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민주주의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민주팔이 정당에서 기이하게도 예비 컷 오프가 실시되는 어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우리당에는 민주주의가 없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는 당원들도 있었으니 기묘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가 없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 본선을 앞두고 컷오프를 실시하는데 후보별 득표수, 득표 순위 등 이런 모든 투표 결과는 비공개로 했다. 反민주주의의 전형이었다. 당 대표에 출마한 후보자는 모두 다섯 명이었다.
이날 예비경선에서 투표권을 소지한 선거인단 수는 새정치연합 당규에 따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 원내대표, 상임고문 및 고문단, 당 소속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당 소속 시도지사 및 시도의회 의장, 기초단체장 등 총 328명이었다.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단 면면을 보면 그들만의 리그전이 확실했고 당심과 민심에서 동떨어진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100% 확실했다. 결과도 그랬다.
이런 식의 투표야말로 묻지마 투표요, 깜깜이 투표이며, 밀실투표가 아닐 수가 없다. 아무리 예비선거라고 해도 고작 328명의 선거인단으로 컷오프를 실시한다는 것 자체가 민심과는 역주행 하겠다는 뜻이 있었다. 이런 식의 투표는 차라리 민심이 반영되는 여론조사보다도 못하다. 이러니 관심을 유발하지도 못하고 흥미를 끌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선거인단 구성을 보면 차기 선거에서 공천과 직결되어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선택할 후보는 너무나도 뻔했다. 차기 공천에서 자신이 살아남는데 도움이 될 만한 가장 유력한 후보자에게 투표를 할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선거인단 구성이 어차피 특정계파와 밀접하게 구성된 인맥들이었으니 민심과는 유리되어 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일부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중도파였던 조경태가 3위 정도는 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투표권을 가진 골수 새민련 기득권은 비교적 중도에 가까운 박주선과 조경태는 외면했다. 체질적으로 변화를 거부하는 개혁반대에 대한 본능이 작동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새민련 선거인단은 자신의 정치적인 장래만 생각한 나머지 현재와 같은 당내 세력질서가 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추측이기는 하지만 1. 2위는 예상대로 문재인과 박지원 후보가 선출되었고, 3위 역시 범친노계에 속하는 정세균계와 당내 486 그룹이 밀었던 이인영 후보가 차지했다. 투표결과에서 나타났지만 새민련의 지배세력은 여전히 친노계와 486세력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다만 친노가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이후의 질서에서 장래 입지가 불안할 것으로 전망한 비노계들이 박지원을 지지했을 것으로 보이는 결과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예비 컷오프의 결과 역시 친노의 승리였다. 친노 수장인 문재인은 자신이 대표가 되어야만 계파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계파를 없앨 의향이 있었으면 진즉 없앨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당 대표가 되어야만 없앨 수 있다고 한 공약은 친노계에게 문재인 자신을 밀어달라고 하는 마케팅 용어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거인단의 대다수가 친노계였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이번 대표 선출 예비 컷 오프에서는 고작 두 사람을 탈락시켰고, 최고위원 예비 컷 오프에서는 달랑 한명만 탈락시켰다. 이런 예비 컷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할 바에야 차라리 예비 컷 오프를 생략하고 곧장 본선으로 직행했다면 당심과 민심이 어우러져 흥행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고 관심도 제법 끌 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을 스스로 제거함으로써 전당대회 본선도 무관심속에 치러질 가능성만 더 커졌고 그들만의 잔치가 될 공산만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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