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소 사업 잘 돼 갑니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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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주소 사업 잘 돼 갑니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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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1보]현실태 : 길이름과 건물번호 중심의 새주소

^^^▲ 불규칙하고 복잡한 현행 주소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9년째 추진 중인 길이름 중심의 새주소 부여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 서울시^^^
불규칙하고 복잡한 현행 주소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9년째 추진 중인 길이름 중심의 새주소 부여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3,000여억원이 투입돼 실행 중인 국가적인 새주소사업이 어떻게 진척되고 있는지? 무슨 문제점이 있는지? 또 해결방안은 없는지?를 기획취재한다.<편집자 주>

1910년부터 토지지번에 뿌리를 두고 있는 우리나라 현행 주소체계가 불규칙. 무질서하고 복잡하여 목적지 찾기가 불편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9년째 추진 중인 도로방식중심의 새주소 부여사업(담당부서; 행정자치부 도로명 및 건물번호부여 지원단)이 표류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일본식 주소체계를 선진국형 특히 미국식 주소체계로 바꾼다는 명분을 내세운 그럴싸한 사업였다.

1996년에 시작해 1,600여억원이 이미 투입 됐고 진척률 42%에 234개 기초자치단체들이 참가했다. 앞으로도 2009년까지 시, 군, 구당 평균 12억원씩 모두 1천300여억원 가까운 자금이 더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후로도 매년 유지관리비가 소요되는데 2002년 6월 기본사업을 끝낸 서울시를 예로 들면 매년 10억원의 유지관리비가 든다고 하며, 이미 부여된 길 이름 중 시민들이 이용하기 불편한 것을 쉽게 고치는 사업에도 내년초까지 70억원이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나라의 주소체계를 바꾼다는 것은 국가 전체의 인프라와 문화를 바꾸는 일이고 우편, 물류 등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주요 국가 정책임에 분명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주관하는 행정자치부( 행정자치부#이고시오 )의 일관된 정책기준이나 추진전략이 엉성하고 표준화가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지방자치단체 별로 따로국밥 마냥 제각각 추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주소 정착을 위한 강력한 제도적인 뒷받침도 없어 새로운 국민적 민원이 제기될지도 모르고, 국민의 막대한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주소체제로의 전환은 옳은 결정이다

현행 주소체계는 광역시, 도와 시, 군, 구에 이어 읍, 면, 동 이름과 불규칙하게 부여된 토지번호(지번.地番)에 기초한 것으로 해당 지번의 토지의 위치가 지번 숫자에 따라 순서대로 인접한 위치에 있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배치되어 무질서하고 복잡하여 길 찾기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읍, 면, 동 이름과 지번으로 이루어진 현행 주소를 구미 선진국 등 많은 국가가 사용하고 있는 방식처럼 길 이름과 건물번호 방식의 새 주소로 바꾸기 위해 '도로명 및 건물번호 부여방안'을 마련한 것은 1996년부터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 종로구 옥인동 47-139번지'로 표현되는 현행 주소를 '서울특별시 종로구 송석원 3길 6' ( 송석원3길6#이고시오 )으로 새 주소로 고친 것이다.

새주소체제의 근본적인 문제점

이러한 정부의 의욕적인(?) 사업추진에도 불구하고 새주소 사업에는 몇가지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새주소를 알고 사용하는 국민들이 너무 적다는 데 있다

새주소 사업을 시작한지 9년이나 지났는데도 인지도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집 대문에 붙어 있는 새주소 명패가 뭔지도 모르는 국민들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지저분하다고 떼어내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는 것이다.

근 100여년을 사용해 온 기존 주소를 새주소로 대체하려면 국민의식의 일대전환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홍보가 미흡하고 국가주요정책이면서도 관련 법령 정비나 실생활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필요한 노력이 부족하고, 필요한 예산지원조차 제대로 뒤따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새주소 사업이 가장 활발하고 규모가 큰 서울시의 여론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우 새주소 사업을 알고 있다는 비율은 절반 정도 되지만 활용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불과 10%미만에 그친다.

