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철폐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짜증이 인다. 왜일까? 내 가족이 수혜자 라서? 아니면 내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이른바 '진보적인 성향의 인물'이라서? 아니다. 논제 자체가 '치사해서'다.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게 애들 먹는 것 가지고 뭐라 하는 것" 이라는 말이 있다. 이건 말뿐이 아니다. 사실이다.
어렸을 땐 학교 끝나고 친구네 집에서 놀다가 보면 꼭 그 집 저녁반찬이 뭔지를 확인하게 된다. 어두컴컴한 창가와 남의 집 냄새, 그리고 그것에 더해진 된장찌개 냄새를 향수로 갖고 있지 않은 범인(凡人)이 과연 있을까?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친구 어머니로부터 "우리는 이제 밥 먹을 테니 너는 그만 집에 가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남의 집 식탁에 끼는 게 불편해서 대충 놀고 일어날라 치면, 꼭 들리는 소리가 바로 "밥은 먹고 가라"는 부탁 아닌 명령이다.
이렇게 살아온 우리네다. 그런데 "애들에게 줬던 밥을 다시 빼앗아오자"는 무상급식 철폐 논제에 발끈하지 않는다면(또는 되려 옹호한다면), 그건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이기적'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역시 나는 "치사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떠오르는 표현이 없다.
진짜 치사한 게 하나 더 있다. '말장난에 기반한 공수표'로 사람을 놀리는 행위이다. "결혼하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준다(고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시간 지나 "왜 이렇게 고생시키냐"고 따져 물으니, "고무장갑 사줬으면 된 것 아니냐"고 말 바꾸는 식이다.
내 친구중의 한 놈이 이걸 진짜 잘한다. "오늘부터 사귀자"는 형식적인 고백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성과 '사귄다.' 그리고는 나중에 "나는 '사귀자고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사귄 것이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상대로서는 복장 터질 노릇이 아닐 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딱 '이 짓'을 했다. 10일, 원유철 정책위원장의 국회브리핑에 따르자면, 이날 오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로 취임한 유승민 원내대표 등이 함께한 자리에서, 자신은 "한 번도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을 직접 한 적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지금 이 '말 바꾸기' 하나 때문에 전국민들이 진실 찾기 게임에 나섰다. 후보시절부터의 영상들을 뒤져가며,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이 과연 박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적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조만간 각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다음과 같은 문구들이 장식을 할 지도 모르겠다. "박 대통령, 정말 그렇게 말한 적 없다." 또는, "찾아보니 그렇게 말한 적 있다."
묻고 싶다. 이게 정녕 어른들이 할 짓인가? 그냥 솔직하게 "공약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하면, 누가 잡아 먹기라도 하는가? 치사하고 유치해서 못 봐주겠다.
글 : 구본기 구본기재정안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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