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건 상소문 '간축객령'

진시황을 감동 시킨 중국 역대 최고의 '논설문'

이사의 <간축객령>은 진나라 사람이 아닌 사람들은 모두 진나라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진시황의 하명에 따라 이사가 목숨을 걸고 상소한 글이다.

이사의 <간축객령>은 중국 역대 논설문의 최고의 걸작으로 꼽혀 왔으며 '천고의 기문'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간축객령>을 보면서 우리학생들이 어떻게 논설문을 써야 할지 배웠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간축객령> 전문 내용을 아래와 같이 번역해 보았다.

<간축객령>
신은 관리들이 객경을 축출한다는 논의를 들었습니다. 신은 그러한 논의는 잘못되었다고 사료됩니다. 옛날 진목공께서는 천하의 인재를 구하기 위해서 서쪽의 융지역에서 유여를, 동쪽의 완지역에서는 백리해를, 송나라에서는 건숙을, 진나라에서는 비표와 공손지를 등용하였습니다.

이 다섯 사람은 비록 진나라 사람이 아니었으나 진목공께서는 이들을 중용하여 20개국을 합병시켜서 서융의 패왕이 되었습니다.

진효공은 상앙의 법을 채택하여 풍속을 전환시키고 백성들이 많아지고 나라가 부강하였습니다. 백성들은 나라를 위해 봉사하기를 희망하고 제후의 왕들도 복종하여 초나라와 위나라 군대를 물리쳐서 국토를 천리를 넓혀 지금까지 강대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진혜왕께서는 장의의 책략을 받아들여 삼천지역을 차지하고 서쪽으로는 파촉지역을 합병하였으며 북쪽으로는 상군을, 남쪽으로는 한중차지하여 오랑캐 나라를 포용하고 영지방을 제압하였습니다. 동쪽으로는 성고의 험한 요새를 점거하여 서쪽의 비옥한 토지를 차지하였으며 6국의 합종책략을 타파하여 모든 나라들이 서쪽의 진나라를 섬기게 하여 그 공로와 은택은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진소왕은 범휴를 등용하여 양후를 폐하고 화양을 축출시켜 왕실의 권력을 강화하고 신하가 전권을 장악하는 것을 제거함으로써 강대한 국력으로 제후의 땅을 차지하여 진나라가 제왕의 대업을 완수하게 하였습니다.

이 네 분의 역대 진나라 왕께서는 모두가 객경의 힘을 빌어서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가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볼 때 객경들은 진나라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어디 있겠습니까? 만약 네 분의 역대 진나라 왕께서 객경을 축출하고 그들을 멀리하여 중용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진나라는 이처럼 부강한 실속과 강대한 명성을 얻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곤산의 옥과 수화의 보물을 지니고, 명월의 진주로 치장하고, 태아의 검을 착용하고, 섬리의 말을 타고, 취봉의 깃발을 세우고, 영타의 북을 설치하였습니다. 이 여러 가지 보물들은 진나라에서는 생산되는 것이 한가지도 없으나 폐하께서 이를 즐겨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입니까?

만약 반드시 진나라에서 생산 된 것만 이용할 수 있다면 야광의 벽옥은 조정을 장식 할 수가 없고, 코뿔소 뿔과 상아도 노리개로 만들 수가 없고, 정나라와 위나라의 여자들을 후궁으로 맞을 수가 없고, 천리마인 결제말도 마구간에 있을 수가 없고, 강남의 금과 주석도 사용할 수가 없고, 서촉지방에서 나는 단청으로 채색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후궁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눈과 귀와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것들도 반드시 진나라에서 생산된 것만 가능하다면 완주의 비녀, 부기의 귀걸이, 아교의 명주옷, 면수의 장식은 폐하께 진상되지 않을 것이며 우아하고 아리따운 조나라의 여자도 폐하 곁에 있지 못할 것입니다.

독을 치고, 두레박 뚜드리고, 쟁을 뜯고, 넓적다리를 치며 환호하는 것이야말로 진나라의 진정한 소리이고 《정》, 《위》,《상간》,《소》,《우》, 《무》, 《상)》은 외국의 음악입니다. 지금은 독을 치고 두레박을 뚜드리는 것을 버리고《정》, 《위》음악을 취하고, 쟁을 뜯는 것을 없애고《소》,《우》의 음악을 따르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즐거움이 목전에 있으니 취할 따름인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등용하는 데에 있어서는 그렇지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진나라는 가불가를 막론하고 옳고 그름을 무시한 채 진나라 사람이 아닌 사람은 이 나라를 떠나야하고 빈객으로 있는 사람은 나라밖으로 축출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나라가 중요시 여기는 것은 여색, 음악, 진주, 보배이고 가벼이 여기는 것은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이는 실로 천하를 제패하고 제후의 왕을 제압하는 정책이 아니라고 사료됩니다.

신이 알고 있기로는 땅이 넓으면 곡식이 많아지고 나라가 크면 인구가 많아지며 군대가 강하면 백성들이 용감해 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태산은 조그만 흙 알맹이도 사양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높을 수가 있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깊을 수가 있으며, 큰 임금은 백성들을 버리지 않기 때문에 그 높은 덕을 밝힐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영토는 동서남북으로 구분하지 않고, 백성은 국적의 차이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사시사철 풍조우순 하고 모든 신들도 축복해 주어서 오제(五帝) 삼황(三皇)이 역대의 칭송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찾아온 백성들을 쫓아내 되려 적국에게 도움이 되게 하고, 유능한 빈객을 축출시켜 되려 다른 제후의 왕에게 큰 업적을 이루게 하여, 천하의 유능한 인재들은 감히 서쪽을 향해 바라보지도 않고, 다시는 진나라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면 되려 '적군에게 군대를 증강시켜주고 적국에게 양식을 싸보내는'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비록 물건은 진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귀한 것은 많고; 인재는 진나라 사람은 아니나 진나라에 충정을 다하려는 사람은 많습니다. 지금 빈객을 축출시켜서 적국에게 도움이 되게 하고, 백성은 줄어들고 그들의 원한만 쌓게 하며, 안으로는 국력이 쇠퇴하게 되고 밖으로는 제후의 왕들에게 원망만 쌓게 되는 상황에서 나라가 위태롭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것은 실로 불가능 한 일이라고 사료됩니다.

진시황은 이 문장을 읽고서 감동을 받은 것은 물론 등골에 식은땀이 쭉 흘렀다. 이사의 문장은 논리가 정연하고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진시황은 유능한 정치가의 안목으로 이를 즉각 수용하여 축객령을 거두어들인 다음 이사의 관직을 회복시켜 주었음은 물론 계속해서 이사의 책략을 경청하였다. 진시황이 당면할 뻔했던 정치적 위기는 이사의 <간축객령>에 의해 구제되고 천하통일의 패업을 위한 역사의 항진이 시작되었다.

진시황이 6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천하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강대한 군사력과 막강한 국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시황을 도와서 전투를 지휘하고 진시황을 위해 올바른 노선을 제시하고 정책을 수립한 것은 바로 이들의 공로이다.

이사는 진시황을 보좌하는 정위(廷尉)직을 맡아서 진나라의 사법과 국가중대안건의 정책 수립과 집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진시황이 천하통일의 패업을 이룩하는데 일등공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