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처제와의 밀회
[제21화] 처제와의 밀회
  • 이상우 추리작가
  • 승인 2015.07.0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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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처제를 애인으로 삼았단 말입니까"

"김하진도 공대성 후보의 숨겨둔 연인이 맞는거요?"

주경진이 몹시 궁금한 표정으로 백상희의 얼굴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간절히 바라는 눈매군요. 문지수도 늘 그런 눈으로 바라보나요?"

백상희가 웃으면서 말했다. 콧등에 살짝 얹힌 검은 점과 볼우물이 예뻤다. 주경진은 눈 가장자리에 깊게 파인 잔주름만 없다면 꽤 매력적인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어울리지 않는 애인이지요. 우선 나이 차이가 스무 살에 가깝지요."

"그렇게 나이 차이가 나요? 하지만 요즘 세상엔 스무 살 나이 차이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죠."

"나이뿐만 아니라 가족 관계도 문제랍니다."

"가족 관계요?"

백상희는 말을 잠시 멈추고 핸드백에서 담배를 꺼냈다.

"여기서 담배피면 안될 텐데요."

주경진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괜찮아요. 여긴 흡연구역이거든요."

주경진이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제야 자기들이 유리 상자 속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백상희가 성냥을 그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래 가족 관계가 어떤데요?"

주경진이 길게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백상희를 보면서 물었다. 백상희는 담배 피우는 모습이, 옛날 영화에서 본 살롱 마담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김하진은 공 후보의 사모님 김 여사의 동생입니다."

"예? 그럼 처제를 애인으로 삼았단 말입니까?"

"그러게요. 공 후보에게는 처제가 셋이나 있는데 김하진은 막내 처제랍니다. 아직 미혼이고요."

"미혼이라고요? 이거 터지면 대선 끝장납니다. 대통령 후보가 처제와 간통을 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가는 순간부터 공대성은 없는 것입니다."

"그런 뉴스가 터지더라도 흑색선전이라고 버티면 또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이 우리 정치 풍토 아닌가요. 모두 정치 9단, 권모술수 9단의 달인 아닙니까? 경진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백상희는 여전히 미소띤 얼굴로 차분하게 말했다. 흥분해서 갑자기 얼굴이 붉어진 주경진과는 너무도 달랐다.

"아무리 딱 잡아떼는 선수들이라도 이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여당의 오혜빈 사건을 보세요. 동성애를 했다는 당사자가 나와서 증언을 했는데도 딱 잡아떼니까 유야무야 되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좀 다르지요. 증거로 내세운 허벅지 문신이 실제로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잖아요."

"그 사건은 그래서 유야무야 되어 가는 것이 아니고, 오혜빈 후보가 어쩌면 여자의 속살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눈이 마비된 것이라고 보아야지요. 어쨌든 그 사건이 폭로되어도 공대성의 반격 수완으로 무마되고 말 것입니다."

백상희가 들려준 공대성과 처제의 스캔들은 누가 들어도 얼굴을 붉힐 이야기였다.

공대성의 처이며 김하진의 큰 언니인 김숙진은 예술가라는 직업상 밖에서 나도는 일이 많았다. 그러니까 5년 전, 공대성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때였다. 김숙진은 전시회 일로 브라질에 장기간 출장을 가 있었다. 전시회가 보름 이상 걸리니까 오가는 시간, 준비 기간 등을 합치면 한 달 쯤 집을 비워야 했다.

김숙진은 자기가 없는 동안 막내 동생인 김하진한테 집에 와 있으면서 형부를 도와주라고 부탁했다. 물론 집에는 가사 도우미가 두 사람이나 있어서 특별히 할 일은 없었다. 언니 김숙진의 생각은 바람둥이로 평소 속 썩이던 남편이 자기가 없는 동안 활개 치며 바람피울 것을 알기 때문에 다소라도 견제를 할 목적이었다.

그러나 김숙진의 생각은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긴 꼴이 되었다.

공대성은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처제에 대해 흑심을 품고 있었으나 윤리의 벽에 막혀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호기회를 맞은 셈이었다.

