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대권보다는 여자
[제29화] 대권보다는 여자
  • 이상우 추리작가
  • 승인 2015.07.22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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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세 여자가 수상하다고요"

"아저씨, 그러니까 청주 호텔 커피숍에 있던 세 여자가 수상하다는 말씀이지요?"

주경진이 추 탐정이 타준 커피를 조금씩 마시면서 물었다. 설탕을 너무 타서 느끼했지만 불평할 수가 없었다.

김마리 의원 피살 사건과 오혜빈 당선인 실종 사건이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경진 혼자만이 아니었다.

"김마리 의원 사건을 철저히 캐면 오혜빈 당선인의 실종 사건도 밝혀질 거야."

"그러면 아저씨도 오혜빈 당선인의 실종을 범죄 사건으로 보고 있군요."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 김마리 의원이 피살된 사건 현장에 있던 여자 셋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거든."

"또 아저씨의 육감 이야기예요?"

"경찰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나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더구나 그들이 나눈 대화를 나대로 해석을 해 보았거든."

"그런데 그 정보는 어디서 얻었습니까?"

"청주의 수사본부에서 경찰청에 보고한 정보에 딱 한 구절이 있었어."

"세 여자가 수상하다고요?"

"아니지. 그날 그 시간에 객실 외에 호텔 내부에 있었던 사람들을 전부 체크한 자료에 있었어. 드나든 사람이 모두 서른두 명인데 그 중에 그 여자들 셋이 있었지."

"경찰청 자료를 모두 가져왔나요?"

주경진이 혹시 수사 누설 같은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물었다.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니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라 말썽에 휘말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

"너도 어릴 때 여러 번 보았겠지만 젊은 시절 나와 함께 서울 시경 강력반에서 짝으로 뛰던 강 형사, 아니 지금은 과장이지. 강 과장이 경찰청 수사 지휘 파트에 있거든."

"영원한 문학청년을 자처하던 그 강 형사 말씀이군요."

"맞아, 맞아. 지금도 서사시를 쓴다고 벼르고 있다네."

"아니 그땐 소설인가 희곡인가를 쓴다고 하지 않았어요?"

주경진이 학생시절의 기억을 떠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소설은 문학성이 약하다나. 진짜 문학을 하려면 시를 써야 한다고 그러더군. 철이 드는 게 아니라 철이 나가는 것 같아."

"못 말리는 문학청년이군요."

"아니지, 요즘은 문학 소년으로 퇴보하는 것 같대. 어쨌든 강 과장 사무실에서 수사 기록을 훑어보았는데 출입자들 중에 커피숍의 여자 셋이 '성명불상, 연령 불상'이란 딱지와 함께 한 줄 있었어."

"그런데 세 여자의 대화는 어떻게 알았어요?"

"기록을 보면서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내가 청주의 그 호텔로 갔지."

"현장을 다녀오셨어요?"

"현장이야 여러 번 가 보았지만 그 여자 세 명에 대해서는 자료 수집을 한 일이 없지."

"그래서 그 여자들을 만났어요?"

"아니야. 우선 당시 커피숍에 장치되어 있던 경비 업소의 CCTV를 검색해 보았지 .마침 그때의 장면이 녹화되어 있었어. 상태가 나쁘고 위치가 좋지 않아 명확히는 알 수가 없었지만."

"그런데 대화 내용을 어떻게 아셨어요?"

"응, 그게 말이야.... 그 여자들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두 남자한테 물어 보았지."

"남자 두 명이라고요?"

"응, 두 남자는 얼굴이 똑똑히 나와 있었어. 커피숍 종업원에게 보여주고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 호텔에 묵었던 손님이라고 했어. 그래서 숙박부에 적힌 주소를 보고 그 남자 두 명을 찾아갔었지. 서울의 대기업 사원들인데 청주에 출장 갔다가..."

