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축제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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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축제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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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을 잡아야 할 텐데.”
“워낙 바쁘고 귀하신 몸이 돼놔서 쉽게 잡을 수 있을까?”

태진은 신문을 보는 척하면서, 이만수 PD와 김영출 작가가 나누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카페는 한가했다. 그들은 태진이 등지고 앉아 있어서 알아보지 못했다. 방송국에서부터 미행한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걔만 잡으면 일단 30퍼센트 정도 시청률은 먹고 들어가는 건데 말야.”

이 PD는 몹시 안타깝다는 말투였다.

“이거 갈수록 방송일도 힘이 들어. 시청률 경쟁에 피가 마를 지경이라니까. 아무리 작품성 있는 것을 만들면 뭐 해. 시청률이 낮으면 잔소리에 다음 편성 때는 짤리게 마련이니. 그놈의 시청률이 뭔지…….”

김 작가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건 그렇고, 민소영이 걘 어째 그 흔한 스캔들 한 번 없어?”
“글쎄 말야. 나도 그게 이상하더라고. 그 정도 되면 누가 먹어도 몇번 쯤은 잡아먹어야 하는 게 여기 생린데.”
“여우처럼 꼬리를 잘 감추는 건지, 정말로 사생활이 깨끗한 건지 모르겠어.”
“이건 저번에 한밤의 초대 김 PD에게서 들은 건데…….”

이 PD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따라서 태진의 귀는 칼날처럼 더 쫑긋 세워졌다.

“걔가 한국그룹에 CF 전속 모델을 하고 있잖아. 그런데 이 회장이, 걔가 광고에 출연한 후에 매출이 급신장했다며 전속금 외에 보너스로 2억을 더 주었다는 거야.”

“2억이나? 그 노랭이 이 회장이? 와, 어떤 년은 한이틀 고생하고 몇 억씩 거머쥐는데 우린 이게 뭐야? 드라마가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셀 수도 없이 쌍코피를 쏟으며 날밤을 꼬박 새워도 그년에 비하면 코 묻은 돈밖에 만질 수 없으니.”

“헌데 그 노랭이 이 회장이 순수한 마음으로 걔에게 2억이나 줬을까?”
“바로 그 점야. 김 PD 얘기로는, 민소영이가 이 회장에게 한 번 줬다는 거지. 그렇지 않고서야 그 노랭이가 그렇게 큰 돈을 쓸 리가 없다는 거지. 회장실 여비사가 복사지 뒷면을 사용하지 않고 버렸다는 이유로 짤렸다는 거 아냐. 특별한 일이 없으면 구내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밥을 먹고, 지금도 점심에 자장면을 시켜먹을 정도로 자린고비라는데.”
“그런 노랭이가 하룻밤 화대로 2억을 쓴다?”
“나도 그게 좀 의심스럽긴 했는데, 김 PD가 워낙 정색을 하고 말해서 긴가민가해. 김 PD는 다른 건 몰라도 그런 방면엔 소식통이잖아. 나중에 알고 보면 거의가 사실로 드러났고.”

태진은 소파 깊숙이 몸을 더 낮추었다.

“하여튼 난 년은 난 년이야. 스타는 타고나야 한다더니…… 사실 우리끼리 얘기지만, 남자라면, 불알 달린 사내라면, 그 앨 한번 안아보고 싶지 않다면 그것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흐흐흐, 이 형도 그래? 난 그 애를 볼 때마다 아주 미치겠다니까. 어떻게 해보려고 했으면, 신인 때 내 드라마에 캐스팅해 주겠다는 미끼로 잡아먹는 건데. 이제 하룻밤에 2억이라니, 어디 우리 같은 놈들은 한 달 봉급을 다 싸발라도 걔 새끼발가락이나 한번 만져보겠어.”

“그래, 맞아. 이젠 그림의 떡이 된 거지. 김 PD 말로는, 걔를 어떻게든 한번 잡아먹겠다고 벼르고 있던데. 걔의 거기에 깃발을 꽂으면 나한테 알려주기로 했어. 어떻게 그렇게 자신만만하냐니깐…….”

목소리가 더욱 작아졌다. 따라서 태진도 귀를 당나귀 귀처럼 쫑긋 세우고 집중해야 했다.

“왜 김 PD가 자주 써먹는 수법 있잖아. 쇼 프로 관계로 만나서 상의할 일이 있다며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는 술이나 물에 몰래 약 타서 먹이는 수법 말야. 그걸로 해치우겠다던데.”

“흐흐, 맞아. 그 자식은 그 수법으로 웬만한 애들은 다 먹었지. 그 자식도 하여튼 타고난 킬러는 킬러야. 지난 주에도 이번에 새로 음반 내고 막 크기 시작하는 이수련이를 먹었데. 걔가 처음에는 반항하는 듯하더니, 나이도 어린 것이 나중에는 어찌나 잠도 못 자게 밝히는지 혼났다며 고개를 썰썰 흔들더라고. 화류계에 있는 애들은 먼저 보는 게 임자야. 절대 뒤탈이 없다고. 지들 인기에 영향이 있을까 봐 오히려 쩔쩔맨다니까.”

태진은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꾹 깨물고 있었다.

방송국 내에서 김 PD의 평판은 좋지 않았다. 최근에 들은 신인가수 이수련과의 관계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 아닌 비밀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방송국이다 보니 방송가의 참새 떼들이 지어낸 얘기겠거니 했었는데, 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사실이 틀림없었다. 그들은 방송국 내에서도 김 PD와 가장 친한 사이였다. 술자리에 자주 어울리는 입사 동기이자 대학 동창이었다.

태진의 수첩에 빨간 글씨로 김상수 PD가 체크되었다.

태진은 그들이 카페에서 나갈 때까지 몸을 숨겼다. 그리고 이미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일어섰다. 그런 쓰레기 같은 인간들은 한 시라도 빨리 손을 봐줘야 했다. 그들 말처럼 김 PD가 소영이를 쇼 프로에 초대한다는 미끼로 손을 쓰기 전에 먼저 그를 손 봐줘야만 했다. 그런 인간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저지른 비열하고 더러운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 했다.

그런 인간들이 벌건 대낮에 활개를 치고 산다는 자체가 구역질나게 했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서 자신의 쥐꼬리만한 힘을 이용해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서로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면, 적어도 여자 스스로 치마끈을 풀었다면 몰라도, 술이나 물에 약을 타서 그런 일을 저지를 생각을 한단 말인가. 그렇게 여자를 안고 싶으면 차라리 돈을 주고 샀다면 그 정도는 용서해 줄 수 있었다. 그건 어차피 공개적으로 섹스를 직업으로 택한 여자들이기 때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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