공대성은 처음에는 집에 일찍 들어오는 것으로 신임을 쌓았다. 그러다 일주일이 못가 작업에 착수했다.

"처제, 저녁에 특별한 스케줄 없어?"

공대성이 아침에 현관을 나서며 슬쩍 물었다.

"오후에 무용학원 가는 일 뿐이예요. 무슨 심부름이라도 할 일 있나요? 형부."

청바지에 소매 없는 블라우스를 걸친 차림으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처제가 공대성의 흑심을 한껏 자극했다. 무용 공부를 하고 있는 김하진은 몸매가 세련되었다. 형부 앞에서도 스스럼없이 맨몸을 들어내고 옷을 갈아입는 것이 보통이었다. 공대성에게는 처제가 아니라 요염한 사냥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럼 저녁에 외식이나 할까? 우리 집에 징발 당해 와서 고생하고 있는데 내가 위로 좀 해 줄게. 우리 예쁜 처제."

공대성은 손으로 김하진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좋아요. 대신 최고급으로 사야 해요."

그날 저녁 공대성은 미리 예약해둔 신라호텔 프랑스 식당으로 김하진을 불러냈다. 한 병에 2백만 원이 넘는 포도주와 최고급 코스의 프랑스 만찬을 시켰다. 김하진은 무용 공연으로 프랑스를 자주 드나들었지만 이처럼 고급 만찬을 먹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부드럽고 은은한 실내악 연주를 들으면서 김하진은 황홀했다. 마음 놓고 마신 포도주가 전신을 몽롱하게 했다.

김하진은 형부의 리무진을 타고 집으로 오는 동안 차안의 푹신한 소파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집에 들어온 김하진은 곧장 자기 방으로 가서 침대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런데 자다가 가위에 눌리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끼고 눈을 떴다. 누가 자기 몸 위에 있는 것 같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가 누구라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형부!"

김하진은 소리를 지르며 양팔로 형부를 밀어냈다. 그러나 웬일인지 팔에 힘이 쑥 빠져 더 이상 저항을 하지 못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김하진과 공대성은 마치 신혼 같은 달콤한 한 달을 보냈다.

두 사람의 밀회는 그 후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이럴 경우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닙니까?"

주경진은 공연히 얼굴이 불끈 달아올랐다. 오직 욕정에 충실한 인생만을 생각하는 여자가 아닌가. 도덕도, 미래도 없는 생활을 왜 청산하지 못하고 부도덕한 남자에게 끌려 다닌단 말인가.

그러나 백상희는 주경진과는 훨씬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일대 일로 만나야 도덕적이고 행복하다는 가치관은 무너진 지 이미 오래 되었어요. 경진 씨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인생관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군요."

주경진은 백상희와 헤어져 대선 캠프로 돌아오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과연 자신이 시대에 뒤떨어진 젊은이인가.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하고, 아이 낳고, 자라는 자녀가 사회인으로 성장할 때 까지 모든 희생을 감수하며 살다가 외롭게 늙어가는 것이 한국 여자의 일생이 아닌가. 그런데 김하진과 공대성의 밀회, 그들의 인생 스토리는 결말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주경진이 사무실에 도착하자 엄청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대성 후보의 자동차가 서울대 입구에서 폭파되었다는 급보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대 입구라고요? 오늘 거기서 특강을 하기로 했는데... 후보님은 무사하신가요?"

주경진이 전화 받기에 바쁜 정문오 위원에게 물었다."무사해요. 의원님은 그때 차에 타고 있지 않았어요. 근처 예식장에 들렀다가 다른 차를 타고 갔어요. 1호차는 운전수 혼자 몰고 서울대로 갔었어요."

돌아서서 현장으로 가려던 주경진은 정문오의 얼굴에서 이상한 표정을 읽었다. 폭발 사고라는 엄청난 일이 생겼는데 전혀 심각한 얼굴이 아니었다. 너무나 태연했다. 주경진은 다시 되돌아서서 정문오 위원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 흥, 언젠가는 당할 걸!

정문오의 속마음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마치 자동차 폭발 사고를 기다리고 있었다거나, 고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문오, 뭔가가 있어.'

주경진은 정문오의 속마음을 더 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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