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소고기 사먹겠제'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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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소고기 사먹겠제'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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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남당(男黨)에서도 신경을 쓰는구나"

여당의 오혜빈, 남당의 공대성, 무소속의 양천수, 동당의 강로리 등 4명의 대선 후보는 막바지 공세를 벌이고 있었다. 대선 전은 2강 2약의 평을 받으며 윤곽이 잡혀가고 있었다.

그러나 여당의 제2인자 김마리 의원 피살 사건으로 선거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SNS의 모든 뉴스 채널은 김마리의 피살 사건으로 도배 되었다. 추측 기사도 난무했다.

"여자가 득세하는 세상을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된 남성 우월주의자들의 소행이야."

"아니야. 국회의원을 줄이거나 국회를 없애겠다는 오혜빈에게 경고를 보낸 거야. '의회주의사수위원회' 같은 조직이 한 짓일 거야."

"하긴, 국회의원 제도가 없어지면 별 볼일 없게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

시시각각 쏟아지는 추측기사와 논평들은 유권자의 모바일이 쉴 틈 없게 딩동 신호를 날렸다.

이 사건으로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물론 오혜빈 후보였다. 여당(女黨) 대선 캠프는 긴장감으로 터질 것 같았다.

"드라곤 아이가 협박을 여러 번 하더니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군요."

오혜빈이 창백한 얼굴로 위원들을 둘러보았다. 사람들과 악수를 너무해서 손바닥이 얼얼해 파스를 붙이고 있었다.

"경찰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캠프에 뒤늦게 합류한 마광숙 교수가 허연나 사무총장을 보고 물었다.

"수사본부가 청주에 있어서 자세한 내용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아니, 이런 중대한 살인사건을 지방 경찰에 맡겨두고 보고도 받지 않는단 말인가요?"

초조해 하던 오혜빈이 누구에게도 아닌 화를 벌컥 냈다. 모여 있던 위원들이 모두 민망스러워 했다. 좀체 흥분하지 않아 얼음공주라는 별명까지 있는 오혜빈이 화를 내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물론 청와대와 경찰청에는 보고를 하고 있겠지요. 다만 우리가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도 청주 수사본부에 사람을 박아두세요. 그리고 청와대에도... 아니 나는 청와대라는 말이 싫어요. 청와대란 미국의 백악관, 즉 화이트 하우스를 패러디한 이름이잖아요. 백와대라고 하기도 그렇고 청악관이라고 하기도 그러니까 청와대로 붙인 것 아닙니까?"

오혜빈이 갑자기 화를 쏟아 부을 상대로 청와대라는 이름을 고른 것 같았다.

"원래는 경무대지요. 윤보선 대통령이 집들이하면서 전임 대통령 이승만이 붙인 이름이라고 싫어해서 문패를 바꾼 것이라고 합니다."

허연나가 아는 체했다.

"청와대란 사대주의 발상에서 나왔습니다. 청와대, 즉 푸른 기와집이란 뜻 아닙니까?"

"청기와 예식장 같은 ㅋㅋ."

마광숙이 설명을 하러 나서자 박상선 위원이 말허리를 잘랐다. 박상선 위원은 국회 부회장을 지낸 3선 여성 의원이었다. 여름에도 목도리를 하고 다녀 목도리 여사란 별명이 있다. 자기는 목소리가가 밑천이라 목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황제는 노란색을 상징으로 삼습니다. 자금성의 지붕도 모두 노란 황금색이 아닙니까? 그 밑에 계급인 제후들은 푸른색을 씁니다. 집도 물론 청기와지요. 황금색 지붕을 만들었다간 큰일 납니다. 우리 청와대는 스스로 격을 낮추어 제후의 색깔인 푸른색을 쓴 것입니다. 이게 사대주의 아닙니까? 우리 오혜빈 후보께서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란 굴욕적인 이름부터 바꿔야 합니다."

마광숙이 흥분해서 떠들었다.

