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를 모르는 한심한 잠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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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를 모르는 한심한 잠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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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정치발언에 대한 의미

▲ ⓒ뉴스타운

박근혜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예상한 바와 같이 국회법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헌법학자들은 국회에서 입법을 하는 것도 헌법적 절차이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헌법에 정해진 절차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절차대로 이행한 것으로 보면 된다.

역대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거부권은 있어 왔다. 직전 이명박 전 대통령도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북송금 특검법,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 태평양전쟁 전후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법, 학교 용지 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발칵 하고 나서는 것은 박 대통령의 작심 발언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기 때문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재의 요구 이유에 대해 "국회법 개정안은 국가행정 체계와 사법 체계를 흔들 수 있는 사안으로 여야의 주고받기 식이나 충분한 검토 없이 서둘러 진행할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행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나온 정치권을 향한 작심 비판발언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꼭 필요한 법안은 당리당략으로 묶어 놓으면서 본인들이 추구하는 당략적인 것은 빅딜을 하고 통과시키는 난센스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국민을 위하겠다"며 선거 때는 표(票)를 구하고 선거 후에는 지키지 않는 여야 행태를 '배신의 정치'라고 규정하면서 정치권 전체를 향해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 정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질타의 무게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추가 더 기울어져 있었다.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며 "정치는 자기의 정치 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저도 당선의 기회를 달라고 후보를 지원하고 다녔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적 .도덕적 공허감만 남았다."는 이 발언에는 지난 총선에서 박근혜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한 심한 배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으로 보인다.

특히 격하게 언급한 부분은 경제회생에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 2년 반 동안 낮잠을 자고 있다는 대목이다. 여당의 대표라는 작자가 관광진흥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등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생에 대한 법안은 눈길조차 두지 않고 야당이 끼워 넣은 일명 광주지원특별법으로 불러지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특별법 같은 것은 통과 시키는 데는 죽이 잘 맞았다는 것을 빗대어 "내년 총선 때까지도 (경제 살리기 법안 등을) 통과시켜주지 않고 '가짜 민생 법안'의 껍질을 씌워 끌고 갈 것인지 묻고 싶다" 발언은 김무성과 유승민의 책임을 강조한 발언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예상대로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국회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야당의 전매특허인 국회 올스톱 주장도 나왔다. 야당 정치인들은 저마다 강경발언을 하며 마치 경연대회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문재인 대표는 "거부권 행사는 국회는 물론 국민과 싸우자는 것으로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정치는 사라지고 대통령의 고집과 독선만 남았다"고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그 정도 강경발언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 못했다면 대통령 자리에 앉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치를 할 각오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작심발언이었던 것이다.

새민련의 어떤 중진이라는 작자는 메르스 사태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책임을 국회로 돌리기 위한 정치적인 노림수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어떤 중진은 국민을 향한 전쟁이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지지율 5%에 불과한 국회가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을 걱정할 처지인가, 또 국민 불신이 90%에 육박하는 국회가 국민 이름을 들먹일 자격조차 있는가, 새민련은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을 지적하기 전에 최저치를 기록한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한참 못 미치고 있는 자신들이 속한 당의 지지율 걱정이나 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메르스 사태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인 29%까지 떨어진 여론조사가 나왔다고 하지만 YS는 8% 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12.6%와 5.7%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으며 MB 역시 16.9% 까지 떨어진 적이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 순간적인 지지율 등락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의 지지율은 차기 주자 선호도에서 15%대 이하에서 여전히 맴돌고 있다. 이렇게 나타나는 이유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견고한 세력으로부터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차기를 노리는 새누리당의 그 어떤 누구라도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그의 꿈은 개꿈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아무리 추락해도 30%대를 유지하는 고정지지표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통령이 탈당을 한다거나 신당을 창당한다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한순간에 10%대로 추락하여 당의 생존 가능성까지 걱정해야할 처지로 돌변할지도 모른다. 김무성을 비롯한 새누리당 차기 대권주자들 모두 마찬가지로 한순간에 추락하고 말 것이다.

이것이 과거 역대 대통령이 여당을 탈당했을 때와 다른 점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홈피를 보면 지금의 새누리당은 박근혜의 탈당만으로도 혼비백산할 정도로 모래알 집단이 되어 있다. 여기에다 만약 신당까지 창앙하는 날이라도 오면 새누리당은 그야말로 공중분해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이런 처지도 모르는 철부지들이 모여 제 잘난 척 하고 있으니 오늘과 같은 사단이 일어나게 되는 까닭일 것이다.

여기서 차기 집권을 목표로 하고 있는 문재인. 김무성을 비롯한 여타 대권주자들이 새겨야할 말이 있다. 바로 역지사지라는 말이다. 하나만 예를 들자, 만약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이 당선 되어 대통령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라, 새민련은 여당이 되었을 것이고 새누리당은 야당이 되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된 문재인이 대선공약에 준거하여 각종 경제회생 법안과 민생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사사건건 발목잡기로 인해 자신이 야심차게 제출한 법안이 2년 반 동안 통과되지 않아 아무런 일도 할 수없는 처지가 되었을 때를 말이다. 또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야당의 장단에는 잘도 맞추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각종 경제 법안을 외면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함께 말이다. 누구든 비판은 자유다. 그러나 차기를 노리는 잠룡들이라면 역지사지도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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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숲길 2015-06-26 14:41:05
아직 정치권의 친박의석을 꼬집은 적은 없었다. 이번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맞물린 대통령의 독설에 일부 극렬 친박파 의원들이 득달같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못잡아먹어 설친다는 언론뉴스를 보니
정치권 극렬 친박의원들도 국민 눈치나 봐가며 청와대가 어디로 가든 박비어천가만 줄창 질러대는 인터넷 광박들과 한통속이다는 것 알겠다. 차라리 이참에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서라.
얼마나 잘되는지 꼴 좀 보자고.

싸리숲길 2015-06-26 14:22:04
87%가 찬성한 법안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독설을 내뿜고 대통령 권한으로 국회와의 전쟁을 선포한 박근혜도 별 신통할것 같지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국회법 발의하여 야당과 가결하면 전부 빨갱이구먼? 엇박자는 어디서 부터 잘못됐는지 여당쪽을 물고 늘어지는 추태의 정도는 대통령이나 일부 광박들이나 북치고 장구치고 죽이 척척 이러니 대통합은 개나발이지.

싸리숲길 2015-06-26 14:09:14
박근혜는 배신을 입에 올리면 소가 웃겠다. 자신은 아버지 박정희의 후광으로 콘크리트 지지층을 기반으로 대통령 자리까지 갔으면서 배신을 입에 담다니 박근혜는 대통령 취임 3년차를 넘어서도 여전히 국민을 배신하고 있지는 않은지....박근혜는 당대표 원내대표에게 배신을 입에담고 분노할 일은 아니다.

싸리숲길 2015-06-26 14:05:56
박근혜는 내심 누구덕에 국회의원 됐는지도 모르고 배신을 때리고 대통령이 하는일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고 까부느냐? 두 사람에게 작심한듯 독설을 퍼부은 것이다. 정부여당의 중책을 맡은 김무성과 유승민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철부지도 다 안다. 박근혜가 대통령 고유권한인 거부권 행사하는데 그걸 누가 탓하랴? 독기를 품은 독설이 예사롭지 않다는것이지. 박근혜의 독설은 지금까지 보여준 그대로 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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