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연지를 천국으로 보내지 못했다. 혼자 올라가서 몇 번 엉덩이를 굴리다가는 내려왔기에 오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의 행동은 달랐다. 애무를 해 달라면 겨우 귓불이나 빨아주던 남편이었지만 발가락부터 핥아오기 시작했다. 20년 부부생활에 단 한 번도 이런 행위를 한 적이 없었다. 비디오를 보고 이런 것을 배웠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것도 아닐 성 싶었다. 흥분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소름이 끼쳐 견딜 수 없어 다리를 오므리며 고함을 버럭 질렀다.
“뭐하는 거야. 소름끼쳐 죽겠네. 어서 끝내.”
연지의 고함소리에 더 이상의 행위를 포기했다.
“어서 하지 않고 뭘 해.”
연지는 행여나 딸이 문밖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을지도 몰라서인지 몹시 불안해했다.
“서야 할게 아니야.”
“안 서는데 뭐하려고 그래.”
연지는 고함을 버럭 지르며 팬티를 끌어다가 다리에 끼었다. 남편은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듯 옷을 입는 아내가 어이없다는 식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 이러기야?”
남편의 목소리는 분노에 가득 차 있는 듯 했다.
“그러면 내가 세워주래? 서지 않는 놈에게는 돈도 빌려주지 말랬어. 설 때까지 기다릴게.”
연지는 베개를 들고 딸 방으로 건너가려고 일어섰다.
“제발 이러지 마. 얼마 만에 한번 해 보려고 하는데.”
“어디서 실컷 흘리고 돌아다녀 서지도 않구먼. 바른대로 얘기해. 애인이 있으면 언제든지 비워줄 테니까.”
“애인 같은 소리하네. 내가 돈이 있어 뭐가 있어. 모두 당신이 압수하잖아.”
“그까짓 한 달에 백만 원. 당신 하숙비도 안 돼.”
연지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연지가 물러서는 날에는 남편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부터 회사에서는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남편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남편은 남들처럼 컴퓨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업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운전도 잘하지를 못하여 물건이나 운반하는 처지에 틈만 나면 목을 칠 것이라고 남편은 말해왔다.
남자의 팔불출은 컴퓨터를 하지 못하거나 운전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요즈음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컴퓨터도 못하고 운전도 못하느냐고 연지는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러나 남편은 컴퓨터 앞에 앉으면 단추가 많아 어느 것을 쳐야 할지 몰랐고 한글 타자도 독수리 타법으로 자모 찾는데 진땀을 흘렀다. 그럴 때마다 연지는 왜 이런 남자와 결혼했을까를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도 속상해서 엄마에게 하소연했다. 마음 착한 엄마는 “다 여자의 팔자려니 그렇게 생각하라”고 한숨을 지으면서 컴퓨터 못하고 운전 못한다고 남편을 그렇게 대하지 말라. 오로지 여자는 거울처럼 닦아주고 가까이에서 쳐다보는 것이라며 오히려 아내의 부족함을 꾸짖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은 나날이 변하고 그 변화 속에 사람은 달라지고 있다. 변화되고 있는 사회 속에 적응하지 못하면 밀려나야 하는 것을 왜 모르느냐며 연지는 퍼부어 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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