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개봉된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주당들의 술잔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는 주비통신이 연일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술에 의존해야 자신의 천재적 소질을 유감 없이 발휘했던 장습업, 그의 인생역정이 오늘을 살아가는 주당들의 마음을 뒤 흔들고 있다.
그림에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장승업에게도 평생을 떠나지 않은 두가지가 있었으니 술과 여자가 아니었던가. 실제 승업은 술과 여자가 없이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는 일화를 역사에 남겼을 정도다. 나랏님이 내린 최고의 화원이라는 명예와 재물, 평생 사랑했던 매향의 마음도 승업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술통 만큼은 넘어뜨리지 못했다.
취화선에서 주연 배우 최민식이 호로병에 든 술을 마시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멀쩡하던 창자가 비실비실 풀리는 것은 왜 일까.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주당들만의 동병상련은 변함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술은 적량지주 백약지장(適量之酒 百藥之長)이라 하지 않는가. 적당히 마시라는 훈시긴 한데 적당히가 어디 그리 쉽게 되는가 말이다. 술이라는 글자의 주(酒)는 나아간다는 취(就)와, 만든다는 조(造)의 뜻을 담고 있다. 즉 술은 인성을 선(善)과 악(惡), 길(吉)과 흉(凶)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함이다.
진대의 죽림칠현, 도연명, 유령, 이백, 세종조의 명신 윤회, 맹사성, 선조조의 송강 정철, 숙종때의 동인삼학사 중 한사람이었던 오도일 선생들을 보노라면 술은 그래도 운치가 있는 식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술이 술이 아니다. 실컷 잘 먹고는 자부러지고, 싸우고, 죽이고, 불태우고, 자살하고 등등 술의 폐해는 사회적으로도 큰 골칫거리가 됐다.
여기서 우스개 소리 하나 하고 넘어가보자. 음주세태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피부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스승의 날에 고등학교 3학년 교사 한명이 학생들과 한잔할 기회가 생겼다. 평소 주당교사 랭킹안에 들어 있는지라 보통 3차 까지는 기본이었다. 학생 3명과 3차까지 땡긴 선생님이 그래도 서운한지 학생들에게 고하기를 “야! 우리 4차 갈까, 그런데 너희들 나 지금 술이 많이 취했는데 책임질수 있겠냐”고 했다. 학생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예”였다. 그리고 꼭지가 돌아가도록 퍼마셨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술에 만취된 선생이 눈을 떴을 때 너무도 깜짝 놀라는 일이 벌어졌다. 자신이 인도 한복판에 누워 있더라는 것이다. 더 놀란 것은 그 다음이었다. 바로 옆에 세워 놓은 표지판에 학생들이 이렇게 써놓고 사라졌다.
‘보행중 밟지 마세요.’ 그래도 학생들은 지켜주겠다는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하니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세상 모든 주당들아 “덕으로 들고 취하게는 말라”는 주당선배 주고(酒誥)의 말을 지킬 지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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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님,내두 적당히가 잘 안돼요..
"백약지장"이라는디..그게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