둘째, 도로이름이 생소하고 길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꽃사슴길! 사랑길! 진실길! 은솔길! 해바라기길! 함박길! 꽃나래길! 장미길!… . 운운하는 사례들은 서울에서도 가로 구획이 잘 돼있는 강남구 논현동 학동 일대의 골목길 이름들이지만 실제 이 거리에 가서 이 이름을 들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골목과 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규재 경제교육연구소장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전혀 아니올시다"라고 단언한다." 그 혼동스러운 제멋대로의 길 이름을 들고 모르는 집을 찾아가는 것은 당초부터 수수께끼일 뿐이다.

한별길 갈대길 진실길이 어떤 논리적 순서로 이어지고 꽃나래길 함박길 수정길 이 도대체 어떤 질서로 맞닿아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구역질나는 혼란스러움은 새주소를 들고 실제로 길을 찾아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언론에 기고한 사설을 통해 분통을 터뜨릴 정도다.

주소가 무엇인지, 길이름이 목적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려 없이 그저 그럴싸하고 예쁜 이름만 가져다 붙인다고 골목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중구난방으로 갖다 붙인 골목길의 폐해는 심각하고 후유증은 더욱 깊어 이대로 가다간 골목길이 아니라 전국토와 나라꼴이 온통 뒤죽박죽될 지경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심각하게 들린다.

셋째, 사업주체인 지자체별로 따로국밥처럼 제각각이다.

새주소사업은 행정자치부의 협조와 정부자금을 지원받아 지방자치단체별로 추진하고 있지만, 새주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식과 자료 구조, 지리정보소프트웨어 시스템 등이 제각각이어서 상호간에 호환성이 결여되어 기존의 주소와 달리 국가 전체적으로 새주소가 통합되어 있지 못한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일례로, 서울특별시( 서울시청#뉴스타운 )와 대전광역시( 대전시청#뉴스타운 )의 경우를 보면 이러한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전광역시 홈페이지에서 대전시내의 특정지역의 새주소를 검색하다가, 서울시내의 새주소로 위치를 지도상에서 확인하고자 할 때는 대전광역시 홈페이지를 빠져 나와 서울특별시 새주소 안내 홈페이지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만 한다. 기존 주소로 위치를 찾는 경우 동일한 웹사이트에서 전국 어디나 지도검색이 자유로운 것에 비하면 불편한 점이 금방 드러나는 것이다.

한 나라의 주소체계가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통합되어야 하는 인프라인데도 불구하고 새주소 사업 주체인 행정자치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제각각 따로국밥 마냥 추진한 결과 불합리적이고 불편한 점들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남겨지는 것이다

넷째, 새주소를 주로 사용해야 하는 행정기관이나 사업체조차 활용도가 저조하고, 현실적으로는 새주소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애초 새주소 도입으로 가장 큰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 분야는 우편과 택배 등 우정과 물류 부문이다. 하지만 우편 업무를 관할하는 정보통신부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처음부터 새 주소 도입에 부정적이었다.

우정사업본부 우편물류과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도로 중심의 새주소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데 이의가 없다면서 새주소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새주소를 이용하는 경우 당장 업무 차질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이 딜레마라고 지적하고 있다

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정부의 새주소 사업이 난관에 직면해 엉거주춤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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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골목길 2005-07-31 13:56:47
우리동네 골목길에 붙여진 길이름도 작은 골목길마다 이상한 이름으로 붙여져 있어
기억하기도 어렵고 낯선 사람이 동네에 와서 물어도 알려주기가 어렵자나요?

검색기능만이라도... 2005-07-31 13:58:25
길이름과 건물번호를 알고 있는 경우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만이라도 전국적으로 통합되어야 할 것 같네요. 어디가 어딘지 알아야 찾아가지.....

처읍부터 잘 해야지 2005-07-31 14:05:09
많은 예산을 들여 10년이상 추진하는 사업인데, 집에 딱지만 붙이면 다 된다는 생각으로 추진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안 생기는 게 이상하다. 처음부터 국민들이 어떻게 잘 활용하게 할지에 대한 생각없이 마구잡이 행정의 표본이 아닐까?

좋은 지적 2005-09-04 23:43:58
새주소 사업에 대해 문제점을 제대로 밝혀내고 개선방안을 찾는 것은 중요한 문제~
송기자님의 한번 잡으면 놓지 않는 끈질긴 기자정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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