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아가씨 가슴을…
스크롤 이동 상태바
그만 아가씨 가슴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잡한 전철을 이용해본 사람들은 아마 이런 경험 한 번 쯤은 했다고 본다. 우연찮게 밀리다 안착한 곳이 여자와 마주 보고 섰거나 자신의 중앙청이 여성의 엉덩이 부근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때를 말이다.

참으로 곤란한 것은 손을 어디에 둘지 난감해 진다는 사실이다. 잘못하면 성폭력으로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그나마 술이라도 한잔걸쳤다 하면 꼼짝없이 당하게 돼 있다.
얼마전 소설같은 현실을 체험한 10년지기 주당이 있다. 평소 전철 타기를 싫어하고 주로 택시를 이용하던 이 주당이 이날 왜 전철을 탔는지 자신도 의아해 하고 있다. 아마도 눈꺼풀이 뒤집혔나 보다고 스스로 느스레를 떤다.

그의 소설은 이렇게 시작됐다. 때는 금요일 퇴근후, 종로통에서 거나하게 한잔을 찌껄인 이 주당이 전철을 탄 것은 인천행 막차 바로 앞차였다.

금요일이어서 올라탄 전철은 콩나물 시루처럼 복잡했고, 사람들의 열기로 내부에는 훈훈한 감이 돌았다. 두정거장을 막 지났을까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려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싶었더니 앞뒤로 여자가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언뜻 보니 앞에 있는 여자는 20대 정도였고 뒤에있는 여자는 아줌마였음이 확인됐다.

평소보다 몇잔 더걸친 소주의 위력은 훈훈한 온기 때문인지 급물살을 타듯 심장을 마구 흔들어 댔다. 흐느적 거리는 몸은 전철이 요동치는대로 내맡겨졌고 가끔 브레이크를 밟는듯한 소리가 들릴 때면 한쪽으로 15도 쯤 기울어졌다 원상태로 돌아오곤 했다.

바로 이때였다. 술이 취해서가 아니라 넘어지지 않으려다 보니 어이없게도 앞에 있는 여성의 가슴을 잡게 된 것이다. 여자는 “엄마야, 뭐 이런 아저씨가 다 있어 어디를 만지는 거야”라며 소리를 꽥 지르는데 어메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들어가고 싶었다고 한다. 순간 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됐다. 붉게 물들기 시작한 얼굴을 추켜 들지도 못한채 “죄송합니다. 중심을 못잡아서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고 사과는 했지만 망치로 뒤통수 한 대를 얻어맏은 듯한 기분은 도저히 인천까지 이대로 갈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하는 수 없이 시청역에서 하차를 했다. 택시를 타기로 작심하고 내려 몇발을 걸어가는데 아까 문제의 그 아가씨가 뒤에서 부르는 것이 아닌가. 아차 큰일 났구나 생각하려는 순간 아가씨 왈 “아저씨 아까 전철 안에서 미안했어요, 갑자기 당한 일이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나 봐요, 아저씨 저가 사과하는 의미에서 술한잔 사면 안될까요”라는 것이었다.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오 하느님! 저에게 이런 행운을 주시다니 불행이 행복으로 바뀌는 이영광을 아버지께 바칩니다.’ 그러고는 점잖게 “오히려 제가 잘못을 한 것이니 제가 한잔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답장을 던졌다.

일단 의견일치, 의기투합이 된 것으로 보고 둘은 무교동 쪽에 자리잡은 음침한 술집에 마주앉았다. 주당은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계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맞춤법 2005-05-15 19:15:28
그래도 기사라면 맞춤법 정도는 교정하시고 올리시지....

자립잡고-> 자리잡고
엄침한-> 음침한
않았다->앉았다

편집부 2005-05-15 23:57:33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수정하였습니다.


바보세상 2005-05-16 10:39:05
북적거리는 지하철을 술마시고 타면 그게 바로 움직이는 즉 "무빙 룸싸롱"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난 다음, 만원 지하철을 타면 그게 바로 움직이는 룸싸롱임을 자나깨나 명심하시길... ㅎㅎㅎ


술 유머 2005-05-16 10:46:22
술취한 사람들의 유형 세븐(7)

1. 에로영화형 : 무조건 이유없이 벗어 젖힌다.

2. 삼류극장형 : 필름이 끊긴다.

3. 청문회형 : 횡설수설 묻지도 않은 얘기를 하고 또 하고 또한다.

4. 무단 발포형 : 술집이건 전봇대건 가리지 않고 방뇨한다.

5. 변사형 : 울먹이는 모소리로 신세한타을 끊임없이 늘어놓는다.

6. 김삿갓형 : 술지리에서 어느새 사라져 갈 곳을 잃고
정처없이 길거리를 방황한다.

7. 물고문형 : 싫다는 사람 강제로 술 먹인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