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서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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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서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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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시에 '비상구'를 이용할 수 있을까

^^^▲ 대구 지하철사고 현장 모습
ⓒ 연합뉴스^^^
대구에서 또 한번의 큰 사고가 있었다. 94년의 성수대교 붕괴와 95년의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가 대형 건축물이 붕괴한 사고라면, 이것은 대형 지하 공간에서의 화재 사고였다. 동굴 주거를 시작했던 구석기 시대의 유적에서 이미 화재의 흔적이 보이고 있으니, 화재의 역사는 인간이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역사와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원시 건축의 네 가지 기본 요소라 하면 대개 뼈대, 지붕, 바닥 그리고 불을 일컫는다. 길을 가다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동굴 안에 웅크린 채로 비를 피한다고 해서 그걸 집이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동굴의 중심에 화덕을 만들어 불을 피우고 바닥에 사슴 가죽을 깔면 그 때부터 집이 되는 것이다. 화룡점정이라고 하나, 불을 피움으로써 동굴은 비로소 집이 되는 것이니 불은 건축의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실수나 사고로 통제할 수 없는 큰불을 내게 되면 그 건축물로부터 빠져 나와야 하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건축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건축물은 점차 고층화, 대형화, 심층화(건물이 지하로 깊이 내려감) 되어가면서 화재 시에 이 건축물로부터 빠져 나오는 것에도 특별한 훈련과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그 훈련과 기술을 습득하지 못해 화재 앞에서 너무나 무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십 층이 넘는 아파트와 사무실에서 태연히 지내고 있지만 막상 화재가 나면 빌딩 내에서 어떤 시스템이 작동하고 또한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할 지 모르고 있다.

건물 내에서 화재가 나면 일단 정전이 된다. 대형 건물인 경우에는 빌딩내의 비상 발전에 의해 1시간 내지 2시간 정도는 비상등과 피난 유도등 등의 전원을 공급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불이 꺼진 가운데 푸르게 반짝이는 비상등을 따라 피난하도록 되어있지만, 실제 불이 나면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화재 시에는 유독 가스가 실내에 가득 차게 되는데 정전이 되어 캄캄한 상태에서 그 냄새를 맡게 되면 사람은 극도로 당황해 버린다.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좁은 곳에 웅크리고 앉아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다. 가장 편안하고 행복했던 모태 공간으로 회귀하듯이, 책상 아래 웅크린 채 머리를 무릎 속에 박는다거나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라커 속에 머리만을 들이밀고 죽어 있는 사람도 있다.

두 번째는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마구 뛰어가는 유형으로 오히려 더 위험한 곳으로 뛰어 가기도 한다. 주위가 캄캄하면 본능적으로 밝은 곳을 향해 뛰게 되는데, 여러 사람이 밝은 곳을 향해 우르르 뛰어가면서 서로 밀치고 부딪혀서 뒤엉킨 채 깔려 죽는 경우가 가장 많다. 혹은 평상시의 습관대로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했다가 사고가 나기도 한다. 엘리베이터나 계단과 같이 건물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공간은 화재 시에 유독 가스의 굴뚝 역할을 한다. 더구나 정전으로 엘리베이터는 허공에 멈추어 서기 때문에, 유독 가스가 가득 찬 그 곳에서 오도가도 못한다.

그래서 요즘은 비상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갖추어진 곳이 많다. 그것은 화재 시에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로 비상 전원에 의해 가동되며 엘리베이터 내의 공기 압력을 높여서 유독 가스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장치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치는 최근에 지어진 고급 건물에 한하는 경우로 모든 건물에 비상용 엘리베이터가 갖추어져 있다고는 말할 수 없고, 또 그것이 있다고 한들 제대로 작동할 지도 조금 의문이다.

^^^▲ 대구지하철 사고 현장의 지하 통로
ⓒ 연합뉴스^^^
가장 좋은 방법은 비상 계단을 통해서 내려오는 것인데, 백화점을 비롯한 대부분의 건물은 이 비상계단을 주로 창고로 사용하고 있어 문제이다.

