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망태 칵테일, 아니야 폭탄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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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망태 칵테일, 아니야 폭탄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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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작명 ?

막걸리 한사발에 소주 한잔을 섞으면 ‘혼돈주’(자중홍)며, 소주와 맥주가 손잡으면 ‘소맥’이고, 콜라가 들어가면 ‘소콜’이 된다. 소주두잔 맥주두잔을 같은 양으로 뭉치면 ‘맥소반’이며, 소주 한병 백세주 한병을 조합하면 ‘50세주’(75세주, 25세주도 있음)고, 소주병 위에 천국병을 물구나무 세우면 ‘천사의 눈물’이다.

맥주잔에 여자 거시기를 담그거나 원액 한방울쯤 띄우면 ‘유두주’고, 그 아래를 돌아 흘러내리는 액기스를 맥주잔에 주워담으면 ‘계곡주’다. 소주잔에 참치 눈알을 집어 넣으면 ‘눈깔주’며, 소주잔에 금가루를 뿌리면 ‘골드주’다. 양주잔에 자황을 짬뽕시키면 ‘황제주’가 되고, 중국산 고량주에 맥주를 타면 ‘민투주’가 된다.

막걸리에 사이다를 혼합하면 ‘막사이주’고, 소주+양주에 녹차를 타놓으면 ‘소양강주’요, 문배주에 소주를 섞어니 ‘소르비주’라는 이름이 붙었다. 맥주, 양주, 사이다를 각각 한잔씩 교대로 마셔 배속에서 섞으면 ‘칙칙폭폭주’며, 이것을 세숫대 같은데 모두 부어 한잔씩 퍼마시면 ‘수소폭탄주’가 되는 것이다.

이중 가장 많은 이름을 만들어낸 것이 양주와 맥주가 만나는 ‘폭탄주’다. 제조하는 행위에 따라 약 30여가지의 이름을 달고 있는 폭탄주는 그 이름에 걸맞게 결과도 그럴듯하다. 회오리주, 굿샷주, 티코주, 집단주, 금테주, 심청주, 비아그라주, 퐁당주, 도미노주, 김정일주, 일자주(수평주), 통일주, 공갈주, 릴레이주, 충성주, 노털주, 사발주(나머지 것은 차후 또 알려드릴 것임) 등 폭탄주들은 세월의 변천사와 사회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한때 젊은 여성 주당들을 겨냥해 레몬주, 앵두주, 체리주 등 각종 과일향을 섞은 술이 유행하더니 2002년에는 월드컵 분위기 고조에 힙입어 신인스타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했다. 당시 칵테일 바에서는 리큐르와 시럽, 사이다, 체리 등을 섞어만든 ‘히딩크와 붉은 악마들’이라는 신종 칵테일이 유행의 상종가를 치고 있었고 레드와인에 브랜디를 탄 ‘드라큐라 폭탄주’도 유행했었다.

그런데 폭탄주가 잘못된 음주문화의 여파로 생겨난 것이라면 나머지 혼합주들은 주머니 얇은 서민층들이 이에 대적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군에서 유행하는 술도 있다. 지금은 군이 민대(민주화 된 군대)가 되다시피해 없어진줄 모르겠으나 불과 20여년전만해도 한잔쯤은 먹어 봄직한 술들이 있다. 이때는 술과 술을 짬봉하는 조제법이 아니라 이상하게도 별 괴상망측한 잔들이 등장한다. 마치 그것이 군인만이 할 수 있는 대단한 용기인 것처럼 짝대기 단 군인 들이라면 씩씩하게 들이켰다. 워커에 술을 부어 마시는 ‘워커주’와 재털이에 술을 따라 마시는 ‘재떨이주’는 진급시 고참들이 내리는 거창한 축하주로 명명되기도 했다. 그나마 깨끗한 것이면 다행이지만 워커주는 발샘새가 풀풀나는 것으로, 재떨이는 검은 재가 더덕더덕 붙은 것으로 사용했으니 오장육부가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말이다. 그때야 군인정신이 충만해 참을 수 있었다지만 지금도 만나면 그때를 회상한답시고 이런 잔을 권하는 이상한 선배들이 있으니 군인정신은 참 오래 가는 것 아닌가.

작명 미상의 이 많은 술이 우리곁에 친근히 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주당들이여 술이 과하면 가장 맛있다는 술, 바로 ‘입술’을 망치게 된다는 교훈을 명심하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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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망 2005-09-02 16:55:25
손선생님 어찌 이런 이름들을 다 기억하고 있었습니까 대단하십니다. 그란디 한잔하고 싶어지네유.

고려대 2005-09-02 16:56:38
재밋다. 배곱잡는다. 꼴가닥 넘어간다.
손상대씨 당신 진짜 술박사 논문하나 쓰시오 우리 대학에서 박사학위 줄 것이오.

이중섭 2005-09-02 16:58:00
참 몇번을 읽어봐도 우리사회 술 문화를 이처럼 꽤뚫고 있는 분은 손상대 기자님 한분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글 연재 고맙습니다.
솔직히 노무현을 짜증만 주는데 이글은 엔돌핀을 용솟음치게 하는 군요.

2005-09-03 12:31:54
손상님의 선생님 다움에
그저 .....감탄고토올습니다..
나무 간셈보쌀^^

ㅋ..외우느라 고생좀 하고 있쓔..^^써 먹으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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