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선거 유세 2인자의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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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선거 유세 2인자의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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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국민의 생식기를 왜 국가가 관리합니까"

사고는 모바일로 세 후보의 SNS 토론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일어났다. 5년 전인 2012년 대선 때까지 TV에서 진행하고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보던 토론과, 2017년의 후보자 토론은 달랐다. 5년 전에는 여자 후보 2명과 남자 후보 1명 등 3명이 정책 토론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당 후보나 국회의원 경력 등 이상한 제한을 두어 불공평한 TV 토론을 한 2012년과는 전혀 달랐다. 누구든지 출마자는 모두 토론에 참여할 수 있었다. 4명의 후보, 남당의 공대성, 여당의 오혜빈, 무소속의 양천수, 그리고 동당(동성애당)의 강로리 후보 등 4명이었다.

토론 방식도 TV가 아닌 모바일로 실시되었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지하철을 타고 가거나, 버스를 타고 가거나, 직장 테이블의 컴퓨터, 모바일 등을 통해 듣고 볼 수 있었다.

후보자들도 한자리에 모여 앉아 진행자의 지시대로 발언권을 얻어 제한된 시간에 하는 것이 아니었다.

1차 정책 토론이 시작되었을 때 공대성 후보는 대구에, 오혜빈 후보는 광주에, 양천수 후보는 제주에, 그리고 강로리 후보는 동두천에서 서울로 오는 자동차 안에 있었다.

사회자도 한 사람만이 아니고 모바일 추첨으로 뽑힌 시민단체 진행자, 멘붕 연대의 방용환, 공자왈 연대의 서석견, 삼강오륜지킴이 지대공 등 3명이었다.

3명의 사회자도 물론 한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울의 사무실이나 자기 집에서 모바일을 들고 진행했다.

질문하고 대답하는 시간을 제한하는 그런 방식도 아니었다. 답변도 하고 싶은 만큼 자기가 시간을 정했다. 유권자들은 후보마다 듣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토론 방식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토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유권자들에게 보급했기 때문에 다운만 받으면 누구나 들을 수 있었다.

토론을 시청하는 유권자의 숫자도 리얼 타임으로 모바일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공대성 후보의 정책 발언을 시청하는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선 시대에도 범죄 혐의자에 대해서는 3심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억울한 사람이 많았는데, 사법제도의 개혁이 필요 합니다 현재의 3심 제도에 국민 참여 최고 재판소를 만들어 4심 제도를 해야 합니다."

공대성 후보의 사법부 개혁안에 대해 오혜빈이 한 수 더 떴다.

"검찰 권한으로는 기소권만 주어야 합니다. 모든 수사는 경찰과 사립탐정에게 맡겨야합니다. 경찰이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고 피해자가 느꼈을 때는 사립탐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수사가 끝난 사건은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시민 배심원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검사들의 도덕적 해이와 수사권 문제가 생긴데 대한 개혁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이러한 토론에 곧 흥미를 잃었다. 시간이 10분 정도 지나자 오혜빈 후보의 시청자가 더 많아졌다.

그러나 1시간쯤 지나자 양천수가 1위로 달리더니 곧 이어 강로리 후보의 시청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간통죄를 폐지해야 합니다. 사랑을 법률로 묶는 것은 야만 시대의 유물입니다."

양천수가 파격 제안을 하자 강로리는 한 수 더 떴다.

"남녀가 만나면 악수하듯이 눈만 맞으면 어떤 남녀든, 어디서든 섹스할 수 있는 자유가 절대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남녀끼리만이 아니고 여자끼리, 남자끼리도 마찬가지이지요. 국민의 생식기를 왜 국가가 관리합니까?"

강로리의 충격적인 발언에 모두 호기심이 가득 찼다.

"저런 미친 여자가 동방예의지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공자 왈 연대와 삼강오륜지킴이 회원들이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멘붕연대와 동당에서는 환호성을 질렀다.

