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장이 세삼 일깨워준 장진호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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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장이 세삼 일깨워준 장진호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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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 건립은 차라리 국민성금으로 하는게 나을듯

▲ ⓒ뉴스타운
지난 14일 박승춘 보훈처장이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실을 찾아가 6.25 전쟁 때 장진호 전투 기념비 건립사업비 3억원이 삭감된데 대해 강하게 항의하는 차원에서 서류를 집어던지면서 "여기가 국민의 국회냐"고 강하게 소리를 쳤다고 한다. 이 광경을 지켜본 정무위원들이 항의를 하자 박 보훈처장은 끝내 사과를 했고 새누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기념비 건립 사업에 대해 보훈처와 정무위원들 사이에 의견 조율이 부족해 빚어진 일"이라며 “다시 야당과 논의해 예산을 되살리겠다"고 말하면서 수습이 되었다고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훈처장의 고함소리 한방에 의해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질 뻔했던 장진호 전투가 세삼 일깨워준 것만으로도 보훈처장의 공은 실로 작지 않다는 생각이다.

장진호 전투는 미국 역사상 가장 고전했던 전투로 꼽힌다고 미국 전사에 기록이 되어있다. 이미 여러 자료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지만 장진호 전투는 1950년 겨울, 함경남도 장진호 부근에서 미 해병 1사단이 10배 규모의 중공군에 포위돼 전멸할 위기상황에서 극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탈출한 전투를 말한다. 이 전투는 가장 공세적인 후퇴작전으로 미군의 희생도 많았지만 중공군의 희생은 미군의 희생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을 정도로 치열한 전투였다고 한다. 이 전투로 인해 대대적인 함흥 철수작전이 이루어진 모티브를 제공했다. 이 전투는 '혹한의 17일'이라는 블록버스트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을 만큼 미국인에게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전투의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앞서 국회정무위 예산심사 소위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 건립비 예산 3억원과 유엔 평화기념관 전시물 예산 20억원 등, 6.25 기념사업과 관련된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6.25 기념 사업비는 야당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삭감했고, 장진호 전투 기념비는 미국에 이미 세 개나 있다는 것이 삭감의 이유였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기념비 세 개는 미군들이 스스로 성금을 모아 자체적으로 기념비를 세운 것이고 보훈처가 요청한 장진호 전투 기념비는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쟁기념관에 우리나라가 세울 기념비였는데 이것을 삭감 당했으니 보훈을 책임진 행정 수장으로선 결코 좌시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보훈처장의 항의도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았지만 국회 정무위원들의 6.25 전쟁에 대한 무개념은 한마디로 아연실색할 정도였다. 자신들은 지역구를 위한답시고 온갖 쪽지 예산으로 예산을 난도질 하면서 고작 3억원 들어가는 기념비 예산을 삭감하는 국회의원이 도대체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물론 금액이 적다보니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금액이 적다고 하더라도 예산의 경중(輕重)은 따져봐야 제대로 일하는 국회의원이 아니겠는가, 좌파언론들은 박 처장의 행동을 두고 트러블매이커니 하면서 공직자의 자질문제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국가 보훈행정을 책임진 보훈처장이 그 정도 항의도 못할 바에야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는 점에서 사과를 해야 할 당사자들은 오히려 국회의원이었다고 해도 틀린 지적은 아닐 것이다.

이 문제가 언론을 통해 여론을 타기 시작하자 한 종편에 출연한 원로 평론가는 야당이야 늘 반대를 하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여당 의원들은 도대체 영혼이 없는 국회의원이 아니냐는 식으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전직 모 국회의원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 예산이 끝내 국회에서 예산반영이 되지 않을 것 같으면 국민성금을 모아서라도 세우겠다고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장진호 예산 삭감은 각 종편의 시사프로를 통해 여론이 비등하기 시작하자 급기야 국회 정무위에서는 장진호 기념비 예산으로 당초 예산의 절반인 1억 5천만 원을 책정하기에 이르렀고, 유엔평화기념 전시관 기념물 예산으로도 10억 원을 편성하는 얍삽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왕 편성할 바엔 3억원 전부 편성해 줄 것이지 1억 5천만 원만 편성하는 옹졸함까지도 보여주었으니 참으로 치사하기 짝이 없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새민련의 강기정 의원은 무식함의 소치인지, 실수였는지 모르지만 장진호 전투를 장전항 전투로 잘못 말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의원보다 훨씬 더 나은 시의회도 있었다. 강원도 강릉시에서는 3억 7천만 원을 들여 정동진 통일공원에 6.25 전쟁 당시 참전한 강릉지역 5개교 학생들의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강릉학도 기념비'가 이달 중 건립에 들어가 내년 4월에 준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강릉학고 기념비 건립이 강릉시 차원에서 기획된 사업이었다고 해도 강릉시 의회의 예산 승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소도시인 강릉시에서도 예산을 아껴가며 기념비를 건립하는데, 하물며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한국전쟁기념관에 세워질 기념비 건립비용을 50% 밖에 예산을 책정하지 않는 꼴을 보니 참으로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것도 보훈처장의 강력한 항의가 있은 뒤에야 겨우 절반만을 편성했다니 실소밖에 나오지 않는다.

지난 11월 11일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이었다. 이날 11시에는 6.25전쟁에 참전한 21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한국시각에 맞춰 부산 대연동에 소재하고 있는 유엔묘지를 향해 동시에 묵념하는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이라는 글로벌 추모 행사가 있었다. 이 날은 대부분의 서구 국가들이 모든 전쟁에서의 전사자들을 기리는 글로벌 행사였다.

하지만 장진호 전투 기념비 예산을 삭감한 국회 정무위 소속의 국회의원들은 부산에서 이런 행사가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어디에 정신을 팔고 있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 총 예산은 3억원이다. 이중에서 1억5천만 원만 책정했다는 것은 반쪽 기념비를 만들던지 아니면 아예 만들지 못하게 하는 치사한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럴 바에야 깨끗하게 예산을 반납하고 차라리 국민성금으로 건립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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