. 다음으로 내 시선을 잡아 끈 단독자는 강혜정, 주현 그리고 싸이정도다.

사실 김경의 선택과 달리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인물군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할 권리도 의무도 나에겐 없다. 더구나 나의 관심영역 밖의 인물이며 그들은 나에게 단독자이기전에 주변인(?)정도에 불과하다. 김경과 내가 다른 한가지다.

스물셋에 꽉찬 여자 강혜정

스물셋의 강혜정이 "옛날 드라마 '은실이'때 저기 밖에서 날 보고 있는 또다른 나를 그때 처음 봤다.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그런데 다시 그런 느낌을 받고 싶다는 욕심이 , 욕망이 생기더라."고 말한 한마디에 "생애 한두번 오는 오르가즘과 같은 것인가?" 김경은 되묻는다. 김경의 톡톡튀는 어휘구사는 대략 이렇다.

"아마도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솔직하게 말하는 스물셋의 단독자 강혜정의 말투가 솔직하고 신선하다. 그 순간 말할 때의 웃음띤(?) 강혜정의 얼굴 표정이 정말 보고싶다.

"연애의 목적이 결혼은 아니다. 결혼이 사랑의 종착역이 아닌것처럼 말이다." 어떤 경험이 있기에 스물셋의 나이에 가질수 있는 다소 환상적인 결혼관이 아닌가 의문을 가져보지만 말이다.

역설적이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우리 영화도 결혼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연애하자는 얘기다.(동의하지는 않지만 추세가 그런것 같기는 하다.) 연애를 하면 외롭지 않고, 쓸쓸하지 않고, 따뜻하고, 아프고 , 살아있는 것을 느낄수가 있다."

영화와 연애에 빠져 몰입할수 있는 연기가 있고 영화와 결혼하여 표현할수 있는 연기도 있을텐데....
세월이 흘러가면 생각도 바뀌는법. 무엇을 걱정하리오. 기다려 볼뿐이다.

30년을 기다린 배우 주현

"배우는 뭘 추구하는 직업군인가?" 김경이 직접식으로 물었다. "배우는 뭘 기다리는 줄 알아? 나를 송두리째 내던질 수 있는 좋은 작품. 난 그 걸 30년 동안이나 기다렸어. 슬프지 않냐? 이제 다 늙었는데..." 주현의 이말 한마디가 나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김경이 22명의 단독자들과 만나 펼치는 제멋대로인 색다른 인터뷰의 노림수가 있다면 이런 감동일것이다.

주현의 솔직함은 도를 넘었다. "곤조있는 배우와 생각있는 연출자가 우리 영화의 재산이지. 그런데 우리영화는 어때? '쉬리'를 보면서 '에이, 이거나 먹어라' 했다니까." 주현의 솔직함과 세상 대다수의 생각과 다른 그 사고의 끝자락이 부럽기도하다.

도대체 쉬리의 어떤부분이 그에게 그런 인상을 주었을까? 나도 '태극기 휘날리며'를 사람들이 그토록 칭찬하는지 이해 못했었다. 같은 사고의 부류에 속한다는 동질감을 느끼니 주현이란 배우가 새롭게 다가와 즐거웠다.

아직도 꿈꾸는 싸이

싸이를 자꾸 버클리 음대출신이라 말하는것에 구토를 느낀다. 1학년 2학기 끝나고 돌아왔고, 지금 그는 고졸이다. 학력으로 포장된 싸이는 더이상 싸이가 아닌것이다. 박재상일뿐이다.

싸이가 뭐 사회질서를 교란시킬 만한 굉장히 진보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인가? 아니다. 김경은 주저없이 단정한다.

싸이의 '싸이스럽다'의 최고 공신은 싸이 아버지인것같다. 고등학교시절 담배피는 아들에게 "피워라, 피우되 떳떳하게 피워라. 그런데 학교가면 떳떳하게 피울수 없으니까 집에서만 피워라."라고 말했던 싸이의 아버지다.

대한민국 고등학생을 둔 아버지들 중에 과연 몇%가 이런 발칙한 말을 아들, 딸에게 말할수 있을까?
정말 가정교육대로 자식은 커가는것일까? 심한 번뇌를 느낀다.

싸이의 당당함은 어디서 오는것일까? "여자가 스물다섯 넘어서, 세상 무서운 줄 알게 되는 나이가 되면, 다 저 같은 타입에게 오거든요." 싸이의 이런 자신감에 웃어야할지, 아니 진짜 그런가 진지한 고민에 빠진다.

"여러분,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일부다처제로 갑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싸이의 캐릭터를 이용하면 이게 먹힌다니까요." 진짜 먹히는지는 나중에 두고 볼일이지만, 꿈꾸는 천방지축인 싸이가 그래도 난 생활에서 조용한 서태지보단 좋다.

인터뷰어 '김경'의 매력

'김경'의 또다른 이름은 김경숙이다. 김경, 그녀는 김경숙이란 이름으로 쓴 기사와는 전혀다른 느낌을 독자가 느끼길 원했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자신을 숨기며, 또 모든것을 말하고싶은 이중성이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 있을수도 있다.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누가 뭐라 하는가? 두자씩 운을 맞추기위한 단순한 마케팅적인 카피인지 아닌지 알수는 없으나, 그런 제목에서도 김경의 독특함이 묻어난다. 두사람의 이미지가 묘한 대조감을 준다.

'크라잉 넛'을 만나고서 김경은 속으로 생각했다. "너희들이 오십에도 지금처럼 무대위에서 자유롭고 섹시하다면 너희들보다 다섯살이나 많은 나 기꺼이 무대위로 브래지어를 벗어 던져주마"라고. 색다른 인터뷰, 인터뷰의 형식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김경의 독특한 사고의 단면이다. 그것이 또한 김경의 매력이며, 김경이 인터뷰한 22명을 다 읽고난 독자들은 마치 23명을 만난듯한 착각을 느낄것이다.

김경은 당신의 뇌리속에 철저하게 파고들어 자신의 모습을 문신으로 새겨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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