토론 시청자의 숫자가 지지자의 숫자와 같지는 않겠지만, 강로리와 양천수의 시청 숫자에 공대성과 오혜빈은 신경이 곤두섰다. 양천수, 강로리 모두 오혜빈 후보의 스캔들 대상이 아니던가?

토론이 전대미문의 주장으로 뜨거워지자 북한에서도 끼어들었다.

"지금 남조선에서는 윤리가 붕괴되고, 인민이 타락의 지옥으로 빠져들어 가는 연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결혼의 신성한 의미를 파괴하고, 남녀의 생리적 차별까지 부정하는 미친 짓에 모든 인민이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평양 방송과 로동신문의 주요 보도 내용이었다.

10시간에 걸친 토론이 끝나자 곧 후보별 시청자의 반응 통계가 나왔다. 유권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시청해준 후보의 순위가 나왔다.

1위 강로리

2위 양천수

3위 공대성

4위 오혜빈

물론 이러한 통계나 발표도 중앙선관위에서 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지지자와는 거리가 있다고 모두 생각했다. 순문학 소설보다 장르소설 독자가 더 많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강로리나 양천수가 워낙 튀는 이야기, 흥미를 끌 만한 파격 정책을 많이 내 놓기 때문에 일상이 따분한 유권자들이 흥미를 느꼈을 뿐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꿩 잡는 게 매라고 관심을 많이 끈 후보에게 투표하게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1차 모바일 토론이 끝나고, 2차 진행이 시작되기 전 새로운 사건이 터졌다. 독신으로 지내는 여당의 제2인자 김마리 의원이 피살되었다는 급보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오혜빈 후보의 지방 유세에 함께 다니던 김마리 의원이 청주의 한 호텔에서 권총에 피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김마리 의원은 밤늦도록 청주 시청 앞 광장에서 유세를 마치고 오혜빈 후보와 함께 호텔에 투숙했다. 12층 5성 호텔에서 오혜빈 후보는 10층, 김마리 의원은 11층에서 잤다. 오혜빈 후보가 들어있는 층은 통째로 빌려 일행이 들어 있었으며 경비도 엄중했다. 그러나 60세 노처녀인 김마리 의원은 혼자 떨어져 있겠다며 11층 룸에 혼자서 자다가 변을 당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모두 2층 비즈니스 룸에 모였으나 김마리 의원이 나타나지 않아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아 찾으러 갔던 수행원이 혼이 나간 얼굴로 달려왔다.

"큰일 났습니다. 김마리 의원이 죽었습니다."

"무슨 소리야. 김 의원이?"

오혜빈 후보와 일행이 김마리 의원의 침실로 뛰어갔다. 김 의원은 침대에 반듯이 누운 채, 가슴이 피에 흠뻑 젖은 시체로 변해 있었다.

김마리 의원의 사인은 45구경 권총 한 발이 심장을 관통한 것이었다. 단 한방으로 정확히 심장을 뚫은 것으로 보아 범인은 사격 훈련을 받은 사람인 것 같았다.

"방 안 탁자에 '드라곤 아이'라고 쓴 쪽지가 있었답니다."

허연나 사무총장이 오혜빈에게 보고했다.

"뭐? 드라곤 아이?"

드라곤 아이는 오혜빈 후보 모바일에 경고 문자를 보낸 정체불명의 단체였다.

오혜빈이 당선될 것이라는 역술가의 예언을 제일 먼저 퍼뜨린 사람이 김마리 의원이었다.

드라곤 아이란 '용의 눈', 즉 한자로 용안(龍眼)으로 조선 단종 때의 용안이란 역술인인데, 안평대군이 왕이 될 것이란 예언을 했다가 수양대군에 의해 참형을 당한 역술인을 지칭한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드라곤 아이라는 비밀 결사가 오혜빈의 대통령 당선을 가로막는 공작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선 캠프의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이 사건은 대선 정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곧 청주 지방 경찰청에 수사본부가 설치되었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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