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장은 아들 니가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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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은 아들 니가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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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의 노모가 칠순 아들에게 치매검사를 권했다

며칠 전 어머니를 모시고 예약된 보건소로 갔다. 이른 오전이지만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온 노인들로 북적댔다. 현관 앞 임시대기소는 300여 명이 순서를 기다렸는데 순번표는 287, 288번으로 40여 분이 걸려야 했다. 흰 가운의 직원이 노인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 접종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1층에서는 치매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원하시는 어르신은 검사 받아 보세요 " 

" 야야 저 사람이 무어라노? "

" 치매검사 받아 보랍니다 "

" 그것도 공짜로 해주는긴가? "

" 예 "

" 그라마 우리도 저 쪽으로 가보자 " 

거동이 다소 불편하신 어머니를 부축해서 진료카드를 작성하는 간호사 앞으로 갔더니 인적 사항 몇 가지를 물었다. 

" 할머니 연세를 어떻게 되십니까? "

" 올개 아흔 둘이라요 "

" 어디에 사십니까? "

" 황금동에 사는데요 "

" 혹시 주소를 아십니까? "

" 알지요 "

" 말씀해 주세요 "

"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18*번지 진달* 아빠또 5동 201번지" 

기록하던 간호사가 깜짝 놀란듯 신기한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소지으며 

" 할머니 집 전화번호도 아십니까? " 

어머니가 이 물음에는 5, 6초간 고개를 들며 눈을 감으셨다. 곁에 있던 아들은' 전화번호까지는 기억이 어렵구나 싶어 대답을 대신 했다.

"784국에 9878 입니다 " 

그 순간 어머니가 화가 난 목소리로 

" 이 사람아 앞자리가 틀렸다. '칠팔사'가 아이고 '칠팔삼'아이가. 젊은 사람이 정신머리가 그기 머꼬! "

입을 가리며 키득거리던 간호사가 

" 고생하셨습니다. 할머님은 치매검사 받을 필요가 하나도 없으시네요 " 

자리를 일어 서던 어머니가 아들을 가리키며 

" 의사선생님 수고하셨소. 우리 아가 올개 일흔 한 살 묵었소. 우리 아 검사 좀 해주오. 평시 하는 행동을 보면 어떤 때는 내보다 기억이 더 못할 때가 있어서 그라요 " 

작년 올해 부쩍 기력이 소진해지셨다는 어머니를 껴안고 보건소를 나서는 母子지정을 유심히 보았던 나는 눈물을 삼켰다.

양친 두 분을 고희까지도 모시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보낸 '불효자' 이기에 다시 뵈올 그날까지 편히 계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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