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하면 성적이 떨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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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에이미의 <나는 공부를 못해>

^^^▲ <나는 공부를 못해> 표지
ⓒ 작가 정신 ^^^
문학성과 예술성을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오가는 작가 야마다 에이미. 그녀의 독특한 문체와 사고가 함축되어 있는 작품 <나는 공부를 못해>. 이 작품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야마다 에이미를 몹시 궁금해할 듯.

그녀는 사실 우리 나라에서는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처럼 큰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일본 3대 여류작가 중의 하나이다. 그녀는 여자 무라카미 류로 불리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파격적이면서도 도발적인 내용의 작품을 써왔기 때문이리라.

<나는 공부를 못해>라는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일반적인 학생의 이야기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책의 처음 부분을 읽는다면 대충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알게 된다. "열일곱. 나는 이미 여자 경험이 있다"라고 밝힌 주인공 도키다 히데미는 당당하고 줏대 있는 고교생으로 이 책을 통해 '히데미 신드롬' 현상까지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자신만의 색깔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고교생들의 성(性)과 순정을 유쾌하게 담고 있는 연작소설이다. 고교생 도키다 히데미와 주변 인물들의 재기발랄한 이야기를 연작 형식의 단편소설 8편에 담았다. 당당하고 줏대 있는 열일곱 살의 주인공 히데미의 도발적인 고교생활은 누구나 겪었을 학창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히데미는 아버지 없이 엄마와 외할아버지와 산다. 그의 가족은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 아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섹스 이야기를 하는 엄마, 그런 모자를 방관하며 예쁜 할머니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외할아버지. 그들은 모두 세상의 편견이나 벽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생을 즐긴다.

히데미는 공부에는 영 흥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삶의 다양한 단면들을 생기 있는 시선으로 응시한다. 우선 한창 눈을 떠가는 이성과 섹스 문제로 기성 윤리에 질문을 던진다. 히데미가 지갑에서 떨어뜨린 콘돔을 복도에서 발견한 교사는 그를 질책한다.

"이, 이놈! 이런 걸 학교에 가지고 와도 된다고 생각하냐!"
"학교에 가져오려는 생각은 없었고, 저… 그게 학교가 끝난 다음에…."
"닥쳐!"

'불순한 이성교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어(死語)라고 믿는 히데미는 "섹스를 하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좋은 섹스와 나쁜 섹스에 구별이 있는 걸까? 세상에는 진정으로 옳은 것과 틀린 것 같이 단 두 가지만이 존재하는 걸까? 그의 눈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겉과 속이 다르게 비치기 시작한다.

"의심이 깊어지는 계절이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그런 나를 비꼬기 좋아하는 놈이라고 한다."

히데미의 아버지가 없다는 것은 그의 가치관이 세상의 모든 편견을 깨부수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세상이 만들어내는 규격화된 '나'를 거부하는 그는 나름대로의 가치 기준을 모색한다.

엉뚱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히데미의 고교생활은 누구나 겪었을 학창 시절에 대한 향수를 되새기게 한다.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가볍게 세상의 벽을 뛰어넘는 주인공의 재기발랄한 모습과 소설 속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젊음의 매력적인 공기는 통쾌함을 넘어선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파격적인 작품세계만큼이나 돌발적인 행동으로 주목 받아온 '연애소설의 여왕'의 작품답게 작가의 독특한 아우라가 함축되어 있다.

청춘의 시기는 늘 그렇듯 질풍 노도의 시기로 긴 암흑 같은 터널로 비유된다. 어른이 되기 전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시기, 그때는 늘 그렇게 불안전하고 무언가 반항이라는 것에 기대고 싶어한다. 그런 점에서 야마다는 적절히 도발적인면서도 상식적인 스토리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이미 야마다 에이미는 소설을 쓰면서 그리고 마치면서 그렇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도키다 히데미는 나의 작품 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에 드는 주인공이다. 나는 이 책을 어른들이 읽어주었으면 한다. 나는 동시대라는 말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시대의 한복판에 위치한 사람은 그 시대를 읽어내기가 힘들다."

한 번쯤 세상에 무언가 색다른 것에 목 마를 때 이 소설을 접한다면 분명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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