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이고, 통쾌하고, 개운하고, 재미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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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예 소설집 "꽃게 무덤"펴내

^^^▲ 소설집 「꽃게 무덤」 표지
ⓒ 김동권^^^
2002년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권지예가 세번째 소설집 「꽃게 무덤」을 펴냈다.

이 책에는 「폭소」 이후 이 년 동안 발표한 소설 여덟 편과 2002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뱀장어 스튜"를 포함해 모두 아홉 편의 소설이 실렸다. 한 편 한 편, 더욱 다채로워진 소설의 소재와 더욱 깊어진 이야기의 맛이 단번에 읽는 이를 끌어당긴다.

표제작인 「꽃게 무덤」은 기이할 정도로 간장게장을 탐식하는 한 여자와 사라져 버린 그녀를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홀연히 남자의 앞에 나타났던 여자는 살을 발라먹고 남은 꽃게 무덤처럼 텅 빈 자리만 덩그러니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남자는 여자의 자취를 찾아 그녀를 만난 석모도 갯벌을 찾지만, 게장의 냄새에, 그녀에 중독 된 자신의 모습만을 발견할 뿐이다.

또 최근작인 「물의 연인」은 오랫동안 서로 사랑했으면서도 평생 단 며칠밖에 함께 지내지 못한 노년의 사랑을 그랜드캐년의 깊은 협곡과 콜로라도 강의 물결, 수몰지구 저수지의 물의 이미지를 통해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우렁각시는 어디로 갔나」 「여자의 몸―Before & After」는 여성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여러 면모를 통쾌하게 묘파한다. 프랑스 유학을 채 마치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와 아이들을 돌보며 고시원에 들어가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여자와 남편에게 구타당하면서도 우렁각시처럼 집에 숨어들어 집안 일을 하는 여자, 자신의 뚱뚱한 몸을 십분 활용해 쇼핑방송의 이른바 ‘Before’ 모델 일을 하는 여자와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열 다섯 살 난 딸을 맞대어 엮어내는 이야기는, 물 흐르듯 읽히는 가운데서도 단번에 세태의 핵심을 갈라 보인다.

그 밖에 시종 긴장감 넘치는 매력이 감도는 "비밀"과 "산장카페 설국 1km"(2005년 현대문학상 추천 우수작)이나, 자전소설을 펴낸 유명 여자작가의 신변 담을 통해 사실과 허구 사이의 긴장을 여러 겹 겹쳐놓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권지예 소설의 특장인 삶과 죽음 사이의 긴장, 반전의 묘미가 살아 있는 "봉인"도 흥미롭다. 2002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뱀장어 스튜"를 다시 만나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팔딱팔딱 뛰는 생의 활기와 음습하면서도 매력적인 죽음의 기운, 속도감 있는 이야기의 흐름과 순간 독자의 눈길을 잡아끄는 날카로운 구절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주는 작품들이다.

권지예의 단편들은 잘 짜여진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를 깔끔하게 보여준다. ‘재미있다’는 것이 소설의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최대의 기쁨 중 하나라면, 그의 소설들은 그런 점에서 독자들에게 매우 충실한 셈이다. 그러나 그것 만이다, 라면 권지예 소설의 흥미로운 많은 측면을 놓치는 것이다. 말미에 실린 김형중의 해설은 권지예의 소설이 어떻게 단순한 재미와 통속으로 떨어지지 않고 우리 소설사의 한 문학적인 성취에 다가가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김형중은 권지예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들―일탈과 귀환, 불륜과 귀가, 남성성과 여성성, 탄생과 죽음―속에서 물과 불이라는 두 원소의 이항대립을 찾아내 그 대립과 변화의 양상을 권지예 소설의 변화과정을 따라 세심하게 읽어낸다. 「뱀장어 스튜」가 물의 기운과 불의 기운을 적절히 화합시키는 ‘요리의 윤리학’을 보여주었다면, 이 소설집에 이르러 작가는 "꽃게 무덤" "물의 연인" "산장카페 설국 1km" 등에서처럼 불을 압도하는 물, 충만한 여성성과 죽음의 욕망을 동시에 의미하는 물에 대한 깊은 탐구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중은 이를 통해 작가가 도달할 새로운 문학적 생산성으로의 길에 대해 언급하며 이후 권지예 소설의 변화를 궁금해하게 만든다. 이래저래 우리는 앞으로 계속될 권지예 소설에 대한 기대의 끈을 늦출 수 없게 될 모양이다.

"권지예씨는 주목받은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예민하고 묘연한 여성성을 강렬하게 드러냈지만, 동시에 사회성에 접목된 중성적인 이야기꾼의 역량을 가진 경쾌한 작가로 보인다. 비밀스럽고 음울한 작품들이 섹슈얼하고 매력적이라면 여유 있게 쏟아져 나오는 최근작들은 배배 꼬는 계산이나 내숭이 없어 통쾌하고 천연덕스럽고 개운하고 무척 재미있다.

「그리고 문장들 아래로 화살처럼 날아간 작가의 의도는 이 세계와 개인들의 접점인 만만찮은 표적에 야무지게 꽂혀 크고 작은 전율을 일으킨다. 동시대 작가 중에서 여성적이면서도 소설의 손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규모 있는 작가이다.」라고 소설가 전경린은 말한다.

「가족의 파산과 복원 사이에서 권지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 줄타기로부터 "뱀장어 스튜" 혹은 ‘요리의 윤리학’이 탄생한다.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감당하기 힘들 때 갈등의 주체는 ‘도덕’ 속으로 도주한다. 그러나 그 도덕은 내부에 두 원소를 가지고 있었다.

물과 불이 그것이다. 물이 가까스로 불의 파국을 막고 있었다고나 할까. 그러던 것이, 불이 차차 식어감에 따라 이번에는 물이 독자적인 탐구의 대상이 된다. 물들은 그러므로 이제 작가 권지예가 새로운 소설 쓰기의 초입에 이르렀다는 이정표로 보이기도 한다. 나는 믿는다. 일탈과 귀환의 낯익은 서사보다, 물과 불의 모순적 이항대립쌍에 대한 원소론적 탐구가 그 문학적 생산성에 있어서도 우리 소설사에서의 새로움에 있어서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는 작업일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문학평론가 김형중도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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