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카니발의 항도(港都) 리우데자네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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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카니발의 항도(港都) 리우데자네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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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떠들썩한 축제가 벌어지는 곳(28)

^^^▲ 코파카바나 해변
ⓒ 뉴스타운^^^
축제의 불꽃

이 세상에서 가장 떠들썩한 축제 광경을 보고 싶거든 리우로 가라. 2월이 가고 3월이 오는 길목이면 리우에는 삼바조의 리듬을 타고 카니발이 온다. 그러면 리우의 시민들은 일터에서, 집안에서 모두들 떼를 지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노래를 부르고, 춤추고, 마시고....

그것은 터지고 또 터지는 광란의 꽃불이다. 리우의 카니발에는 어르신도 젊은이도 없다. 남자도 여자도 없다. 흑인도 백인도 없다. 여당, 야당이 없으며 오직 삼바의 리듬을 타고 불태우는 삶의 희열뿐, 서로 손잡고 서로 껴안고 서로 춤을 추며 돌아가는 뜨거운 피의 잔치, 그래서 리우의 카니발에는 밤도 낮도 없다.

카니발의 흥취가 절정에 달라는 마지막 날 리우의 중심 가에서는 가장행렬이 벌어진다. 오피스 걸은 중세의 귀부인이 되기도 하고, 가난한 월급장이가 왕이 되기도 한다. 가면과 가장 무도복 속에 자신의 꿈을 꽃피우는 이 행렬이 춤을 추며 시가를 누비고 지나갈 때, 당신은 볼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의 태양은 하늘에서 빛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저 거리에서 불타고 있는 것을 그리고 알 것이다. 리우의 정열과 낭만, 브라질 남국의 피가 얼마나 뜨거운 가를.

낙천, 자유의 별천지

대서양의 끝 없이 망망한 푸른 빛과 파도, 태양이 그대로 쏟아지는 듯한 햇볕, 그 해안에 두 팔을 활짝 펴듯 눈부신 빌딩들이 들어 찬 시가, 반월형의 아베니다 데 아틀란티고(태평양 거리)는 4마일이 넘는다. 해안 통은 온통 모자이크의 아름다운 무늬 길. 바다경치, 호화판의 거리, 그리고 보도의 빗살무늬, 모든 것이 너무도 아름다워 눈도 마음도 사뭇 바쁘기만 하다.

수영복만 하나 달랑 걸치면 빈부도 귀천도 따로 없는 파라다이스. 해변에 나서기만 하면 전신은 간단히 뜨거워지고 머리는 적당히 식으면서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가 돼버리게 만든다. 그러나 해안 통의 뒷길도 결코 심심치는 않다.

그 중에서도 재미있는 것이 사람 구경, 피부의 빛깔도 가지가지, 골격도 가지가지, 옷차림도 가지가지다. 에뜨랑제라는 것이 따로 없는 곳. 아무나 가서 살면 그곳 사람이다. 눈치 볼 것도 없고 어려워할 것도 없다.

네거리 길이고 모퉁이 길이고, 어디라 할 것 없이 자유의 깃발처럼 나부끼는 낙천적인 표정들은 브라질 국민이 지닌 내셔널리즘과는 또 다른 일면. 네거리에 잠깐만 서 있으면 그 자유스러운 인종전시장의 모미를 얼마든지 맛볼 수가 있다. 낙천적인 자유의 별천지 코파카바나.

흑백혼혈 자적하는 국민성

이민과 이민이 모여 다민족국가로, 여러 가지 인종이 모여 서로 무탈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브라질, 선주민족은 인디언 그리고 최초의 정복자요 통치자였던 포르투칼 사람들, 그들이 일손을 충당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마구 잡아들인 흑인, 그 밖에도 이탈리아, 스페인, 유럽 쪽에서 건너온 인종들도 적지 않다.

그뿐 아니라 더 멀리로는 슬라브계, 시리아인, 유태인, 네덜란드 사람까지 있었다. 그리고 근래에 와서는 이민정책을 약삭빠르게 뻗친 일본인까지 뒤범벅이 돼 백, 흑, 적 황색의 갖가지 인종들이 한데 섞여 살고 있다. 그리하여 지금은 흑, 백의 피가 섞여서 백인, 준 백인, 준 흑인으로 그 빛깔이 골고루 혼합 돼가는 과정인 것 같다.

포르투칼 남성들은 흑인 여자를 좋아했는지 포르투칼과 흑인의 혼혈이 의외로 많다. 그 혼혈은 재미있는 분포를 보여, 흑인 특유의 타다남은 것처럼 검은 머리털에 얼굴이 백인을 닮은 여자는 '모레나'로 불리고 머리카락이고 얼굴이고 흑인에 가까운 혼혈들은 '물라토'로 불린다.

브라질 사람들의 '내일이면 어떻게 되겠지'의 '아니아망(내일)은 걱정을 모르는 국민성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끝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넓디 넓은 커피 밭의 왕자같은 주인이나 혹은 대기업주, 가난한 농업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누구를 막론하고 살아가는 일에 철학적인 얼굴을 하고 심각하게 덤벼드는 사람은 없다. 비록 그날의 끼니가 없어도 입 한번 쑥 씻고 어께 한번 으쓱한 뒤 '오늘은 먹을 게 없구나'하면 그만이라는 이야기다.