추 탐정의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출장 간 회사원 두 사람은 저녁을 먹고 난 뒤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커피숍에 앉아 드나드는 여자들에게 수작이나 걸어볼까 하고 내려갔다. 모처럼 출장 나와 마누라 없는 곳에서 걸려드는 여자라도 있으면 어떻게 해 볼까 하는 바람기가 발동했다.

그런데 외지에서 온듯한 여자 셋이 노닥거리고 있는 것 같아 옆자리에 앉아 관찰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우선 무슨 대화를 하는지 알아야 수작을 걸 수 있을 것 같아 유심히 대화를 엿들었다. 세 여자는 친구 같지는 않았다. 두 여자는 나이가 비슷하고 한 여자는 훨씬 젊어 보였다. 그런데 친구처럼 보이는 두 여자도 서로 말을 놓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남자들은 수작 걸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밖으로 나가 맥주 집에서 한잔 하고 들어가 잤다고 했다.

"그 CCTV 볼 수 있을까요?"

이야기를 듣고 난 주경진이 물었다.

"아니야, 나도 호텔 방재실에서 보기만 했지. 복사 같은 것은 할 수가 없었어. 여자 셋이 앉아 있는데 두 여자는 얼굴이 보이지만 한 여자는 뒤로 돌아 앉아 있어서 얼굴이 나오지 않았어. 한 여자는 젊고 한 여자는 한 마흔이 훨씬 넘은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30대 같기도 하고,,,, 화면이 선명하지 않아 분별이 어려웠어, 요즘은 CCTV 판별하는 기술이 발달해서 전문 파트에서 재처리를 하면 선명하게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군. 우리 때와는 달리 수사 기법이 엄청나게 발전했지. 요즘은 거의 모든 범죄 현장이 CCTV에 잡히거든."

"그 여자들이 범행의 주체는 아닐 것이고 누가 몸체냐 하는 것이 문제군요."

주경진이 긴 숨을 내쉬면서 힘없이 말했다.

"몸체를 밝히자면 우선 깃털, 즉 그 여자들 신원부터 알아내야 하지. 그 호텔에 묵은 여자들을 다 조사해 보았는데, 여자 셋이 한꺼번에 온 기록은 없었어. 아마 그 여자들이 범인이라면 일을 끝낸 뒤 그곳을 떠났다고 봐야지."

"호텔 현관을 나가는 장면이 CCTV에 잡히지 않았을까요?"

주경진이 눈을 반짝였다.

"내가 현직에 있었다면 그걸 달라고 해보았을 텐데... 사립 탐정한테는 그런 권한이 없어."

추 탐정이 갑자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오혜빈 당선인의 실종은 공대성 후보의 캠프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정국이 어떻게 돌아갈지 몰라 모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무슨 소식 들은 것 있나?"

주경진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공대성 후보가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김마리 의원 살해범이 오혜빈 당선인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추 탐정의 추리였습니다."

주경진이 대수롭지 않은 정보란 듯이 말했다.

"그래? 정말 그럴까?"

공대성은 의외로 크게 관심을 보였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경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오혜빈이 무슨 일을 당해 선거를 다시 했으면 하는 바람이 빤히 보이는 것 같았다. 주경진은 공대성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독심술을 발휘해서 그의 속마음을 읽어내려는 것이었다.

- 아니, 이런?

그러나 주경진의 생각은 빗나갔다. 공대성의 마음속에는 여자의 얼굴이 가득 차 있었다.

- 여자가 둘이잖아. 첫사랑이었다는 조연하와 김하진이 아닌가. 조연하는 지금도 몰래 만나고 있는 사이이고, 발레리나 김하진은 처제이면서 숨겨놓은 섹스 파트너가 아닌가. 그런데 양처수의 사실상의 처인 박소진의 얼굴은 왜 나왔을까? 설마 박소진에게 까지 마수를 뻗치지는 않았겠지.

주경진은 옛날부터 공대성의 이중인격에 실망했지만 이제는 역겨움까지 느껴졌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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