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돈 많은 남자
(51) 돈 많은 남자
  • 박정수 소설가
  • 승인 2005.05.3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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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는 남편과 언짢은 일만 있으면 베개를 들고 딸 방으로 건너갔다. 딸 방은 유일한 보호막이었다.

딸은 엄마 편에 끼어들어 아빠를 가로 막았다. 언젠가 아빠가 딸 방에 있는 연지이를 부르자 딸은 너무 엄마를 귀찮게 하지 마세요, 하고 버럭 소리를 지른 후로는 연지이를 불러내지 않았다.

남편은 사랑을 나누고 싶어 잠을 자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주방에서 빈 그릇끼리 부딪혀 소리를 냈다. 남편이 딸 방에 있는 연지를 부르는 유일한 신호였다. 그럴 때마다 연지는 라면이 먹고 싶은가하고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연지는 남편과 별로 사랑을 나누고 싶지 않았던지 모른척하고 누워 있었다. 딸은 엄마를 흔들며 말했다.

“아빠가 라면 먹고 싶은가봐.”
“놔둬. 라면을 끓어 먹든, 볶아 먹든.”

남편은 삼십여 분 액션을 취하다가 연지이를 포기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잘 피우지 않던 담배마저도 피웠다. 아내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맞벌이를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하면서 접어두었다. 구멍에 투자할 돈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에 아내의 뒷조사를 부탁할 그런 여유도 없었다.

남편이 아침도 먹질 않고 출근하는 것을 보고 지나도 머리를 손질하고 핸드백을 집어 들었다. 훈이가 땅만 팔리면 이혼을 하고 같이 살아야겠다는 그 생각밖에는 없었다. 연지는 두 번이나 지하철을 옮겨 타고 허둥지둥 사무실로 들어가자 텔레마케터들이 소파에 둘러앉아 남편들의 흉을 보고 있었다. 연지는 남편에 대해 흉을 잘 보지 않아 이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일에 큰 지장이 초래되었다. 서로 눈이 뻘게 오다를 거머쥐려는 것도 있지만 자리 배치에 큰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억지로 어울려야만 했다. 연지는 커피를 뽑아들고 선아 옆으로 가서 앉았다.

“언니는 일주일에 몇 번해?”

생각지도 않던 질문에 연지는 어리둥절했다.

“몰라. 기억에도 없어.”
“너무 많이 해서 기억이 안 나는 거야?”
“아니 나는 섹스와는 거리가 멀어.”
“왜 이혼했어?”
“별거야.”
“그렇구나. 나는 이혼했어. 혼자 사니 최고야. 심심하면 엔조이나 하고.”

텔레마케이터 중에는 별의별 여자들이 모두 모였다. 먹고 살려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보험회사 설계사나 다를 바 없었다. 설계사들이 돌아다니면서 좋은 건이 있으면 몸도 준다는 말을 듣기는 했으나 텔레마케이터 중에는 행동이 곱지 않는 여자도 있다. 수백 통의 전화를 하다가 보면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는 사람도 있고, 몇 개를 해 줄 테니 저녁에 만나자는 남자들도 많다. 지나도 가끔 유혹을 받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선아는 종종 이런 일로 인하여 한 달에 삼십 건을 무난히 해낸다. 모두들 그녀의 능력에 감탄하지만 연지는 지저분한 선아를 좋아하지 않았다.

선아는 입고 다니는 것이 복부인이 아니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사치스러웠다. 백화점에서 몇 천만 원이나 가는 밍크코트를 입고 다녔다. 자기 말로는 백화점에서 천만 원 주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 뿐만도 아니다. 손가락에 낀 반지도 수백만원짜리라며 자랑을 늘어놓을 때마다 돈 없는 애인을 둔 자신의 처지가 초라해 보였다.

텔레마케이터들은 값비싼 옷을 입고 다니는 선아를 무척 따랐다. 그래야만 점심도 가끔 얻어먹기도 하고 저녁이면 단란주점에 초대되어 술도 얻어먹기 때문이다. 연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선영이가 붙잡았다.

“언니 돈 많은 남자 하나 소개해 줄까?”
“돈 많은 남자? 나 같은 여자에게 눈이라도 주겠니?”
“언니가 어땠어. 언니보다 예쁜 여자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연지는 자기를 예쁘게 봐준 선이가 밉지 않았다. 못들은 척 하고 자리에 돌아왔지만 선아의 말이 하루 종일 귀청을 두들겼다.

‘돈 많은 남자’

연지는 실컷 돈을 써보고 싶은 것이 한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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