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섬, 해장으로 닷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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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섬, 해장으로 닷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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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난호에 게재됐던 선비와 기생의 대화를 풀이해 보자. 선비가 毛深內活 必過他人이라하여 ‘깊은 숲 속의 계곡을 헤치는 데는 반드시 타인의 힘이 필요한 것’이라고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기생왈 前園黃栗 不蜂之開요 溪邊揚柳 不雨之長이라고 응수했는데 이 뜻은 ‘앞뜰에 달린 누런 밤은 벌레가 아니더라도 저절로 벌어지고, 시냇가 수양버들은 비가 오지않더라도 길게 늘어져 있지 않는가’라는 뜻이다. 즉 선비는 ♡행위를 위해 여성은 남성의 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기생은 남성의 힘이 없어도 때가 되면 저절로 된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게 얼마나 운치 있는 술자리인가. 요즘처럼 “됐나” “됐다”고 하는 초스피드식 대화가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훔치는 고도의 전략이 탁구공처럼 왔다갔다 하지 않는가. 매사가 바쁘고 직설적이다. 그만큼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왕지사 나온 이야기니 어림(語林)에 나오는 주당의 이야기를 하나 하고 넘어갈까 한다.

유령(劉伶)이라는 술꾼이 있었는데 얼마나 술을 좋아했는지 요즘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할 수 없을 정도다. 당시도 술로 이름을 남겼고 지금도 그 이름이 회자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는 존경해 마지 않는다.

유령이 보통 하루에 술 한섬을 마시고 취했다가 깨고나면 목이 말라 닷말을 마시는 주당이다. 허구한 날 이렇게 마시는 남편을 보다 못한 아내가 제발 술을 끊으라고 하자 유령왈 “술 닷말만 구해 오면 그것으로 신명께 제사 올려 맹세하고 술을 끊겠다”고 했다. 아내가 이 말을 믿고 술 닷말을 구해 왔겠다.

그런데 술을 부어놓고 맹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 뭐라고 주문을 외우는데 그것이 가관이다. 유령이 주문을 외우기를 “하늘이 유령을 내시어 술로 이름을 남기게 했습니다. 한자리에서 한섬을 마시고 닷말은 해정(해장)으로 마시고 있습니다. 아내가 하는 말은 절대로 들어서는 안됩니다”고 중얼거린 것이다.

맹사성과 필도지리지를 편찬했고 대제학을 지냈던 대문호 윤회(尹淮)는 태종으로부터는 고금에 드문 재사라하여 직접 권하는 술잔을 받기도 했는가 하면, 세종으로부터는 석잔 이상은 마시지 말라는 경계를 받은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술을 너무 좋아했던 윤회는 왕의 어명을 어길 수 없는 탓에 세종의 말대로 석잔이상은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주석에서 그의 잔은 제일 큰 잔 석잔이었다. 보다 못한 세종이 특별히 은술잔을 만들어 하사하면서 술마실 때는 꼭 이 술잔만 쓰라고 했는데 윤회는 풀무간에 가서 그 술잔을 최대한으로 늘려 마셨다는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

당시 사람들은 윤회를 일컬어 ‘하늘의 문성과 주성의 정기를 타고난 인물’로 평가할 정도였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그가 가지고 있는 실력이 취중에도 녹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루는 윤회가 술에 만취가 돼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됐는데 왕명이 떨어졌다. 선제를 기초하라는 명이었다. 왕명을 어길 수 없는 윤회는 부축을 받으며 들어가서 세종 앞에 앉아 일필휘지로 기초를 마치니 세종의 입이 딱 벌어진 것이다.

그래 술꾼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어슬프면 되겠는가 말이다. 전국의 주당들이여, 윤회선생을 본받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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