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임을 위한 행진곡'만 기념곡이 되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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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임을 위한 행진곡'만 기념곡이 되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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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되풀이되는 식상한 광경을 불식해야

▲ ⓒ뉴스타운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34주년 기념식이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로 5·18 유가족과 오월단체 등이 전면 불참한 가운데 5·18 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고 한다. 국가가 지정한 기념일이라면 국가가 기념식을 주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기념곡 한곡을 부르는데도 제창이냐 합창이냐를 두고 여론이 갈리지는 것은 작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국가보훈처는 제창은 곤란하고 합창은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주된 이유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1년 황석영 리춘구가 공동 집필해 제작한 북한의 5.18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노래"라는 것이 보훈처의 설명이었다.

작년 기념식에도 이 문제로 당시 새민련의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가 기념식에 불참했다. 올해도 유가족과 관련 단체들이 불참한 가운데 기념식이 열렸다. 지난 1980년대, 학생 운동권이 시위를 벌일 때 자주 불렀던 노래가 '님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이 노래는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 상공에서도 울려 퍼져 나와 국론 분열을 일으키는데 한몫 단단히 하기도 했다.

기념곡 한곡을 부르는 것에도 여론이 갈라지고 국론이 양분되니 참으로 씁쓸하기 짝이 없다. 5.18 이 광주라는 한정된 지역에서 일어난 반면,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19 혁명은 전국적인 봉기에 의한 의거였지만 변변한 기념곡도 으면 아무런 시비 꺼리도 없다. 그러나 국가가 지정한 기념일에 왜 광주에서만 굳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야 겠다고 고집을 하는지 대다수 일반국민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5.18 전야제가 열렸던 17일 밤 광주 도심에는 DJ와 김정일이 손을 맞잡고 횃불 든 대형인형까지 등장했다. 주최 측에서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다면 결코 등장시켜서는 안 될 인형이었는데도 등장시켰으니 일반 국민의 눈에는 여간 불쾌한 광경이 아닐 수가 없었을 것이다. 혹여나 궁지에 몰려있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남한 주민들이 김정일을 이토록 추앙한다면서 체제선전에 이용할 장면치곤 이보다 더 좋은 장면도 없었을 것이다.

5.18 당일 날 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광주 5.18 기념식에는 전야제에서 물병 세례를 받은 집권 여당의 김무성 대표, 차기 총선과 관계없이 19대 국회임기가 끝나게 되면 정치권에서 퇴장하게 될 정의화 국회의장도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잔머리를 잘 굴리는 정치인의 정치적 본색은 어디를 가나 티가 났을 뿐이었다.

기념식 노래 한곡 때문에 여당 내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했다. 운동권 출신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으로 부르라고 규정한 보훈처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태경에게는 장관 임명권이 없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셈이다. 하태경의 지적에 대해 김진태 의원이 반격을 가했다. 김진태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아침소리에 참석하다 보니 잠이 덜 깼나 보다. 하 의원이 그만두라면 그만둬야 하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며칠 전 김진태 의원은 강원지역의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1980년대 군부독재의 잿빛 하늘 아래 부르던 이 노래와 지금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 노래는 사뭇 다르다. 시대적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노래로 봐야 한다. 민주화에 대한 열정, 때론 낭만적 추억으로 이 노래를 기억해선 곤란하다." 면서 이 노래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고 적기도 했다.

보수단체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호국보훈안보단체연합회, 애국단체총협의회도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추념일 기념곡 지정 추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재향군인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북한이 대남공작용으로 제작한 5·18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주제곡이며 이 노래의 작사자는 불법으로 북한을 방문, 국보법 위반으로 복역한 바 있는 반체제 인사"라며 기념곡 지정 불가(不可)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또 "친북·종북단체들은 각종 의식에서 애국가를 대신해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바, 과연 그들이 말하는 '임'은 누구이며, '새 날'은 어떤 날을 말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친북·종북의 선전 수단인 이 노래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행사에서 기념곡으로 불려 진다는 것은 수많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정신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체제와 정통성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굳이 필요하다면 5·18 민주화 정신에 부합되고 온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곡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해마다 5월이 되면 우리 정치권은 노래 한곡 때문에도 이처럼 늘 소모적이다.

국가기념일에는 늘 합창단이 등장한다. 3.1 절에는 3.1절 노래를 합창하고 광복절에는 광복절 노래를 합창한다. 가사를 아는 사람은 따라 부르기도 한다. 광주는 과연 언제까지 ' 5.18'='임을 위한 행진곡'과 동일선상에 둘 것인가. 이 공식이 깨져야만 매년 5월이면 판박이처럼 벌어지는 똑같은 광경이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념곡 제정도 고려해 볼 필요성이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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