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반려동물을 준가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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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반려동물을 준가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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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정말 이렇게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 셈인가"

오혜빈 당선인 실종 사건은 수사에 큰 진전이 없었다. 수사 부진 속에 취임식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이러다가 대통령 없는 나라가 되는 것 아닌가?"

"국가 원수가 공석이면 국군 최고 통수권자가 없다는 이야기인데, 이럴 때 북한의 침략이라도 받는다면 누가 국군을 지휘할 것인가?"

"오 당선인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감감 무소식이라니, 도대체 정부는 뭐하는 거야?"

매일 모바일 중요 포털에는 모티즌들의 우려 글이 빗발쳤다.

나라 안의 모든 분야에서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 중에도 가장 속 타는 곳은 당선자를 내고 기뻐해야할 여당의 핵심부였다.

김마리 여사도 없는 여당 본부는 허연나 사무총장이 수장이었다. 선후배를 따진다면 마광숙 교수가 위겠지만 당내의 서열이나 정치 경력으로 따진다면 허연나가 당을 이끌어갈 수밖에 없었다. 여당 소속 110여 명의 국회의원들도 허연나의 당 의장 대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당선인이 없더라도 당에서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마광숙 교수가 허연나 사무총장에게 먼저 말을 꺼냈다.

"해야할 일이 무엇입니까?"

허연나 사무총장이 못마땅한 듯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오혜빈 당선인이 선거 전에 내 놓은 공약을 어떻게 한다는 발표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마 교수님이 걱정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허연나가 시큰둥하게 대답하고 나가버렸다.

"허 총장이 왜 저래? 납득이 안가네. 내가 뭐 잘못한 것 있나요?"

마광숙 교수가 양 손을 벌려 보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때였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문지수가 뛰어 들어왔다.

"이것 좀 보세요."

문지수가 자기 모바일을 마광숙 교수 앞에 내밀었다.

- 여당은 오혜빈 후보의 실종을 공식화하고 대통령 재선거의 절차를 밟는 데 동의하라. 만약 1주일 내에 이를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여당은 돌이킬 수 없는 파멸에 이를 것이다.

224개 참 정치 실천 모티즌 연합회.

"이거 공갈이야. 겁낼 것 없어요. 대통령 당선자가 없어진 마당에 더 큰 파멸이 뭐 있겠어요."

마광숙 교수는 일소에 붙이고 모바일을 꺼버렸다.

"어쨌든, 우리가 무엇인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지 않습니까?"

다시 들어온 허연나 사무총장이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단호하게 말했다.

"무슨 조치?"

마광숙 교수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다.

"허 총장님이 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되어 있었으니까 대통령직 인수 위원회 명의로 발표문을 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문지수가 건의했다.

"나도 그 생각입니다. 오혜빈 당선자의 선거 공약을 정리해서 실천에 옮길 것이라는 발표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야 민심을 딴 곳으로 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약집을 좀 검토해 보지요."

다음날 허연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 서리가 기자 회견을 열었다.

청와대 출입기자 1백여 명이 모였다. 대부분이 모바일 언론사 소속 기자들이었다.

허연나 위원장 서리의 발표 요지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 오혜빈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한 사항 중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이 사항들은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최우선적으로 실천에 옮길 것이다.

첫째, 국회를 폐지한다. 민주주의의 핵심 중의 하나인 대의제도는 보다 효율적인 간편한 직접 민주주의로 전진한다. 국민의 모든 의견을 모바일로 수렴하여 국정에 반영한다. 따라서 국회의원 선거의 폐단과 국력낭비, 지역감정 폭발 등을 막는다.

둘째, 화폐 제도를 5년 안에 폐지한다. 화폐로 행하던 모든 거래는 모바일로 대체한다. 국제 금융거래는 당분간 외국 화폐의 존재를 인정한다. 그러나 모든 무역 거래는 전자결제를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조폐공사, 각 은행의 지점은 모두 다른 업무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은행의 본점에 모바일 거래 및 계좌 본부를 설치하여 전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금융거래는 모바일화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셋째, 전 국민의 신상 정보를 모바일에 내장한다. 따라서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 면허증, 건강 보험 카드, 은행 계좌, 각종 면허증, 자격증, 가족관계 증명, 보험 등은 전자화하기 때문에 카드나 문서로 발행하지 않는다. 이로써 모든 민원 증명이 필요 없게 되며, 국민 생활의 혁명이 올 것이다.

넷째, 정부 조직법과 공무원 직제를 전면 개혁한다. 정부 부처는 전자 모바일 체제와 국민 편의 위주로 개편한다.

모든 국민생활의 중심이 되는 모바일 업무를 총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모바일 제어 본부를 설치하고 위원장은 총리급으로 한다.

엔터테인먼트부, 실버복지부, IT산업부, 국민 행복-수명 관리부 등을 신설한다. 국민 행복 지수를 높이기 위해 반려동물을 준가족으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반려동물법을 제정한다.

전국의 읍면동 사무실은 폐지한다. 모든 민원은 모바일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국민이 직접 관공서를 방문하는 일은 거의 없어지므로 공무원 정원은 10분의 1로 축소한다.

이상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대통령 취임 후 한 달 이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실행에 착수할 것이다.

허연나의 발표가 끝나자 회견장이 시끄러워졌다.

"이게 무슨 소리야. 정말 이렇게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 셈인가?"

"공약과 다르잖아. 힐링부, 여행관광부는 어디로 갔어?"

"이거 공약에 없던 것도 나왔잖아. 강아지, 고양이를 가족으로 대우한다고? 돌았군 돌았어. 에이 개 같은..."

"그건 잘하는 짓인데 뭘. 요즘 반려견의 지위가 얼마나 높아졌는데."

그러나 쏟아진 질문은 대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저는 멘붕연대 SNS 방송국 기자입니다. 이렇게 되면 엄청난 수의 실업자가 생길 것입니다. 공무원이 90 퍼센트 실직하고 금융기관, 정보산업 종사자, 심지어 주민증 인쇄하는 업자, 조폐공사가 모두 할 일 없게 되는 데 이 실업자들은 어떻게 감당할 것입니까?. 나라에 대공황이 일어날 것입니다."

허연나는 빙긋이 미소까지 지으며 대답했다.

"이러한 제도가 실현되면 국고는 수십조 원이 절약될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금융기관 등 이 분야의 지출 경비 절약도 수백조 원에 달할 것입니다. 이 재원으로 실직자를 전원 수용하는 미래 산업을 일으키고도 남습니다.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혜빈 당선인의 야심찬 핵심 공약은 '탈정치, 국민행복' 입니다. 행복한 국민은 정치 공해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의 제거, 분열하는 가족의 고독, 심리적 박탈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반려동물의 준가족 인정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신설되는 국민행복-수명 관리부를 주목하세요."

그때였다. 맨 뒤쪽에 있던 나이 지긋한 여기자가 소리쳤다.

"도대체 오혜빈 후보는 죽었습니까? 살아 있습니까?"

악을 쓰는 듯한 소리에 회견장은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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