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당선인 유고 때는 2위가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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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당선인 유고 때는 2위가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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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문지수? 걔는 위험 인물이야"

남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가 당선에 실패한 공대성은 갑자기 바뀐 환경에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나서부터 잠들 때까지 집요하게 달라붙던 기자들도 사라지고, 눈도장 찍어 두려고 틈만 나면 앞에서 얼쩡거리던 정치인들도 뜸해졌다.

공대성은 이런 일을 예견이라도 한 듯이 잘 극복하고 있었다. 매스컴의 눈이 사라지자 자기만의 세계에서 무슨 일인가를 꾸미는 것 같기도 했다. 가끔 비서진도 모르게 몇 시간, 혹은 하루 이틀씩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이전처럼 집요하게 그의 일상을 추적하지 않았다.

주경진은 그가 어제 밤에 한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독심술의 기법을 총동원해서 공대성의 얼굴을 살폈다.

퇴근 길, 공대성은 자기 집 앞에 이르자 수행비서와 운전기사를 돌려보냈다. 공대성은 직접 운전해서 차고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그러나 차를 세우지 않고 다시 돌아 나왔다. 차고를 나오자 잠깐 좌우를 살펴보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자 쏜살 같이 빠른 속도로 차를 몰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공대성은 한강변 W호텔 방갈로로 갔다. 전용으로 쓰고 있는 별장이었다.

공대성은 거기서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던 조연하를 만났다.

"빨리 오셨네요?"

조연하는 어깨가 완전히 드러난 검정색 잠옷을 펄럭이며 공대성의 목을 껴안았다. 그리고는 공대성이 옷을 벗을 틈도 주지 않고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대통령 안 된 것이 얼마나 잘 된 일인지 몰라요. 당신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라면 이런 재미를 볼 수 있겠어요?"

조연하의 말에 공대성은 대꾸를 하지 않았다. 대신 부지런히 손을 놀려 옷을 벗었다. 이어 조연하의 잠옷을 거칠게 벗긴 뒤 급히 섹스를 하기 시작했다.

"바쁜 일이 좀 있어서 가봐야 하거든."

급하게 볼 일을 끝낸 공대성은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공대성은 아직 얼얼한 기분인 조연하의 벗은 가슴을 잠깐 토닥여 주고는 급히 밖으로 나왔다. 공대성은 다시 자동차를 을지로에 있는 롯데호텔로 몰고 갔다.

공대성은 14층에 있는 비즈니스 룸으로 갔다. 그곳은 상담이나, 국제회의 같은 회합을 위해 마련된 고급 비즈니스 룸이 여러 개 있는 층이었다. 비교적 비밀이 보장되는 곳이었다. 공대성은 그 중의 한 룸으로 들어갔다.

"빨리 오셨네요? 의원총회가 있다더니..."

기다리고 있던 여자가 일어서서 공대성을 맞았다. 40대로 보이는 미인이었다.

"하진이는?"

공대성이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곧 올 거예요. 문지수를 좀 만나러 갔어요."

"문지수? 걔는 위험 인물이야."

공대성이 얼굴을 찌푸렸다.

"왜요?"

여자가 담배를 꺼내 물면서 물었다. 분홍빛 매니큐어를 한 손가락 사이에서 담배연기가 피어올랐다.

"우리 캠프의 비밀이 걔를 통해서 새 나가는 것 같다는 정보가 있어."

"하지만 우리 쪽에서 걔를 통해 얻는 정보도 있어요. 특히 오혜빈 실종 수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 점도 있기는 하지. 그런데 수사 당국은 어디까지 알고 있다는 거야?"

"지금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대요. 오전에 국정원 국내 담당 차장을 만났는데 전혀 행방을 모르는 것 같았어요."

"여당에서는 어떤 대책을 세웠는지 알아낸 것이 있나?"

공대성은 가슴이 깊이 파인 옷 때문에 윤곽이 도드라진 여자의 가슴을 호기심 가득 찬 표정으로 뚫어지게 살피면서 물었다.

"재선거 같은 것은 아직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시간 싸움 아니겠어요?"

여자는 공대성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슬그머니 가슴을 여미면서 빙긋 웃었다.

"저 왔어요."

그 때 문이 조용히 열리고 김하진이 들어왔다. 무대의상 같은 요란한 차림 대신에 짙은 회색 롱코트를 입고 있었다. 흰색 머플러가 멋진 목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위로 말아 올린 긴 머릿결에서 윤기가 났다. 얼핏 보아도 보통 주부나 직장여성의 차림과는 다른 멋이 풍겼다. 발레리나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게 했다.

"어서와, 처제."

공대성이 웃으면서 반겼다.

"밖에서는 처제란 말씀 거북해요."

김하진이 웃지도 않고 말했다.

"그럼 뭐라고 부를까? 피앙세?"

"피앙세? 요즘 누가 그런 구닥다리 단어를 쓰나요? 70년대식이네요."

"내가 학생 때는 인기 있는 호칭이었거든."

"그냥 김하진이라고 부르세요."

"알았어요. 김하진씨. 문지수한테서 뭐 얻은 정보가 있나요?"

"여당에서는 오혜빈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봐요. 오혜빈을 납치로 보는 것이지요."

"아니, 김마리가 피살된 것을 보고도 살해되지 않고 납치 되었다고 보는 거야?"

김하진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그 건은 차질 없이 진행되지? 처제."

공대성의 공무원 같은 질문에 김하진은 그냥 웃어보였다.

당선인이 실종된 여당에서는 연일 비상대책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하루에 두 차례씩 총리실로부터 실종 사건 수사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으나 결정적인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 경우와 비슷한 일이 과거에 있었습니다. 5년 전에 베네수엘라에서 차베스라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나 취임식을 하지 못해 법률 해석을 두고 시끄러운 적이 있었지요. 차베스는 당선인의 자격으로 있으면서 암 수술을 받아 중태였기 때문에 대통령 취임식을 거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대통령으로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비상 대책회의에서 주경진이 참고 발언을 했다.

"그때는 어떻게 끝났지?"

마광숙 의원이 물었다.

"대법원에서는 취임식을 못하고, 취임 선서를 하지 않았더라도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는 영향이 없다는 해석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취임 날자가 되면 그때부터 대통령이 되기 때문에 집무실에 없을 뿐이지 대통령의 자격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 오혜빈 후보도 2월 25일 부터는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이 되는 것이군요. 다만 청와대에 있지 않다는 것뿐이지요."

허나연 사무총장, 아니 비상 대책 위원회 위원장이 말했다.

"당선인이 서거했다는 증거가 없으니까 자동적으로 대통령이 되는군요. 그러나 유고 중이니 누군가가 권한 대행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하도록 헌법이 정하고 있으니까, 현재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는 것 아닐까요?""그러면 정권이 바뀌는 것이 아니군요. 지금 총리는 18대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니까 18대의 연장인 셈이 아닌가요?"

마광숙이 허 위원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헌법 61조에는 대통령이 유고시에는 국무총리가, 국무총리도 유고시에는 국무위원 서열순으로 권한대행을 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국무총리 다음 수석 국무위원은 지경부 장관이지요. 그리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전에 사망 등 유고가 생기면 60일 이내에 재선거를 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습니다. 공직 선거법 195조 4항, 정부 조직법 12조에서 그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경진의 설명에 마광숙이 엉뚱한 말을 했다.

"당선인이 유고 시에는 차점자가 대신 당선인이 되는 경우는 없나요?"

"그건 대학 입학시험에나 통하는 일이지요. 합격자가 등록을 안 하면 차점자가 합격되잖아요."

허나연이 비웃듯이 말했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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