"지금 대통령 집무실 기와 색깔이나 논할 때가 아닙니다. 우리 여당의 큰 기둥인 김마리 의원이 목숨을 잃은 상황을 명심하십시오."

허연나 사무총장이 나서자 모두 조용해졌다.

"김마리 의원의 죽음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됩니다. 진상 규명을 위해 손을 써야 합니다."

오혜빈 후보가 조금 전과는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마리 의원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들은 우리 여당을 파괴시키려는 음모를 가진 자들이 틀림없습니다. 이 사건은 정치적 음모입니다. 정적을 떨어뜨리려는 정치적 음모라는 것을 철저하게 홍보해야 합니다."

"그게 무슨 홍봅니까? 진상규명 위원회를 만들고 국정조사 안도 내놔야 합니다."

여러 위원들이 각각 한마디씩 했다.

"물론 김마리 의원 암살 음모 규명 진상위원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위촉해서 파헤쳐야 합니다."

듣고만 있던 문지숙이 입을 열었다.

"제 생각으로는 사립탐정단에 의뢰해서 경찰이 손대지 못하는 부분을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문지수의 말에 오혜빈 후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문지수 위원은 빨리 믿을 만한 사립 탐정을 수배해서 일을 맡기세요."

문지수가 추병태 사립 탐정 사무실에 도착하자 뜻밖에도 주경진이 와 있었다.

"지수야, 별일 없었니?"

주경진은 반가움과 부담감이 함께 느껴지는 야릇한 표정으로 문지수의 손을 잡았다.

"별일 일어난 것은 알잖아요."

문지수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함께 주경진의 손을 잡았다. 문지수의 손은 언제나 촉촉하고 따뜻했다.

"김마리 의원의 일 때문에 여기 왔군. 나도 실은 그 일 때문에 왔지."

주경진은 문지수의 눈동자를 벌써 읽고 있었다.

"어서들 오게."

두 사람이 문 앞에서 인사하는 모습을 본 추 경감, 아니 추 탐정이 말을 붙였다.

"탐정님, 얘는..."

주경진이 문지수를 소개하려고 하자 추 탐정이 말을 앞질렀다.

"주 군의 애인이지?"

"어떻게 아셨어요?"

"탐정의 눈을 어떻게 생각하나고 그런 질문을 하나?"

"처음 뵙겠습니다. 문지수입니다. 여기 주경진 씨가 제 애인 맞고요."

문지수가 허리를 깊이 숙이고 인사를 했다.

"얘도 살인 사건 때문에 온 것 같아요. 둘이 정 반대되는 조직에서 일하고 있지만 진상을 알고자하는 뜻은 같아요. 그러니까 아저씨는 한 가지 일을 하시고 두 군 데서 보수를 받게 될 것 같은데요?"

"그럼 주경진 씨도 김마리 의원 사건을 추 탐정님께 의뢰하러 온거예요?"

문지수가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진상을 알아야 대처할 수 있지 않겠어?"

"남당(男黨)에서도 신경을 쓰는구나."

"신경을 쓰는 정도가 아니지. 살인 혐의를 우리 캠프에 씌우게 되면 망하는 것은 어느 쪽이겠어? 그러니 좋아하기는커녕 안절부절이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믹스 커피 석 잔을 타온 추 탐정이 자리를 권하며 입을 열었다.

"나한테 찾아올 줄 알고 기초 조사를 좀 해 놓았지. 보수는 양쪽이 똑 같이 내야해. 나는 좀 비싸게 받는 편이지만 두 군데서 내니까 할인을 해줄 테니 그렇게 알고...."

"그럼 벌써 사건 검토를 해보셨습니까?"

주경진이 귀를 바싹 세웠다.

"드라곤아이, 의회주의수호위원회, 남성우월주의연맹 외에도 용의선상에 오른 단체는 또 있어."

"어떤 조직인가요?"

문지수가 물었다.

"가령 '소고기사먹겠제연대' 같은 시민 단체도 용의선상에 있지."

"예? '소고기사먹겠제연대'라고요?"

주경진과 문지수 두 사람이 동시에 물었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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