'내일은 어떻게 되겠지' 그 한마디는 한끼의 밥보다 더 배부른 마음의 식량이 되어 주는 모양이다.

빈곤과 마의 소굴 '파베이라'

갈레오르 비행장에서 들어오는 길에 '가비아'터널을 빠져 나오면, 멀리서 바라볼 때 아름답게 보였던 암산이 갑자기 쓰레기더미처럼 너절하게 눈앞을 가로막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가비아' 암벽과 계곡에 징그러운 굴 껍질처럼 붙어 있는 판자촌 '파베이라(빈민굴)가 거기 있다.

'흑인 올페'라는 영화는 이곳 파베이라를 무대로 한 사랑의 이야기. 그러나 그것은 영화의 달콤함에 불과한 것이고 양상은 비참 그것에 다름 아니다. 바라크의 수효는 50여만, 비가 많지 않은 곳이니까 지붕이라고는 이름만 붙어있다. 어느 때 비라도 한번 지나가는 날이면 그 판자촌은 아무런 저항 없이 뭉개지고 쏟아져 내려온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간다.

그곳 주민들은 대개 교육을 받지 못한 후진국 흑인들. 그들은 차츰 늘어나는 환락과 돈맛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호화롭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면서부터 범죄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판자집으로 뒤덮인 그 암벽은 도적, 마약, 밀수의 소굴이지만 번연히 아는 루트를 두고도 수사의 손길을 뻗치지 못한다. 그래서 그곳은 살인범의 좋은 은신처가 돼준다는 것이다. 그곳에 들어갔던 수사관이나 외부사람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은 그 지대의 불문율이 되어 있다. 이곳에는 수도가 있을 리 없어서 낮은 곳에서 석유통에 물을 길어 이어다 먹으며, 인간으로서는 밑바닥의 생활을 하지만 어둡고 잔인하기로는 비할 데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들이 거리로 내려와서 섞이면 범죄의 그늘 같은 것은 찾을 길이 없다. 한 겹 얇은 옷으로 몸을 가리고 거리나 해안에 나와서 근심 없는 사람이 되어 어정거리거나 공을 차며 놀거나 하면 그는 선량하고 무심한, 그리고 낙천적인 시민으로 돼버리는 것이다.

흥청대는 리우의 카니발

우리들의 상식에서 풋볼은 평지에서 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이네들은 해안의 백사장 위에서도 잘도 차고 뛴다. 백사장은 걷기도 힘이 드는 곳인데 길길이 공을 차며 잘도 뛰고 소리치는 것을 구경하고 있으려면 사려(思慮) 같은 것이 필요 없는 약간 모자라는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축구의 황제라는 펠레가 나온 것도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니다. 브라질 국민들에게는 자 팔리는 영화 배우나 웬만한 정치가보다도 축구선수가 훨씬 우대를 받는다. 축구가 국기로 돼있는 이 나라의 축구 열기라는 것은 거의 광적인 것에 가깝다.

92%의 카톨릭 신도를 가진 나라로서 모두가 하느님을 믿고 있으면서도 경건한 분위기보다는 마치 노가다판의 인상이 짙은 곳이 리우데자네이루다. 리우의 카니발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매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내면서도 갈수록 요란스럽고 이채로워지고 있다. 부활절이 되기 전 40일간의 사순절을 두고 시작되는 춤과 노래, 먹고 마시고 사람과 사람들의 모임이 일으키는 잔치 아닌 아우성.

그것은 어떠한 이름을 빌어서라도 일년에 한번쯤 쏟아버려야 할 필요가 있는 건강한 소란인지고 모른다. 일상생활 속에서 누적된 욕구불만, 울분 등을 해소할 수 있는...

세계 3 대 미항(美港) 중의 하나인 리우데자네이루. 삶의 질이 주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는 지대. 구김살 없는 마음과 얼굴과 인생의 폭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곳. 범죄의 소굴인 '파베이라'를 등 뒤에 두고 대서양을 향해 환락의 목청을 돋우는 코파카바나 거리는 어느 곳보다도 재미있는 곳이다.

리우의 어느 곳에서나 바라다 보이는 코르코바도 언덕 위에는, 두 팔을 자비롭게 펼친 예수의 상이 있다. 가슴을 열고 인류의 고통과 외로움을 따뜻하게 안아줄 듯한 자세와 그 손짓에 이끌려 코드코바도 언덕에 올라서면 리우의 아름다운 경치가 여봐란 듯이 한눈에 들어 온다.

푸른 물 위에 보랏빛으로 떠 있는 바위 산들. 코파카바나 못지않게 아름다운 이파네마 비치며 레블롱 비치들의 불빛들이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땅 넓이로는 세계 제4위다. 남미대륙의 47%에 달하는 넓이를 차지하는 브라질의 수도였던 리우. 인공도시 브라질리아로 수도가 옮겨지기까지, 브라질 독립 이전부터 2백여년간 번성하던 큰 도시다.

리우는 강이라는 뜻 '자네이루'는 1월의 뜻으로, 그곳이 1월 1일에 발견됐고, 처음에는 하구로 보여서 1월의 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만(灣)으로 된 이 아름다운 바닷가는 기꺼이 환영하는 낭만과 휴식의 자리로서 여행자들의 그리운 이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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