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애들 말장난에 놀아나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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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애들 말장난에 놀아나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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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했든 아니었든 간에 수첩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아

▲ ⓒ뉴스타운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나 직장에 근무하는 직장인의 수첩이나 다이어리에는 주로 앞으로 해야 할 계획과 관련된 내용을 기재하는 것이 일반상식이다. 보통 국민도 대체적으로 그렇게 기재하고 있을 것이다. 수첩에는 미래지향적인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개인이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기록해 놓은 수첩이 있다면 그것은 일기장 형식이거나 직장인들이 하루 일과를 마감하고 작성하는 업무일지 등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주로 과거회귀형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의 수첩은 이상하게도 앞으로의 계획을 기재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적어둔 과거회귀형 수첩이었다.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들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장의 좌석 배치는 초선이나 비례대표는 의장석과 가까운 앞줄에 배치되고 여, 야의 지도부가 앉아있는 좌석 위치는 본회의장 맨 뒷자석에 주로 위치하고 있으며, 2층 기자석 앞줄과는 손에 닿을 정도로 매우 가까운 거리라고 한다. 이처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보니 시력이 좋은 기자의 눈에는 여,야의 지도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 눈에 훤히 들어온다고 한다. 특히 스마트폰의 내용이나 메모지 내용도 육안으로 살펴볼 수 있을 정도의 지근거리라고 하니 카메라 앵글에 잡히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것이다. 과거에도 딴 짓하는 국회의원들의 각종 메모와 스마트폰 화면 영상이 카메라에 잡혀 말썽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모 기자의 카메라 앵글에 잡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수첩 내용이 또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이른바 '문건 파동 배후는 K, Y'라는 내용이 적힌 수첩 때문이다. 정치권 언저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십거리에 불과한 이 내용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김무성 대표실은 그날 오후 언론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수첩은 내용은 얼마 전 모 사람으로부터 얘기 들었던 것을 메모해 놓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용이 황당하다고 생각해 적어 놓기만 하고 더는 신경 쓰지 않았고 본회의장에서 수첩을 우연히 넘기다가 찍힌 것"이라고 밝혔고, 수첩이 공개된 것에 대해서는 고의성이 없어 억울하다는 식으로 항변을 했지만 김무성 대표의 바로 뒤에는 먹잇감을 찾기 위해 눈을 부릅뜬 기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미루어볼 때 고의적으로 흘렸을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린다.

김무성 대표의 메모장이 공개된 이날은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인적개편의 소견을 밝힌 다음날 이었으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미필적 고의라는 의심이 들기에 충분했다. 수첩이 공개된 날은 새누리당 비박계가 청와대 인적쇄신 요구를 묵살한데 대한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는 타이밍과도 맞았다.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한 라디오 방송과의 대담에서 "공직기강 해이가 분명한 사실인 만큼 이런 부분을 어떻게 쇄신하고 개선책을 마련할지 해결책을 제시하는 부분이 미흡했다"면서 "내부의 소통 시스템을 보강하고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거론하던 그 날이었다. 

하지만 볼썽나사운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김무성 대표가 얼마 전 모 사람으로부터 얘기를 들었다는 모 사람은 이준석으로 밝혀졌고, 그 말을 했다는 장본인은 청와대 행정관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드러나고 있는 이준석과 음종환과의 추잡한 말싸움질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저질의 연속이다.

이준석의 발언에 따르면, 당시 음종환 전 행정관은 "조응천 전 비서관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게 줄 대기를 해 공천을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단순한 발언을 보면 김무성과 유승민이 배후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준석은 음종환의 이 발언을 김무성과 유승민이 배후라는 취지로 해석했다. 

이준석이 자신의 의도대로 해석을 했다고 치더라도, 술좌석에서 오고갔던 말들을 자체적으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근 보름동안이나 머리를 굴리며 대기하고 있다가 어느 누구의 결혼식장에서 김무성의 얼굴이 보이자 쪼르르 달려가 계집아이처럼 고자질하는 이준석의 처신도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자신의 이 고자질이 정치권에 일파만파의 후유증이 불러일으킬 지도 모른다는 간단한 예측마저도 하지 못하는 미숙함을 보면 어린아이들 돌팔매질에 어른들이 휘말려든 형상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청와대 직원의 근무 기강해이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직장에 근무하는 직원이 일과를 마친 후에 사적으로 무슨 일을 하던 간에 그것은 개인의 자유영역에 속하는 일이라 타인이 간섭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청와대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면 아무리 퇴근 후라고 해도 항상 말조심과 몸조심을 해야 한다고 평소에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정신교육이 철저하게 되어 있었다면 이런 사단은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특히 이준석이 평소에도 말을 가리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점을 미루어 봐서라도 음종환은 말을 가려서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음종환의 사표제출은 당연한 처사였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 청와대 직원들의 정점에 있는 김기춘 실장은 국회 운영위에 출석하여 "근무기강을 확립하여 다시는 문건 유출사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 발언을 비웃듯 김무성의 수첩사건이 터졌다는 점에서 김 실장 역시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되었다.

특히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있은 지 불과 며칠이 되었다고 정책적인 문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미꾸라지 몇 마리 때문에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으니 이 좋은 먹잇감을 결코 놓칠 리가 없는 새민련으로부터 "특검에 일임하자"라는 공세가 또 나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말이 바뀌는 몇몇 젊은 사람의 말장난에 놀아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수사를 통해 확실하게 진위를 가리는 편이 낫겠다는 일각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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