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w you and the world went away.
너를 보는 순간 세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중에서)
하, 블랙홀.
뭐야, 생김새?
낙솔(필자의 호), 자네가 마치 블랙홀을 가까이에서 봤다는 거야?
아니다. 물론 아니다. 그러면?
그저 머리 속에 그려지는 것을 더듬거리며 이야기나 해보려고.
그 비주얼이 너무 아득하니까, 말로 아니 글로 표현하다보면 뭔가 잡히는 게 좀 남지 않을까.
과학에세이가 아니라 허드레 철학이나 나풀대는 꼴이 되겠군.
그럴지도 모른다. 지금은 다만 그렇게 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사실이지 블랙홀을 예견했던 아인슈타인마저도 이렇다할 설명을 남기지 못했다. 그는 실로 골똘한 사색가였으나 블랙홀의 철학적 의미를 후배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블랙홀의 속성이 사랑 같기도 하고 죽음 같기도 한데. 왜 그랬을까? 그 역시 블랙홀의 모습은 흐릿했을 것이다. 나는 감히 그렇게 믿는다. 그가 불세출의 천재였으나, 그만큼 인간으로서의 한계도 뼈저리게 통감했을 것이다.
잡소리 그만하고, 빨리 본론에 들어가지 않고 뭘 머뭇거리는 거지.
그렇다. 블랙홀을 설명할 언어의 부족함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최소한 몇 개라도 우리 함께 용어를 먼저 정의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 그것이 나중에 마치 직소퍼즐 앞에 놓이게 될 혼잡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사건의 과학적 의미는 세상의 통념과 다르다. 사건은 차원적으로 4차원 시공(時空 time-space)이다. 1차원의 시간과 3차원의 공간이 그물처럼 엮인 시공연속체를 사건(event)이라 부르자. 물론 상대성이론에서 그 개념이 거론되었다. 그 사건이 질량 근처에서 휜다. 어쩌면 질량의 사건이 굽어보인다는 뒤집어 놓은 표현이 더욱 옳을는지 모른다. 어쨌든 이 모습은 그물 위에 놓여진 당구공을 연상하면 된다. 이때 공이 너무 무거워 그물코가 찢어져 뚫렸다고 하자. 이런 상태를 수학에서는 특이점이라 부른다. 특이점은 유한을 무한(소 또는 대)에 대할 때 일어난다. 점(point)은 차원적으로 0차원이며 그 크기가 없고 위치만 좌표로 주어진다.
자, 그러면 블랙홀로 돌아오자.
한 마디로 줄이면, 블랙홀은 질량이 한 곳에 집중되어 사건의 망이 터진 곳이다. 터졌다는 의미는 정지질량이 영(0)인 빛마저 그 덫에 빠지기 때문이다. 빛은 우주의 메신저이다. 그래서 블랙홀은 직접 관찰되지 않아서 이름마저 그렇게 지어졌다.
블랙홀은 따라서 크기나 모양이 없다.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블랙홀은 우주의 한 점으로 위치만 알려줄 뿐이다. 그러나 블랙홀의 그림자는 나타난다. 흡입원반이라 부르는 그 그림자는 광자가 빨려드는 경계선이다. 그 아득하게 느껴지는 경계선을 우주론에서 사건의 지평선이라 지칭한다.
블랙홀의 생김새는 없다. 다만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그림자만 남길 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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