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3m를 날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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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3m를 날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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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먹는 음식이 체하는 법이고, 덤벙대다 공사 망친다는 진리를 망각한 이 친구. 처음부터 셋치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결과에만 집착했다.

술판이 어느 정도 끝날 무렵 일단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카드를 내밀었는데 너무도 쉽게 성공했다(보통 주당들은 쉽게 응하면 마치 자신의 작전대로 행해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비중이 높다).

그리고 자신의 오토바이 뒷자석에 태우는데도 무사히 대성공이었다. 오토바이 뒤에 타고 뛰어내릴 사람 없다고 판단한 이 친구, 여자 친구 집쪽으로 가는 척 하다가 핸들을 씩씩하게 북악스카이웨이 쪽으로 내몰았다.

여자 친구가 “우리집 이쪽이 아닌데요”하면 “괜찮아요. 나는 춥지않아요”로, “우리집 이쪽이 아니라니까요”라고 하면 “추우면 등뒤에 바짝 달라붙어요”라는 식의 동문서답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다소 음침한 북악스카이 쪽으로 진입했을 때는 점차 여자 친구의 가슴이 등뒤로 밀착해 오는 것을 느꼈고 그럴 때마다 속도를 더 냈다는 것이다. 달리면 피부에 와닿는 체감온도가 더 차갑게 느껴질 것이고, 그러면 더 찰싹 달라 붙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전과 현실이 퍼즐 맞추듯 딱딱 맞아 들어가고 있었다. 추위를 견디다 못한 여자 친구는 달리는 속도에 비례해 가슴을 등에다 밀착시키고 감싸진 손으로 배를 힘차께 끌어 당겼다. 바짝 달라붙은 여자의 가슴이 등뒤에서 콩닥콩닥거림을 느끼며 흐뭇해 하는 순간 두사람의 몸은 꽝 소리와 함께 지상 3미터를 날아 올랐다.

굉음을 울리던 오토바이도 숨을 죽였다. 그리고 세상천지가 고요해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둘은 병원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여자친구는 다행히 도로 옆 수렁으로 떨어져 얼굴에 찰과상을 입은 정도였고, 이 친구는 오른쪽 어깨뼈가 금이 간 것이다.

경찰 조사결과 음주운전으로 앞에 오는 그랜저 승용차를 미쳐 발견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였다.

웃기는 것은 이 친구 마지막 멘트였다. “야! 사실은 어째 볼려고 모텔 침대로 모시고 갔는데 눈 떠보니 병원 침대더라, 그래도 염라대왕이 우리가 불쌍했는지 싱글에 눕히지 않고 더블에 눕힌 것만 보더라도 천생연분아니겠냐”고 너스레를 떠는데 듣고 있던 내가 너무 우스워 갑자기 하∼하∼하 웃었다.
그러자 심각한 이야기를 주고 받던 우리 자리 친구들이 갑자기 내가 박장대소를 하자 “야 집에 보내라. 소주 몇잔 마시더니 실성했나보다”하는 것이 아닌가.

그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실성한 게 아니라 세상에 너하고 똑같은 놈이 또 있다”고 말이다.
나에게 한 말씀 건낸 친구가 바로 56회(목숨건 도박)째 오토바이 음주운전 때문에 이 난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 아닌게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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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5 21:06:22
진짜 웃긴당 ㅋㅋㅋㅋㅋ

만약 2005-05-06 12:23:11
만일 4m 높이로 날았다면?

보태기 2005-05-06 12:24:56
4 = 死 ? 어휴 끔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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