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 상쾌, 통쾌?한 스릴의 순간 'PM 11:14'
유쾌, 상쾌, 통쾌?한 스릴의 순간 'PM 11:14'
  • 정선기
  • 승인 2005.06.0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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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과 유머가 철저히 계산된 연쇄소동 그려

^^^▲ 영화 스틸 포스터
ⓒ 영화인^^^
임박한 귀가 시간에 사람들은 조급하기 마련이다. 통행금지 없어진 요즘에도 버스나 지하철의 막차 시간을 줄줄 외우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특정 시간은 다소 공포감을 안겨준다.

물론, 그들은 이후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지로 모르는 채 말이다.

미들톤이라는 미국의 한 조용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 사건과 소동을 그린 영화 (감독 그레그 마크스)는 영화를 보고난 후 감탄을 일으킬 정도로 밤 11시 14분에 맞춰 잘 짜여져 있다.

5월의 마지막 밤 오후 8시 40분, 서울 용산에 위치한 랜드시네마 주최로 열린 시사회에는 개관 사상 이례적이라 할 만큼 빈 자리없이 영화팬들로 좌석이 가득 메워졌다.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로 아카데미를 거머쥔 힐러리 스웽크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아니면 5월 한달동안 스릴러의 묘미를 만끽한 관객들의 취향 때문이었을까.

영화는 술에 취한 잭(헨리 토마스 분)이 사슴출몰 사고가 잦은 지역을 지나면서 일으키는 사고로 시작된다. 이 때가 'PM11:14'. 잭이 운전하는 차 앞 유리창을 뭔가 휙 지나가다가 튕겨져나가는 데에 순간, 관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영화 시작 15분 내에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듯 보인다.

차 사고의 범인인 잭이 이를 무마하려고 하면서 일어나는 미들톤의 주민들에게 일어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 밤 11시 14분, 조용한 마을에서 5가지의 해프닝과 2건의 사고가 다양한 인간들의 숨겨져있던 본성들을 폭로시키고 있다.

속도감있는 스토리 전개는 음주에 무면허 운전인 잭이 지역 경찰로부터 도피해 뛰어가면서부터 연쇄 사건이 일어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한 편으로 우습기도하고 다른 한편으로 황당하게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일어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로 인해 관객들은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숨죽인 채 몰입할 수 있고, 나중에 '아!' 하는 탄식을 통한 반전에 대한 묘미를 찾을 것이다.

^^^▲ 친구와 공모한 죄로 경찰차에 오른 버지(힐러리 스웽크 분)
ⓒ 영화인^^^
이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에서 보았던 틀을 한 단계 비틀고 있다. 좁은 시각에서 한 사건을 바라보는 등장인물들에게 등장인물이나 관객들이 보다 넓은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되는 '사건' 위주의 스릴러 영화 형태를 띠고 있어 멕 라이언이 주연한 영화 <커리지 온 더 파이어>의 구조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유쾌"하게 잔혹한 사건들의 고리들을 엮어 나간다.

'내가 만일 죽는다면'이라고 생각하며 지내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뒤에 일어날 일도 모른 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수히 내뱉은 말과 무분별한 행동들이 가져오는 결과가 '이럴 수 도 있구나'라고 느끼게 되면 영화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쾌"한 교훈이다.

^^^▲ 친구와 공모한 죄로 경찰차에 오른 버지(힐러리 스웽크 분)
ⓒ 영화인^^^
길을 활보하는 10대들은 질주하는 차창 밖으로 소변을 보다가 성기가 절단된 채, 한 여자를 사고로 죽게 만든다. 임신중절하기 위해 수술비를 구해 오라는 셰리를 위해 친구 버지(힐러리 스웽크 분)와 모의해 슈퍼마켓을 터는 더피도 여자친구를 잃게 된다. 밤 11시 14분.

이 외에도 집 부근에서 흉상이 일그러진 시체를 발견한 아빠(패트릭 스웨이지 분)는 딸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불안한 마음으로 이리저리 뛰어 다니거나 영화의 마지막 반전으로 나타난 잭과 셰리의 사전 공모된 또 하나의 사건 시점이 모두 밤 11시 14분이다. 시끄러운 엔진과 길을 활보하는 10대들 모습 사이로 어우러지는 배경음악은 영화를 속도감있게 전개시키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그레그 마크스 감독은 '미들톤의 마을 사람들처럼, 자신의 좁은 울타리 내에서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 외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면 우발적으로 다가온 자신의 불행한 사건들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너무도 빠른 사건 전개에 공포나 전율이 관객들에게 오래 머물지 못한다는 것을 계산하지 못한 듯 보인다.

영화 초반부에서는 우리 영화 <실제 상황>이나<와일드 카드>에서처럼 '영문도 모른 채 희생당하는 사람들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사건의 "통쾌"한 반전을 통해 '사필귀정'(결국 나쁜 놈들)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 날 만큼 나름대로 문제있는 셰리의 죽음 등 등장인물들에게 닥치는 사건들은 강한 설득력을 갖게 된다.

다만, <밀리언달러 베이비>로 아카데미의 주인공이 된 힐러리 스웽크가 출연한다는 사실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그녀는 치열 교정을 한 채 병원비를 벌기 위해 슈퍼마켓에서 일하다가 친구의 공모 사건에 휘말린 어리숙한 여자로 출연해 조금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녀는 이영화에서 출연, 제작은 물론 시나리오 각색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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