십여 년 전 일본의 어느 오피스텔 건물에서 화재가 났는데, 여성 한 명만이 대피하여 살아 남는 사건이 있었다. 유흥업소의 종업원이었던 그녀는 거주자들이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이 부끄러워 평소에도 엘리베이터 대신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비상 계단을 이용하였는데, 화재가 났을 때 그녀는 습관대로 비상 계단을 내려와 살아 남았던 것이다. 얼떨결에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간 사람은 모두 참화를 당하고 말았다. 저 곳이 비상구이며, 화재 시에는 저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더라도, 막상 불이 나면 사람은 항상 본능과 습관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렇게 고층 건물인 경우에는 비상 계단으로 대피하는 방법이나마 있지만, 지하 공간일 때에는 문제는 더 커진다. 화재 시에는 지상 보다 지하 공간이 훨씬 더 위험한데, 지하에서 정전이 되면 완전한 암흑의 공간이 되며, 유독 가스는 전혀 배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철 역사나 지하 상가는 동선이 매우 길고 또한 길을 잘 잃어 버리는 구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하다.

번화가의 지하철 역이나 환승역 혹은 지하철과 백화점이 연결되는 곳은 지하 상가로 개발되는 경우도 많다. 백화점을 비롯한 상업 건물에서 의도적으로 미로 공간을 계획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길을 잃게 만들어 상가 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게 하여 결과적으로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함인데, 지하 상가인 경우에는 더더욱 출구를 찾기가 어려워 진다.

사람은 옥외 공간보다 실내 공간에서 특히 지하 공간에서 더 길을 잘 잃어버린다. 그것은 태양 빛이 들지 않아 방향 감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침 시간인 지금 해가 저쪽에서 들고 있으니 저쪽이 동쪽이군, 내가 들어오면서 동쪽을 향하고 있으니 출구는 햇빛을 등진 서쪽이로군’ 머리로 이렇게 이성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향 감각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고 있다, 마치 의식하지 않아도 심장은 항상 뛰고 있고 호흡을 언제나 멈추지 않듯이.

하지만 태양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지하 공간에서는 방향 감각을 잃게 된다. 일체의 창이 없는 대형 백화점 건물이나 환승역의 지하 상가에서 번번히 길을 잃고 내부를 빙빙 돌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평상시에도 이러할진대 화재가 나서 정전이 되고 유독 가스가 차 오르면 그땐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또한 지하철 역사는 의도적으로 동선을 길게 하는 수가 많다. 이는 무임 승차자를 감시하고 환승역에서 많은 수의 군중이 한꺼번에 몰려 혼잡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지하철 환승역에서 걷는 구간이 너무 길다고 불평을 하는 수가 많은데, 이는 사실 군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일부러 동선을 길게 한 이유도 있다. 몇 백명의 사람이 한꺼번에 객차에서 내렸더라도 이십 대 청년의 걸음걸이와 칠십 대 노인의 걸음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군중은 자연 분산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통로를 길게 만든 것이 오히려 화재 시에 치명적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고층 건물과 지하 공간에서 매일을 보내는 우리는 화재를 대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신이 사는 건물에서 화재가 났을 때 어떻게 대피할 것인가를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평상시의 습관대로 비상 계단으로 내려와 화를 면했던 일본 여성처럼, 습관과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

작은 불인 경우에는 초기 진압이 가능하도록 소화기 사용을 익힐 것, 비상 계단을 깨끗이 치울 것, 유명무실해진 민방위 훈련일에 재난 대비 훈련을 실시 할 것. 그리고 화재가 나서 정전이 되면 물수건으로 입을 막은 채, 걷지 말고 천천히 기어 갈 것. 유독 가스는 공기보다 가벼워 위로 올라가므로 자세를 낮출수록 신선한 공기를 마실 것이며, 어두운 곳에서 걷다가는 무엇인가 발에 걸려 넘어지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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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2003-03-04 17:12:41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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